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7 05:15 (토)
[손장환의 스포츠史說]벤투와 정몽규의 리더십
[손장환의 스포츠史說]벤투와 정몽규의 리더십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3.2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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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의 참사 한일전 '0-3 패배'…전술도 투혼도 없는 '맹탕 축구' 민망
1970년대 '뻥축구' 재현한 느낌…"대표팀 이끈 3년간 뭐가 달라졌단 건가"
그의 과거 감독 성적도 도마에…정몽규 회장 취임 후 '참사' 다발 우연인가
사진(축구 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왼쪽),대한축구협회 회장 정몽규(오른쪽)),자료=대한축구협회,HDC/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축구 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왼쪽),대한축구협회 회장 정몽규(오른쪽)),자료=대한축구협회,HDC/이코노텔링그래픽팀.

경기를 보는 내내 눈을 의심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3월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국 대 일본의 친선 A매치에서 한국은 졸전 끝에 0-3으로 졌다. 점수 차가 문제가 아니었다. 월드컵에서 4강 경험을 한 뒤 이제는 어떤 팀을 만나도 우리만의 플레이로 맞장을 뜰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번 경기에서 한국이 고전하리라는 예상은 경기 전부터 있었다. 일본은 유럽 선수까지 포함된 최정예 대표였고, 한국은 손흥민과 황의조 등 해외파가 거의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일전은 항상 실력 이외의 변수가 작용한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것을 정신력이라고도 하고, 투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그것마저도 없었다. 이렇게 무기력한 한일전은 처음 봤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하는데 '순망치한(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모습만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수비수끼리 볼을 돌리다가 상대 공격수가 압박하면 골키퍼에 백패스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이게 진정 한국축구대표팀이 2021년에 보여준 플레이인지 의심했다. 정말 오랜만에 수많은 백패스를 구경했다.

1993년 축구 기자가 되기 전에는 나도 '백패스를 하는 수비수'만 욕하는 '아마추어 축구 팬'이었다. 그러나 현장 취재를 하면서 수비수가 백패스를 하는 이유는 앞에서 패스를 받아줄 선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수비에서 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수로 연결되는 빌드 업을 하려면 모든 선수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빈 공간을 찾아들어가야 한다. 가만히 서있는 선수에게 패스하는 것은 상대에게 역습하라고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축 선수가 빠져서, 선수 개인의 능력이 떨어져서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적재적소에 맞는 선수를 뽑고, 떨어지는 개인 능력을 작전과 팀 전술로 보완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이제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역량을 심각하게 의심할 때가 왔다. 벤투 감독은 2018년 9월부터 대표팀을 이끌었다.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이 정도라면 자신의 축구 철학이 드러나야 하고, 대표팀의 플레이에서 벤투의 색깔이 진하게 나타나야 한다.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 무엇을 보여줄 건지도 모르겠다.

대한축구협회는 벤투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4년 계약을 했다. 정확한 연봉은 밝히지 않았지만 15억 원 이상의 역대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포르투갈 감독을 맡아 유로 2012에서 포르투갈을 4강으로 이끈 능력을 크게 평가했다.

하지만 2016년 이후를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브라질 클럽팀을 맡았다가 1년도 안 돼 그리스팀으로 옮겼다. 2018년에는 중국의 충칭 감독으로 부임했으나 성적 부진(13위)으로 리그 도중에 경질됐다.

이런 이유로 벤투 부임 당시부터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히딩크 때의 경험도 있어서 시간을 갖고 기다리자는 입장이었으나 이번 한일전을 보고 완전히 기대를 접었다.

히딩크는 0-5로 지더라도 철학과 목표가 뚜렷했다.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벤투는 이도저도 아니다. 정몽규 대한축협회장이 "송구하다"며 한일전 패배에 대해 사과했지만 그게 처방전이 아니다. 축구협회의 감독 선구안 수준이 그것밖에 안된 것 같다. 정 회장이 축구협회를 이끌면서 빚어진 '참사'가 이번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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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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