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눈앞서 물러나 … "일상서 떠나 장기 전략 등에 매진"
매출 39조 규모…트럼프 매각 종용 불구 美투자자 비중 40%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을 운영하는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를 창업한 장이밍(張一鳴)이 연말께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다고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20일 보도했다. 그의 나이가 올해 38세로 젊고 바이트댄스가 상장을 앞둔 시점이어서 그의 은퇴 선언이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장이밍은 이날 전체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바이트댄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바이트댄스 공동 창업자이자 대학 동창인 량루보(梁汝波)가 후임 CEO가 될 것이라면서 경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연말까지 6개월 동안 함께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이밍은 편지에서 "저는 이상적인 경영인으로서 덕목이 부족하다"면서 "일상의 관리 책임에서 벗어나면 장기적인 전략과 조직문화, 사회적 책임을 보살필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EO 사임 후 지식 공부에 매진하면서 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익사업을 펼치는 데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2012년 설립된 바이트댄스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정보기술(IT) 기업이다.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중국 내 서비스인 '더우인'과 해외 서비스인 '틱톡'을 합친 이용자는 지난 1월 기준 12억9000만명이다. 이용자로 볼 때 페이스북, 유튜브, 왓츠앱에 이어 세계 4위다. 지난해 매출은 350억달러(약 39조원)로 전년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틱톡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틱톡의 미국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바이트댄스는 중국 기업이지만 미국 투자자 지분이 40%가 넘는다.
장이밍의 사퇴 결정은 그가 세계적 거부로 도약할 바이트댄스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회사 측이 공식 발표하진 않았지만, 바이트댄스가 홍콩 또는 미국 증시에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지난달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트댄스가 2분기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바이트댄스가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3000억 달러(약 340조원)로 텐센트와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시가총액이 많은 기술기업에 등극할 것으로 본다.
바이트댄스는 장이밍이 CEO에서 물러난 뒤 장기 전략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장이밍의 사임 발표가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 등 인터넷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시점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마윈이 이끄는 알리바바를 비롯해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바이트댄스는 지난달 인민은행 등 감독기관이 '웨탄'(約談·예약 면담) 형식으로 불러들인 일련의 인터넷 기업 군에 포함됐다.
중국에서 30~40대에 창업 신화를 쓰고 돌연 경영에서 물러난 경우는 장이밍 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인 핀둬둬의 창업자 황정(黃崢·41)이 돌연 이사회 회장직을 사임했다. 2015년 창업한 핀둬둬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저가 상품을 앞세워 소도시와 농촌 고객을 공략해 성장했다. 지난해 말 이용자가 알리바바와 징둥을 제치고 중국 1위로 올라섰는데, 창업 6년 만에 경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