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23:55 (화)
[손장환의 스포츠史說]차범근 진가 알게 한 손흥민
[손장환의 스포츠史說]차범근 진가 알게 한 손흥민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5.1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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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리그서 두 시즌 연속 ‘10-10’ 후 한 시즌 17골의 차범근 기록 타이
손흥민은 어릴때 엘리트 교육 받았지만 차범근은 26세 독일행 33세 최다골
스타 박지성과 손흥민을 얘기할 때마다 ' 차범근 축구역사 ' 는 더욱 빛 발해
사진(전 축구선수 차범근(왼쪽),축구선수 손흥민(오른쪽))=수원 삼성,토트넘 홋스퍼/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전 축구선수 차범근(왼쪽),축구선수 손흥민(오른쪽))=수원 삼성,토트넘 홋스퍼/이코노텔링그래픽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손흥민(토트넘)이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손흥민은 5월4일 셰필드와의 홈경기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면서 이번 시즌 16골-10도움으로 '10-10' (10골 이상 + 10도움 이상) 선수가 됐다.

또 8일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도 1골을 추가, 차범근이 1985-86시즌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시절 넣었던 유럽리그 한 시즌 한국선수 최다 골(17골)과 타이기록을 세웠다. 또한 챔피언스 리그 등 공식경기를 합하면 총 22골로 자신의 시즌 최다득점 기록도 깨뜨렸다. 손흥민은 2016-17시즌에 21골을 넣은 바 있다.

축구에서 '10-10'은 득점력과 어시스트 능력을 겸비한 멀티 공격수를 가리키는 기록이다. 야구에서 잘 치고 잘 달리는 호타준족의 지표로 사용하는 '30-30'(30홈런 이상 + 30도루 이상)과 비슷하다.

축구의 꽃은 역시 골이다. 골을 많이 넣어야 이기고, 골을 많이 넣는 선수가 가장 돋보이게 마련이다. 메시나 호날두의 득점력은 누구나 인정한다.

'축구 황제' 펠레나 '축구 신동' 마라도나는 득점력과 함께 드리블 능력과 돌파 능력을 겸비했던 선수다. 그러나 골 넣는 능력만 놓고 보면 독일(구 서독)의 게르트 뮐러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너무 오래된 대회이긴 하다)과 74년 독일 월드컵에서 보여준 그의 득점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176cm의 크지 않은 신장과 골대 앞에서 어슬렁거리는 것 같은 몸놀림. 화려한 드리블도, 폭발적인 돌파력도 없다. 그러나 벼락같은 슛으로 골을 넣는 능력은 최고였다. 서독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 62경기에서 무려 68골을 넣었다. 경기당 한 골이 넘는다.

현대 축구로 넘어오면서 득점력 못지않게 어시스트의 가치가 올라갔다.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하지 않고 무리하게 슛을 남발하는 선수 때문에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10-10' 선수는 골도 잘 넣고, 패스도 잘 하는 선수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프리미어 리그의 경우 한 시즌에 세 명 정도가 나온다. 한 명도 없을 때도 있었다. 손흥민이 더욱 대단한 것은 지난 시즌(11골, 10도움)에 이어 2회 연속 '10-10'이라는 점이다. 한 번도 어려운 대기록을 연속으로 달성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공격수인지를 증명한다.

손흥민은 이제 남은 세 게임에서 한 골만 더 넣으면 차범근의 기록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손흥민의 대단함을 얘기하다 보니 다시 차범근의 위대함이 보인다. 무려 35년 전 기록을 깨기 위해 손흥민이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프리미어리그를 최고로 치지만 당시에는 분데스리가가 최고였다.

손흥민은 어렸을 때부터 감독 아버지의 지도로 영재교육을 받았고, 10대에 유럽에 진출해서 선진축구를 경험했다. 군대 공백도 없다.

중2 때 축구를 시작한 차범근은 군 복무까지 마치고, 만 26세에 독일로 건너갔다. 당시 축구 후진국이었던 한국의 선수, 더구나 전성기를 지난 선수가 독일로 진출한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그런데 남들은 은퇴를 고려할 만한 33세에 자신의 최고 기록인, 한 시즌 17골을 넣었다. 85-86시즌 17골은 분데스리가 전체 득점 4위였다.

박지성이나 손흥민을 얘기할 때마다 그들의 그늘에 차범근이 가려지는 게 아니라 진가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차범근은 진정한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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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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