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5 11:30 (목)
[이필재의 CEO 스토리] 유재흥의 '계란경영' 한 우물
[이필재의 CEO 스토리] 유재흥의 '계란경영' 한 우물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jelpj@hanmail.net
  • 승인 2021.01.27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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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간 닭과 씨름…계란 생산은 물론 계란 활용한 가공식품, 칼슘 제품 등 수직 계열화
국내 최대 스마트팜 방식의 양계장 운영하면서 한번도 조류인플루엔자에 뚫린적 없어
계란껍질로 칼슘 만드는 기술日서 전수거부…독자 개발해 일본 뛰어 넘은 '克日경영인'
IMF위기 때 美호텔서 냉대…"반도체 만드는 나라가 부도 나면 어떤 대우 받는지 실감"
사진(가농바이오 유재흥 회장)=가농바이오.
사진(유재흥 가농바이오 회장)=가농바이오.

식품 첨가물로 쓰이는 먹을 수 있는 칼슘은 달걀껍질로 만든다. 분말 또는 액체로서 유유, 두유, 과자, 라면 등에 들어간다.

국내 최대, 최고의 산란계(알 낳는 닭) 스마트팜인 가농바이오(주)의 유재흥 회장은 오래 전 이 기술을 일본에서 들여오려 했다. 일본 업체가 기술 제공을 거부했다.

그는 기술 도입 없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에서 자체 기술로 칼슘을 만드는 회사는 지금도 가농이 유일하다. 유 회장은 "일본 기술보다 낫다"고 자부했다.

"계란의 품질도 일본 어느 농장보다 좋습니다. 16년 전 시작한 대일 수출을 관세 장벽 탓에 중단했지만 원가 경쟁력이 있어요. 지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덮쳐 잠시 중단됐지만 홍콩엔 수출합니다."

가농은 계란뿐 아니라 별도 설비에서 계란 가공식품, 칼슘, 비료 등을 일괄생산한다. 계란 관련 제품을 수직계열화한 것이다. 계란 가공식품의 원료는 계란 흰자와 노른자,비료 원료는 닭이 배설한 똥이다.

"지난 66년간 계란이라는 한 우물을 팠습니다. 잘 안 되면 될 때까지 했어요. 되는 방법을 집요하게 찾아냈습니다.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면역이 생긴 닭이 낳는 항 위염-십이장염 항체 함유 계란도 이런 과정을 거쳐 태어났어요. 끝까지 해야 가장 잘 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하루에 90여 만 개의 계란을 생산한다. AI가 다시 국내 닭 농장을 내습했지만 가농의 농장은 한번도 AI가 침투한 적이 없다. 유 회장은 "산란계 농장으로서는 세계 최고의 방역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과거에 AI가 침투했을 때는 계란 상인, 닭똥 실은 차량 등을 통한 '수평 전파'가 이슈였습니다. 정부와 업계가 잘 대처해 이 수평 전파는 잘 막고 있습니다. 요즘 AI는 야생조류가 날아다니면서 배설하는 분변에 의한 감염 말하자면 '수직 전파'가 문제이고, 농장들이 자체적으로 방역을 하지 않으면 침투를 막을 길이 없어요."

AI도, 코로나19도 바이러스가 감염원이다.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가농의 방역 경험의 시사점은 뭘까?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금의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은 철새 이동에 따른 AI의 수직 전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무증상 감염의 경우 역학조사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백신에 의한 집단면역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각자 스스로 물리적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챙기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장수 기업인 가농은 국내 계란의 역사를 썼다. 우선 계사의 대형화·자동화·컴퓨터시스템화를 선도했다. 병아리 40만 마리를 포함해 160만 마리를 키우는 가농의 계사는 산란계·육계 통틀어 국내 최초의 완전한 스마트팜 양계장이다. 24시간 모니터링하는 냉난방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사료 및 물의 양을 컴퓨터가 조절한다. 그래서 계란 품질이 높고 일정하다. 오메가3·DHA가 들어간 것, 비타민E 등이 많이 함유된 것 등 기능성 계란 생산도 가장 앞섰다.

"닭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섭취한 몸에 좋은 성분을 자식에 해당하는 계란에 집어넣고 질병을 막는 면역 시스템도 자식에게 이전합니다. 이렇게 자식에게 이전하는 효율이 닭이 가장 높아요. 장차 각종 비타민도 스마트팜 계란 하나면 하루 필요량을 채울 수 있을 거예요."

품질 등급, 산란 농장 및 산란 날짜 표시, 닭농장·계란가공품의 안전성을 증명하는 해썹(HACCP) 인증을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기준을 만들어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해마다 관련 상을 휩쓸어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가농은 전국의 닭 농장에 유럽의 첨단 양계 설비와 시스템을 공급하는 일도 한다. 이 시장의 점유율이 50%에 이른다.

"양계를 하는 전국의 전업농가들과 협업해 계란의 품질을 높이는 상생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들이 서로 손잡고 가농처럼 첨단 시설과 운영 소프트웨어를 갖추게 하는 거죠. 이 급변하는 시대에 이들과 공생하는 우산을 만들고 그 아래서 이들 농가가 미래의 꿈을 실현했으면 좋겠어요."

유 회장은 1997년 IMF 체제 당시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업계 박람회에 갔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늘 묵던 힐튼호텔에 투숙하려 카운터 앞에 줄을 섰다. 박람회 전날이라 네 줄이나 됐다. 차례가 돼 신용카드를 내밀었지만 받지 않았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포함해 어떤 신용카드도 '노' 했다. 예약금 1000달러를 현찰로 요구했다. 다행히 지갑에 차곡차곡 접어 넣어둔 비상금 1000달러가 있었다.

"그때까지 해외에 나가면 반도체와 자동차를 양산하는 나라 출신이라고 우쭐했는데 하루아침에 나라가 무너진 기분이었죠. 국가 부도사태를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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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중앙일보 경제부를 거쳐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간중앙 경제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ㆍ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자 등을 지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라-대한민국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경영 트렌드>, <CEO를 신화로 만든 운명의 한 문장>, <아홉 경영구루에게 묻다>, <CEO 브랜딩>,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공저) 등 다섯 권의 CEO 관련서를 썼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기자 및 기자 지망생을 가르친다. 기자협회보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로 있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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