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요 도시에는 일반적으로 라오제(老街) 즉 옛거리가 있다. 청조시기의 건축양식으로 거리 양켠의 건물이 건축되고 이들 건물은 주로 각종 상가로 사용되는 거리다.
원래 청조시기의 건물이 이어져 오는 곳도 많이 있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전통양식으로 거리를 새롭게 조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로서는 그런 거리를 거의 갖고 있지 않아 쉽게 거리모습이 연상되지 않으나 서울의 인사동에서 파는 상품군에 그에 걸맞는 조선조 풍의 건물이 함께 들어선 곳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이곳 위린의 라오제에는 종루와 고루 그리고 몇몇 도교 관련 전각이 있고 거리 양켠에는 전통양식의 상가건물이 늘어서 있어 옛 위린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라오제의 한 골목에 위린민속박물관이 있어 찾아갔다.국가기관에서 관리를 하고 입장료는 무료였지만 방문자 일지에 신원을 기록하도록 되어있다. 중국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각급 박물관은 입장료를 받진 않지만 대신 참관자의 인적사항을 기록하도록 하는데 이는 아마도 박물관 운영과 관련해 참관자의 특성을 유형별로 분석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개인의 주택이었던 것을 국가기관이 인수하여 관리하는 이 민속박물관은 전형적인 청조 시기의 사합원 구조를 띄고 있다.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로 세로 각각 1m가 넘을 것 같은 큰 돌판에 기하학적인 문양이 조각되어 있는 조벽 ( 집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고 격리하는 기능을 가진, 대문 안에 설치된 일종의 장벽으로 많은 경우 이곳에 각종 부조나 조각을 하여 주택의 품격을 높이게 된다 ) 이 나타나고, 90도로 방향을 틀어야 비로소 집안으로 연결된다. 사합원 구조는 집과 외부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집 구조로 집안에서는 바깥의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을 잊고 아주 안온함을 느낄 수 있다.
가장이 거주하는 공간과 이에 대응되는 공간 그리고 주방이 잘 정돈되어 있다. 침실과 주방에서는 명조와 청조시기 사람들의 생활공간이 어떻게 구성되고 또 각종 생활용품이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전시해 두고 있고 직원들이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중국인의 생활에서 기름은 우리보다 중요성이 훨씬 컸고 따라서 기름용기에 대해서도 설명이 자세히 이어진다. 기름을 담는 용기와 술을 담는 용기가 뚜렷이 다르고 부엌구조도 잘 살펴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아궁이 하나에 火氣가 두 곳으로 갈라지도록 설계되어 한 아궁이에서 나오는 화기로 두 가지 요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구조였다. 맷돌이나 신선로 용기는 우리의 그것과 같았다. 상당수 생활용기는 우리 것과 비슷했지만 우리는 잘 보지 못하거나 아예 우리에게 없는 생활용품도 보였다. 지리문화환경의 차이에 의한 생활용품의 차이고 결국 우리와 중국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문화의 차이를 형성하는 것일 게다.
민속박물관을 나와 고루와 종루 그리고 몇 개 도교관련 전각을 둘러보고 북부시외버스터미날로 가서 모레 내몽골의 어얼두스로 가는 버스표를 66위안에 구입했다. 2시간 반쯤 소요된다고 한다.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시 중심가로 돌아와 성벽주위를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