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조양호의 한진 '…'3세경영'체제 전환
포스트'조양호의 한진 '…'3세경영'체제 전환
  • econotelling(이코노텔링)
  • 승인 2019.04.1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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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 숨기며 그룹 외풍과 맞섰던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16일 용인의 선영에 안장
자식에겐 혹독한 경영훈련…아버지에게 성과 보이려던 두 딸의 '일탈'에 가슴 앓이
지난 8일 타계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길식이 16일 열렸다. 고인은 선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잠들어 있는 묘역 곁에 영원한 안식처를 마련했다. 사진은 40년전인 1979년 제주도 제동목장에서 조중훈 창업주와 함께 정담을 나누는 장면이다.술과 담배를 멀리했던 조양호 회장은 평생 사진찍기를 좋아했는데 이날도 사진기를 목에 걸고 있다/대한항공 제공
지난 8일 타계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16일 열렸다. 고인은 선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잠들어 있는 묘역 곁에 영원한 안식처를 마련했다. 사진은 40년전인 1979년 제주도 제동목장에서 조중훈 창업주와 함께 정담을 나누는 장면이다.술과 담배를 멀리했던 조양호 회장은 평생 사진찍기를 좋아했는데 이날도 사진기를 목에 걸고 있다/대한항공 제공

미국에서 지난 4월8일 유명을 달리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해가 하늘길을 빌려 국내로 운구 된 지 나흘만인 16일 경기도 용인의 선영에 묻혔다. 최근 5년 동안 그룹은 외풍에 시달렸고 속이 상한 일이 적잖았지만 흔들림 없이 그룹을 이끌던 그는 지난해 말 별안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동안 숨겨왔던 폐질환이 악화됐고 이는 자신의 신병을 돌보지 않고 그룹일에 매달린 결과였다. 지난 3월4일에 열렸던 창립50주년 행사장에는 그가 돌아올 것으로 그룹에선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행사장에 나올 수 없었다. 그 때 미국 LA의 한 병원에서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게 조 회장의 ‘마지막 출국’이 될 줄 아무도 몰랐다. 45년간 그와 함께 했던 대한항공의 대표이사 자리를 국민연금의 개입으로 내려놓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까지  어느정도 호전됐다가 주총결과를 듣고 의식이 불투명해졌다고한다.

2003년부터 한진그룹을 이끌면서 여러 풍파를 겪었지만 조 회장은 대한항공을 보란듯이 세계 10위권의 항공업체로 키웠고 나랏일에는 발 벗고 나섰다. 특히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기어코 올림픽 깃발이 국내에 펄럭거리게 만들었고 조직위원장 자리에 올라 '평화 올림픽'의 기틀을 다졌다. 올림픽 성공을 위해 그룹의 인력을 조직위원회에 보냈고 1000억원의 올림픽 성금을 내놨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면서 사진찍기 취미를 갖고 있던 조 회장은 그가 찍은 사진으로 캘린더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보냈고 운동선수 들에게 따뜻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대한항공 소속의 배구와 탁구는 국내 최정상팀으로 끌어 올렸다.

조양회 회장 자녀들이 운구차를 따르고 있다. 왼쪽부터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 사람 건너 조현태 대한항공 대표이사./뉴스1
조양회 회장 자녀들이 운구차를 따르고 있다. 왼쪽부터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 사람 건너 조현태 대한항공 대표이사./뉴스1

하지만 그룹을 이을 자녀들에겐 엄격했다고 한다. 조 회장은 언젠가 지인들에게 “아이들에게 경영훈련을 혹독하게 시키고 있다. 안이한 자세를 보이면 호통을 친다. 눈물도 흘려보고 현장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경영자질을 보이지 않으면 회사를 물려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2세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아버지에게 보이려고 무척 애를 썼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지나쳤던 것일까. 기내 서비스의 매뉴얼을 꼼꼼히 챙긴다는 의욕은 ‘땅콩 회항’이 됐고 광고 마케팅의 핵심 콘텐츠를 좀 더 다듬겠다는 ‘과욕'은 ‘물컵 갑질’이 됐다. 이로인해 “다 아비의 잘못이니 (자식들을)용서 해달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돌아서는 고인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였다. 그룹을 떠나 독자경영을 하던 한진해운이 경영위기를 겪자 이를 살려보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2016년 법정관리를 거쳐 파산절차를 밟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조 회장은 조용한 성품을 지녔지만 위기를 이겨내는 결단력은 돋보였다고 한다. 16일 열린 영결식장에서 35년간 조 회장을 보좌했던 석태수 한진칼 대표는 "숱한 위기와 어려움에도 항상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길로 이끌어 주셨던 회장님의 의연하고 든든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회장님이 걸어온 위대한 여정과 추구했던 숭고한 뜻을 한진그룹 모든 임직원이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고인의 오랜 친구인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세계 방방곡곡에서 태극 마크를 담은 대한항공 비행기를 볼 때 큰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며 "그 자랑스러움을 안겨준 조 회장이 그의 평생의 일터인 하늘나라로 떠난다. 당신이 사랑했던 하늘에서 이제 평안히 쉬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추모했다.

조양호 회장의 운구차는 16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 들러 임직원들의 배웅을 받았다. 이날 운구차의 핸들은 조 회장의 차량을 36년간 운행하며 조 회장의 경영 활동반경과 함께 했던 퇴임 운전기사가 자청해  잡았다.
조양호 회장의 운구차는 16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 들러 임직원들의 배웅을 받았다. 이날 운구차의 핸들은 조 회장의 차량을 36년간 운행하며 조 회장의 경영 활동반경과 함께 했던 퇴임 운전기사가 자청해 잡았다.

이날 조 회장 운구차의 핸들은 오랫동안 조 회장의 활동반경을 지켜본 베테랑 드라이버가 잡았다. 1981년~2017년까지 36년간 고인의 차량을 운전했던 이경철 전 차량 감독은 2017년 퇴직했지만 자청했다고 한다. 조 회장의 마지막 길을 편안히 모시고 싶다는 뜻을 비쳐 그룹이 운전대를 그에게 맡겼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 앞 도로와 격납고 앞에 도열해 조 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조 회장은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에 '영원한 안식처'를 마련했다. 이곳에는 2002년 별세한 고인의 선친인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회장과 3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 김정일 여사가 안장돼 있다. 그는 “가족끼리 잘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어 가라”고 유언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한진의 3남매’가 이젠 한진그룹의 재도약이란 ‘숙명적 과업’을 일굴 차례다.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