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경제 절정기의 일본과 흡사"경고 메시지
일본의 유력 매체인 아사히신문이 한국의 주식투자 열풍을 1980년대 말 일본 경제가 겪은 거품에 비유하며 그 실태와 배경을 자세히 소개했다.
아사히신문이 9일 한국의 주가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주요 20개국(G20)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고, 새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증시 활황의 주역이 젊은 개인 투자자들 '동학개미'라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위험을 안고 투자하는 동학개미의 사례로 전자부품 업체에서 일하는 남성(28)을 들었다. 이 직장인은 근무 중 컴퓨터로 업무 관련 이메일을 확인하는 척하면서 인터넷 서핑을 통해 주가가 오를 만한 기업의 정보를 찾는다. 그는 "상사 눈을 피해 모두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혼해 아이를 갖고 싶다는 그는 300만원 정도인 월급으론 아파트 장만은 물론 자녀 교육비도 댈 수 없다면서 금리가 너무 낮아 저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지난해 1월 주식투자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손실을 보기도 했지만 지난 1년간 800만원을 벌었다는 그는 일과 중 휴식시간에 식당에서 만나는 동료들이 주식투자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금을 모두 날린 주변 사람도 있지만, 주식투자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 이유로 근로시간 상한을 주 52시간으로 묶은 제도가 올 1월부터 순차적으로 중소기업에도 적용돼 잔업수당을 받을 수 없는 등 달리 기댈만한 수입원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아사히는 한국에서 주식에 빠져드는 젊은이 중에는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을 뚫고 서울 소재 유명대학을 나와 재벌기업에 취직한 사람도 예외가 아니라며 오전 9시 주식거래가 시작되면 젊은 사원들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는 현상을 언론이 다뤘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에선 이런 20~30대 개인 투자자를 '동학개미'라고 부른다며 외국인이나 기관에 대항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양태를 반영해 19세기 말 외국자본 진출 등으로 고통받던 농민들이 일으킨 '동학농민혁명'에서 따온 표현이라 소개했다. 또한 KB국민은행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1년 전보다 20% 올라 평당 4030만원이 됐다며 동학개미 출현 배경에는 급등한 수도권 집값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0%로 주가가 실물경제를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한 아사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업계 신년회에서 "잠재적 위험이 올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완화로 돈이 증시에 유입되는 것에 경종을 울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