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3:30 (금)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도마위에 오른 ' 롯데의 감독포석'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도마위에 오른 ' 롯데의 감독포석'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5.1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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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국내 프로야구 구단 중 처음 외국인 감독 영입 … 공격적 야구로 롯데팬들 열광
정규리그 3위로 거의 20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등 3년 연속 롯데 팬에 가을야구 선사
3년뒤 재계약 않아 롯데팬들 의아 … 대학 아마추어 감독 선임 악수둬 재도약 전기 날려
2년에 한 번꼴로 감독을 자주 교체하면서도 '성적부진'을 떨쳐내지 못한 이유 돌아봐야
사진(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왼쪽),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오른쪽))=롯데 자이언츠/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왼쪽),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오른쪽))=롯데 자이언츠/이코노텔링그래픽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후임에 래리 서튼 감독을 임명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롯데의 20번째 감독이다. 40년 동안 20명이니 평균 재임기간이 2년 밖에 되지 않는다. 자세한 내용을 모르더라도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다.

롯데는 지금까지 84년과 92년 두 차례 우승했다. 84년 우승 감독 강병철 감독이 다시 돌아와 92년 우승을 했으니 강 감독은 롯데의 유일한 우승 감독이다. 하지만 칭송만 받을 수는 없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상대로 롯데를 선택한 84년, 강 감독은 7차전 중 1,3,5,6,7차전 등 무려 다섯 차례나 최동원을 마운드에 올렸다. 최동원이 혼자 4승을 올려주는 바람에 첫 우승을 했지만 '미친 짓'이었다.

롯데는 2000년대 들어 '꼴데'라는 별명을 얻었다. '8888577'은 롯데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숫자다. 이는 롯데의 7년간 최종 성적으로 8개 팀 중 꼴찌는 거의 도맡아 했다.

위기에 빠진 롯데는 2008년, 모험을 한다. 8개 구단 중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것이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내가 본 바로는 화끈한 롯데 팬들과 가장 잘 어울렸던 감독이다. 무조건 정면 승부. 닥치고 공격. 타자들이 쓰리 볼 노 스트라이크(3-0)에서 가운데 들어오는 공을 안 치고 기다리면 불같이 화를 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쓰리 볼에서 타격을 하면 오히려 야단을 맞던 시절이었다. 지더라도 화끈하게 지는 모습에 열광한 부산 야구팬들은 사직야구장을 '거대한 노래방'으로 만들었다.

자연히 성적도 상승했다. 정규리그 3위로 거의 2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더니 3년 연속 롯데 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사했다. 부산 야구팬들에게 로이스터는 '히딩크'급이었다.

그런데 2010년 시즌이 끝난 뒤 롯데 구단은 로이스터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후임으로 고려대의 양승호 감독을 영입했다. 그 이유가 가관이었다.

"우리는 우승 감독을 원한다."

우승을 원하는데 잘하던 감독을 내보내고, 아마추어 감독을 영입한다?

분명히 뭔가 배경이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고려대 동문들의 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청와대 모씨의 입김이라고 했다. 이런 것까지?

양승호 감독은 성적도 내지 못한데다 고려대 감독시절 부정입학에 연루돼 입건되면서 1년 만에 경질됐다. 한창 불이 붙었던 롯데의 열기는 자연스레 식어버렸다.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재도약의 기회를 버린 것이다.

이번 허문회 감독의 경질은 성적부진에다 단장과의 불화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일의 성격상 단장과 감독 사이가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 신인 드래프트나 선수 트레이드는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의 몫이다.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모두 데려올 수도 없고, 감독이 볼 때 꼭 필요한 선수를 내보낼 때도 있다. 그래서 평소 소통으로 이견을 최대한 조율해야 한다. 롯데는 실패했다.

롯데의 스무 번째 감독인 서튼 감독은 로이스터 이후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서튼은 과연 제2의 로이스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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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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