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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장환의 스포츠史說] 환갑 맞은 ‘유로 2020’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환갑 맞은 ‘유로 2020’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6.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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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첫 대회 열려 코로나로 1년 연기 된 올 대회 명칭도 '2020'
모두 '강팀' 조별 예선 통과 바늘 구멍…유럽선 월드컵보다 더 열광
자료=UEFA EURO 2020/이코노텔링그래픽팀.
자료=UEFA EURO 2020/이코노텔링그래픽팀.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 미식축구나 야구팬이 되고, 유럽으로 유학을 가면 축구팬이 된다. 거의 진리다.

아무리 거부하려고 해도 오래 살다보면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그 정도 분위기다. 자꾸 보다보면 관심이 생기고, 규칙을 알고 보면 재미가 생긴다.

유럽인들을 미치게 만드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가 6월12일 개막했다. 코로나 때문에 1년 연기됐지만 명칭은 그대로 '유로 2020'을 쓴다. 1960년에 첫 대회가 열려서 이번이 60주년 대회이기 때문이다.

'작은 월드컵'이란 별칭에 걸맞게 그 열기가 월드컵에 버금간다. 유럽 전체로 보면 오히려 월드컵보다 더 뜨겁다.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유럽 팀은 13개에 불과하지만 유로 대회에는 본선에 오른 24개국 모두가 유럽 팀인 까닭이다. 즉, 훨씬 많은 나라의 국민들이 본선에서 뛰고 있는 자기 팀을 응원한다. 

더구나 유로대회에서 조별 리그를 통과하는 게 월드컵보다 어렵다보니 초반부터 열광할 수밖에 없다. 믿지 못하겠다고?

월드컵은 대륙별로 본선 티켓이 분배돼 있다. 유럽 13장, 아프리카 5장, 남미와 아시아가 각각 4.5장, 북중미 3.5장, 오세아니아 0.5장이다. 객관적으로 남미를 제외한 다른 팀들은 유럽보다 한 수 아래다. 유럽 팀 입장에서 보면 조 편성에 따라 유럽 팀 한 팀과 다른 대륙 팀 둘을 만나거나 아예 다른 대륙 세 팀과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유로 대회에서는 조별 리그 네 팀이 모두 유럽 팀이다. 24개국의 면면을 보면 누가 누구에게 이기든 지든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슬로바키아가 프랑스를 이기든, 독일이 벨기에에게 지든 결코 이변이 아니다.

만만하게 볼 팀이 하나도 없으니 첫 경기부터 피터지게 싸운다. 축구팬 입장에서는 이만큼 재미있는 대회가 없다.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F조가 눈길을 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으로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인 프랑스, 직전 대회인 유로 2016 우승팀인 포르투갈, 역대 3회 우승팀이자 영원한 우승후보 독일이 모두 한 조에 포함됐다. 여기에 운 나쁘게 헝가리가 들어갔는데 누구든지 헝가리에 물릴 수 있다.

첫 경기에서는 포르투갈이 헝가리에 3-0 승, 프랑스가 독일에 1-0으로 이겼다.

유로 대회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유로 2000' 부터다. 그전에는 일부 골수 축구팬들만 보던 경기였는데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둔 전초전 성격이라 많은 팬이 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미국에서 연수중이었다. 알다시피 미국에서는 축구가 인기 없다. 더구나 유럽 축구대회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다. 미국에 있는 동안 유로 2000 경기는 물론 기사 한 줄 보지 못했다. 2000년 8월에 귀국하니 '피구' 얘기를 많이들 했다. 피구가 왜? 알고 보니 포르투갈 선수 이름이었다. 당시 대단한 활약을 하면서 포르투갈을 4강까지 이끈 선수였다고 했다. 나는 지금까지도 유로 2000 경기를 본 적이 없다. 한일 월드컵 때 지켜본 피구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크리스티안 에릭센 때문에 이번 대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핀란드와의 경기 도중 쓰러져 위험한 상태에 빠졌지만 재빠른 응급처치 덕분에 살아났다. 손흥민의 토트넘 동료였기 때문에 한국 팬들에게도 친근한 선수라서 안타까움이 더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도 벌어지고 있지만 당분간 유로 2020이 축구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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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 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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