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을 '법인=총수' 지정 사례 없어 형사 제재 못해 형평성 논란 불가피
김범석 의장 가족거래 공시의무 없는 '특별대우'…현대차 정의선은 '총수'
새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쿠팡의 동일인(총수)에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아닌 법인 '쿠팡'이 지정됐다.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사례가 없고,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해도 형사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71개 기업집단(소속회사 2612개)을 5월 1일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29일 밝혔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시·신고 의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공정위는 신규 집단 8개의 동일인을 확인·지정하고, 현대자동차그룹과 효성 2곳의 동일인을 변경했다. 현대차그룹은 총수가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바뀌었다.
쿠팡은 자산총액이 5조8천억원이 되면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됐고, 쿠팡㈜이 동일인이 됐다. 김범석 의장이 미국 회사 '쿠팡 Inc'를 통해 한국법인 쿠팡㈜를 지배하고 있지만,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적이 없고 현행 제도로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도 어려워 김 의장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기업집단 지정 자료에 허위나 누락이 있으면 동일인이 형사처벌을 받는데, 외국인의 경우 형사 제재를 내리기 어렵다는 이유다.
다만 쿠팡이 국내에서 사업하고 수익을 내는 기업인데도 김 의장이 국적을 이유로 규제를 벗어난 만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동일인이 되면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한 공시 의무가 생기고 지정자료와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진다. 김 의장은 쿠팡 Inc 의결권이 76.7%인데도 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김 의장과 친인척 사이 거래도 알 수 없다.
현대차의 경우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취임했고, 정몽구 명예회장의 의결권 행사를 정 회장에 포괄 위임해 사실상 최다 출자자로서의 역할을 함에 따라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지주사 ㈜효성의 최다 출자자인데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의결권 행사를 조현준 회장에게 포괄 위임한 점이 고려됐다.
쿠팡과 함께 현대해상화재보험, 한국항공우주산업, 중앙, 반도홀딩스, 대방건설, 엠디엠, 아이에스지주가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새로 지정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수출입은행이 최다출자자인 점을 참작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 나머지는 최다 출자자나 최고 경영자인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KG는 이번에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 빠졌다.
한편 71개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지난해 매출(1344조5천억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전년보다 4.1% 감소했다. 기업집단별 평균 매출은 21조9천억원에서 18조9천억원으로 13.7% 감소했다. 이들 기업집단의 당기순이익은 9.4%(48조원→43조5천억원) 줄었다.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집단은 현대자동차(-4조2천억원), 롯데(-3조2천억원), 두산(-2조원)의 순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