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7 04:20 (토)
[손장환의 스포츠史說]삼성생명 김보미의 '감동 투혼'
[손장환의 스포츠史說]삼성생명 김보미의 '감동 투혼'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3.22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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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5차전서 단신임에도 혼신의 리바운드 캐치
슛 성공 후 다리 풀린상태로 작전타임 때 동료 선수 부축 받으며 벤치로
스포츠는 최선 다할 때 감동…1994년 아시안게임 日에 져주기 떠올라
사진(농구선수 김보미(오른쪽))=삼성생명 블루밍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농구선수 김보미(오른쪽))=삼성생명 블루밍스/이코노텔링그래픽팀.

3월15일.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5차전을 지켜봤다. 결과는 정규리그 4위 삼성생명이 2위 KB국민은행을 3승2패로 꺾고 챔피언이 됐다.

전력만 보면 KB가 한 수 위였다. 정규리그 성적도 좋고, 196cm의 국내 최고센터 박지수가 버티고 있다.

삼성생명은 노장 선수들도 많고, 경기 내내 두 명의 선수가 박지수를 막는 더블 팀을 사용했기 때문에 체력도 떨어졌다.

하지만, 언더독의 반란은 5차전에서도 이어졌다. 삼성생명은 약세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초반부터 끝까지 KB를 압도했다. 그중에서도 김보미가 가장 눈에 띄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35세 노장.

마지막 4쿼터에서 쏜살같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 레이업슛을 성공시킨 뒤 다리가 풀려 쓰러지는 장면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작전타임 휘슬이 울리자 동료의 부축을 받고 벤치로 겨우 돌아갔다. 정규리그 평균 6.1득점, 2.8리바운드였는데 챔피언결정전 평균이 12득점, 4.6리바운드라는 기록만 봐도 그가 얼마나 처절하게 마지막 힘까지 쥐어짰는지를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스포츠가 주는 감동이다. 챔피언 모자를 쓰고 은퇴식을 치른 김보미는 '피, 땀, 눈물'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 줬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을 취재할 때 본 농구 경기가 생각난다. 내 기억 속에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중국이 남녀 모두 아시아 최강이었다.

한국과 중국의 남자 농구 결승전. 당시 남자 대표 팀의 주축 선수는 허재였다. 한국이 25-23으로 앞서던 전반 7분. 허재가 드리블로 하프라인을 넘을 때 중국의 후웨이동과 부딪쳐 넘어졌다. 대수롭지 않게 봤는데 웬걸. 허재가 절뚝거리며 교체되더니 끝날 때까지 나오지 못했다. 주축 선수가 빠진 한국은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하고 72-100으로 대패했다. 맥 빠진 결승이었다.

경기 후 감독이 말했다. "후웨이동이 의도적으로 무릎을 허재의 허벅지에 갖다 댔다. 근육 파열로 뛸 수가 없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훌륭한 작전이었겠지만 명백한 더티 플레이다. 여자 농구에서는 완전히 반대였다. 예선에서 중국을 103-73으로 대파한 한국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에 '져주기 추태'를 보였다. 일본을 이기면 결승에서 다시 중국과 맞붙고, 일본에 지면 결승 상대가 일본이었다. 비록 예선에서 30점 차로 이겼지만 중국은 여전히 버거운 상대였다. 한국은 결승 상대를 일본으로 정했다. 그럴 수 있는 작전이다.

하지만 일본전에서 보여준 한국의 태도는 온갖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3점 슛을 넣은 선수는 빼버리고, 센터에게 3점 슛을 지시하는 등 무성의하고도 창피한 장면이 경기 내내 이어졌다.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지고, 취재를 하는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태극 마크를 달고 뛰는 국제경기에서, 더구나 아시아 국가 전체에 생중계되고 있는 경기에서 보여준 추태였다.

한국은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10점 차로 뒤지다가 다행히 막판 1점차 역전승을 거둬 목표인 금메달은 목에 걸었다. 이 결과만을 놓고 '탁월한 선택'이라고 칭송한 언론과 팬들이 있었지만 나는 내가 본 경기 중 가장 추악한 '승부조작'이었다고 말한다.

폭력과 꼼수,불법과 승부조작이 승리와 우승으로 가려질 수 있다면 스포츠 정신을 명백히 훼손하는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은 스포츠에서 배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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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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