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6 09:40 (일)
[손장환의 스포츠史說]"올림픽 축구金" 호들갑
[손장환의 스포츠史說]"올림픽 축구金" 호들갑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4.26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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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 떠나 조별 추첨에서 '최상의 조'에 속했다며 김치국물
뉴질랜드ㆍ루마니아ㆍ온두라스 한국보다 랭킹 낮아도 경기 결과 장담 못해
추첨 운 있었던 2006년 독일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 리그 탈락 쓴 맛
사진=도쿄올림픽경기대회조직위원회/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도쿄올림픽경기대회조직위원회/이코노텔링그래픽팀.

코로나로 인해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이 과연 열릴 수는 있을까. 일본 정부는 국내 관중만 있어도 반드시 개최하겠다는 의욕을 밝히고 있지만 최근 일본 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준비는 계속해야 한다. 4월21일 남자축구 본선 조 추첨이 있었다. 한국은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는 뉴질랜드, 루마니아, 온두라스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이 결과를 놓고 축구협회, 언론, 축구 팬들 모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상의 조라고 환호하고 있다.

나의 평가는 '최악의 조는 피했다'는 정도다. 프랑스, 멕시코, 독일, 스페인 등 강호들을 피한 것은 분명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 최악의 조는 있어도 최상의 조는 없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팀 중에서 객관적이고 확실하게 우리보다 약한 팀은 없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온두라스, 루마니아 중에서 우리가 확실하게 이긴다고 장담할 수 있는 팀은 어느 팀인가. FIFA 랭킹에서 한국(39위)이 루마니아(43위), 온두라스(67위), 뉴질랜드(122위)보다 높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참고자료일 뿐이다. 차이는 없다고 봐야한다. 압도적인 차이가 아니라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스포츠의 묘미다.

한국축구의 도쿄올림픽 목표는 금메달이다.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다. 금메달의 근거는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2016 리우올림픽 8강이다. 이 성적을 바탕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개최국 일본과 함께 1번 시드를 받았으니 이번에는 금메달을 노려볼 만하다는 거다. 포부도 좋고, 패기는 높이 살 만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보면 좀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봐왔던 한국축구의 체질은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한' 모습이다. 사회생활 측면에서 보면 매우 정의롭고 바람직한 모습이지만 스포츠에서는 그렇지 않다.

강팀을 만났을 때는 긴장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서 좋은 경기를 펼친 경우가 많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의 목표는 '소박하게' 1승 이상과 16강 진출이었다. 이전까지 본선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으니 당연한 목표였고, 개최국이 예선리그 탈락하는 불명예는 최소한 면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첫 경기부터 이기더니 '붉은 악마'라는 한국인 특유의 신바람까지 겹쳐져 생각지도 않던 4강 신화를 쓰게 된 것이다.

반대로 만만한 팀을 만나면 여유가 넘치는지 지지부진한 결과로 이어진 경우가 너무나 많다.

4강 기세를 이어간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보자. 토고를 이기고, 강호 프랑스와 비겨 16강 진출을 자신했다가 프랑스보다 만만하다던 스위스에 0-2로 지는 바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지금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와 한 조로 묶여 '최상의 조'라고 흥분했다. 그 결과는? 러시아와 1-1로 비긴 뒤 알제리에 2-4로 지고, 벨기에에게도 0-1로 져서 1승도 못 거두고 탈락했다. 최상의 조라고 호들갑 떨었던 게 미안할 정도였다. 비슷한 팀끼리 이기고 지는 것은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좋은 경험했다"고 말했는데 후배인 이영표 해설위원이 "월드컵은 경험하는 곳이 아니라 실력을 증명하는 곳"이라고 일침을 날린 일화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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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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