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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장환의 스포츠史說 ] 김운용의 'IOC인생 역정'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 김운용의 'IOC인생 역정'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1.01.2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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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육의 국제위상 높인 '스포츠 거인 ' … 시드니 올림픽 남북 공동입장 성사
9년간 대한체육회 이끌어 … IOC안에서 입김 막강해 일부 외국I OC위원도 쩔쩔
공금횡령 문제로 수감되는 등 말년은 쓸쓸 … 그의 업적에 비해 평가절하 아쉬워
사진(故 대한체육회 김운용 회장(왼쪽))=김운용스포츠위원회/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故 전 대한체육회 김운용 회장=김운용스포츠위원회/이코노텔링그래픽팀.

1월 18일, 제41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서 현 이기흥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대한체육회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에 조선체육회라는 이름으로 창설돼 지난해에 100주년을 맞았다.

2009년에는 대한올림픽위원회와 통합했고, 2016년에는 국민생활체육회와 통합하면서 명실 공히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을 모두 관할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만큼 회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100년 동안 거쳐 간 체육회장은 모두 35명이다. 윤치호, 여운형, 신익희, 조병옥, 이기붕, 이철승, 노태우 등 초반에는 정치인들이 많았고, 1982년에는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맡기도 했다.

역대 회장 중에서 가장 많이 생각나는 사람은 고 김운용 회장이다. 1993년 31대 회장에 취임해 두 차례 연임하며 9년간 재임한 최장수 회장이다.

그가 생각나는 이유는 세계 스포츠계에 한국의 위상을 올려놓은 공적 때문이다. 40세 때인 1971년 대한태권도연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그는 73년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창설하고, 82년 서울올림픽조직위 부위원장이 되면서 사마란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친분을 쌓았다. 외교관 출신답게 언어 능력, 친화력, 폭넓은 대인관계로 국제 스포츠계의 거물이 됐고, 86년 IOC 위원 선임에 이어 92년에는 IOC 부위원장까지 올랐다.

사실 국내에서는 그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였다. 감투 욕심도 많았고, 돈 문제가 그리 투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정적도 많았다.

나 역시도 김 회장의 위상이 부풀려져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그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IOC 총회가 열리는 호텔 로비에서 김 회장과 대화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멀리서 리처드 파운드(캐나다) 위원이 보였다. 파운드 위원은 IOC 내에서 김 회장과 가장 적대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나는 파운드 위원을 정면으로 봤지만 파운드 위원은 김 회장의 뒷모습만 볼 뿐이었다. 그런데 그 때 내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파운드 위원이 잰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김 회장에게 깍듯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이 정도라고?

김 회장은 2001년 IOC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 비록 아쉽게 떨어졌지만 세계스포츠 대통령에 도전할 만한 실력과 카리스마가 있었다.

김 회장은 시드니올림픽 때 역사적인 남북공동입장을 이끌어낸 당사자다. 북한의 장웅 IOC 위원과 물밑 접촉 끝에 성사시켰다. 당시에는 큰 뉴스였다.

입장할 때 한반도 기를 든 남북 기수들이 맨 앞에, 그 뒤로 김운용과 장웅, 3열에 남북 선수단장, 그리고 선수단이 들어오는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막상 개회식 때 보니 기수 뒤에 김운용, 장웅과 남북 선수단장까지 4명이 함께 손을 잡고 입장했다. 오보를 한 것이다.

알아보니 북한 선수단장의 공산당 서열이 장웅보다 높았던 것이다. 북한 선수단에서 서열이 낮은 장웅이 절대로 앞에 설 수 없다고 우겨서 궁여지책으로 4명이 함께 손잡고 입장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스포츠에 정치가 끼어드는 사례였다.

김운용 회장은 2017년 타계했다.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에 연루돼 2005년 IOC 위원을 사퇴하고, 국내에서는 공금횡령 문제로 수감되는 등 쓸쓸한 말년을 보냈지만 그가 대한민국 스포츠계에 남긴 업적은 언제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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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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