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2:10 (목)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 김보름의 레이스를 탓할 수 있나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 김보름의 레이스를 탓할 수 있나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1.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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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여자 팀 추월 경기 마지막 바퀴서 노선영 따돌렸다 여론화살
랩타임 유지하는게 승부의 관건…문체부 특별감사는 '의도없었다' 결론
뒤처진 선수 놔두고 일부러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스포츠 정신 어긋나
사진=대구시,평창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이코노텔링그래픽팀.
김보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사진=대구시ㆍ평창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이코노텔링그래픽팀.

'김보름'이라는 이름이 2년 만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평창 올림픽 당시 노선영을 왕따 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던 김보름이 노선영 때문에 정신적, 금전적 손해를 봤다며 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일까. 2년 전으로 되돌아 가보자.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 여자 8강전에 한국은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이 한 팀을 이뤄 출전했다.

그런데 마지막 바퀴에서 노선영이 현격하게 뒤처지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이 경기를 중계했던 SBS 중계진은 마지막 선수의 기록으로 결정되는 종목 특성상 앞의 두 선수가 빨리 가봐야 소용없다며 노선영을 챙기지 못한 두 선수를 비난했다.

나는 이 중계를 직접 보지 못했다. 그래서 중계진이 어느 정도로 김보름을 비난했는지 모른다. 당시 언론보도는 노선영이 왕따를 당했다고 했다. 김보름과 박지우 둘이 짜고 노선영을 망신주기 위해 일부러 가속을 했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할까 의아했지만 직접 경기를 보지 않았기에 판단을 유보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문체부에서 특별감사를 했다. 그 결과는 "왕따는 없었으며 의도적인 가속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결과를 신뢰한다.

마지막 바퀴에서 앞에 있는 두 선수가 의도적으로 가속을 한다?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려면 그 전에 체력을 비축해야 하는데 순위 경기도 아닌 기록 경기에서 그럴 수 없다. 여자 팀 추월은 400m 트랙을 6바퀴 돈다. 이 경우는 랩(lap) 타임이 중요하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김보름과 박지우는 마지막 바퀴까지 자신의 랩 타임을 지켰다. 연습하던 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다. 노선영이 급격하게 뒤처졌을 뿐이다. 아마 중계를 본 사람들은 두 선수와 노선영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니까 착시 현상을 일으켰을 것이다. 육상 100m의 최강자 우사인 볼트의 경기를 보면 마지막에 볼트가 쭉 치고 나간다. 볼트가 더 가속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다. 볼트는 속도를 유지했고, 다른 선수들의 속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자신의 속도를 지킨 것뿐이라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노선영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거나 당일 컨디션이 나빴거나 아니면 아예 실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그걸 지적해야 하고, 실력이 모자랐다면 대표 선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빙상연맹이나 선수단 차원에서 이 종목은 메달 욕심을 버리고,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자고 했는데도 두 선수가 지시를 어겼다면 비난받을 만하다. 그게 아니라면 뒤처진 선수를 위해 일부러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경기 후 김보름이 '썩소'를 날리고, 노선영을 비난하는 투의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것은 본질이 아니다. 이미 중계를 통해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의 시각이다. 선입견 없이 보면, 그냥 아쉬운 성적에 실망한 선수가 한 말일 뿐이다. 경기를 막 끝낸 선수가 여론을 어찌 알겠는가.

김보름이 얼마를 보상받느냐는 관심 밖이다. 다만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게 스포츠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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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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