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4 18:25 (목)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전희철과의 '눈높이 추억'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전희철과의 '눈높이 추억'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6.0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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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체육관서 인터뷰할 때 기자의 키에 맞춰 체육관 벽에 기대 다리 벌리는 배려
인성은 '보증수표' … 두 살 위 문경은 감독 밑에서 10년간 ' 잡음 없는 ' 코치 생활
감독 자리에 올랐다고 바로 좋은 성적 내긴 어려워도 SK팀워크는 더 단단해질 것
사진(서울 SK 나이츠 전희철 신임 감독(가운데))=서울 SK 나이츠/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서울 SK 나이츠 전희철 감독(가운데))=서울 SK 나이츠/이코노텔링그래픽팀.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의 전희철 코치가 신임 감독이 됐다. 1973년생으로 만 48세니까 늦게 감독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겨우(?) 두 살 위인 문경은 감독 밑에서 10년간 코치 생활을 했으니 그 인내심은 인정해줘야 한다.

내가 농구선수 전희철을 처음 본 것은 농구 기자 시절인 1994년경으로 기억한다. 고려대 선수였던 전희철은 당시에 센터를 해도 될 만한 198cm의 장신 포워드로 외곽 슛과 골밑 플레이에 모두 능한 선수였다.

그 때는 연세대와 고려대가 대학 농구는 물론 실업팀을 포함한 농구대잔치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취재를 위해 처음 농구장을 찾은 게 대학 농구였다. 그 때 고려대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른 팀에 가면 바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수두룩하게 벤치에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고려대 멤버들은 얼핏 생각나는 선수들만 해도 전희철을 비롯해서 신기성, 김병철, 양희승, 현주엽, 박재헌, 이지승, 박훈근, 노기석, 전수훈, 박규현, 주영준 등이다. 대부분 국가대표나 청소년대표 출신이다.

내가 너무 놀라서 다른 농구기자들에게 "고대는 세 팀을 만들어도 되겠다"고 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전희철의 첫 인상은 이랬다. 장신인데도 빠르고, 슛은 물론 몸싸움도 마다않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하지만 약간 우락부락한 얼굴에 잘 웃지도 않아 성격은 까칠할 듯. 고려대 스타일(?)에 어울리는 선수.

전희철은 이미 국가대표였다. 어느 날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경기를 끝낸 그를 인터뷰하러 플로어로 내려갔다. 그런데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기분이 나빴다. 왜 이러지? 전희철은 체육관 벽에 등을 기대더니 슬그머니 다리를 벌려 172cm인 내 눈높이에 맞춰주는 것이었다.

이제 스물한 살밖에 안된 친구가, 더구나 농구선수가 이런 배려를 하다니. 아니,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감동이었다. 겉모습과 달리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였다.

솔직히 농구든 배구든 축구든 장신선수들을 현장에서 인터뷰하다보면 올려다봐야하기 때문에 고개가 아프다. 207cm인 서장훈을 인터뷰할 때는 더 그랬다. 기자석에서 경기를 볼 때는 다른 선수들도 크기 때문에 잘 인식하지 못하다가 플로어에서 보면 정말 어마어마하다. 금방 고개가 뻐근하다. 서장훈 본인은 다른 사람들이 밑에서 자기를 쳐다보기 때문에 코털 청소를 자주 한다고 하던데 고개가 아파서 코털 볼 겨를이 없다. (서장훈 디스는 아니다)

지금까지 인터뷰하면서 눈높이를 맞춰준 선수는 전희철이 유일하다. 그런 인성이니까 문경은 감독 밑에서 10년이나 묵묵히 코치를 해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 드디어 감독 자리에 올랐다. 감독 하나 바뀐다고 성적이 당장 달라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팀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임 문경은 감독도 선수들과 융화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전희철 신임 감독은 기본적인 인성에다 오랜 코치 경력까지 더해 선수들과 더욱 끈끈하게 연결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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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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