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자동차,SK,LG등 한국기업의 400억달러 규모 투자계획에 평가
바이든"美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되고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강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00억달러(약 44조원)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밝힌 삼성, LG, SK, 현대차 등 한국 기업 대표들을 치켜세우며 감사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할 것이다. 약 25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삼성, SK, 현대 등에서 투자하기로 약속했다"며 "(투자를 결정한 한국) 기업 대표들이 여기 계신 것으로 안다. 자리에서 잠시 일어나 주실 수 있나"고 말했다.
이에 최태원 SK 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장내에 박수를 유도하며 "감사, 감사, 감사하다. 함께 대단한 일을 하자"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의 투자로 미국에 양질의 일자리가 수천 개 창출될 것"이라며 "(미국은) 이를 통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의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들은 이날 오전 미국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참석해 40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최첨단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투자 방침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가 1997년부터 운영 중인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라인을 추가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낸드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센터를 10억달러(약 1조원)를 들여 설립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미국에 74억달러(약 8조원) 규모의 투자를 할 예정이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계획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미국 1, 2위 완성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와 손잡고 미국 내 투자에 나섰다. 두 기업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기업의 투자액은 140억달러(약 16조원)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스는 약 2조7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두 번째 공장을 짓는다. 이와 별도로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입해 독자적인 생산시설 확보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손잡고 2025년까지 53억달러(약 6조원)를 들여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을 구축한다.
바이든 정부는 첨단산업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한국·일본·대만 등 동맹국과 연대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재편해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는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에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 산업의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로 호응한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 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산 제품 구매)' 기조에 맞춰 미국 시장 내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