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4:25 (수)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 최희암 감독의 '인생 3모작'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 최희암 감독의 '인생 3모작'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0.12.21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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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농구대잔치서 대학팀 최초로 우승 이룬 스타감독서 최고 경영자로
열사의 중동건설현장서 일하다 농구감독거쳐 고려용접봉 부회장으로 안착
서장훈, 문경은 등 스타선수와 불화겪다 유재학에게 관리 맡긴 용병술 유명
사진(최희암 전 농구 감독)=KBL/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최희암 전 농구 감독)=KBL/이코노텔링그래픽팀.

최희암 감독의 최근 소식을 우연히 들었다. 프로농구 전자랜드 감독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는데 엉뚱(?)하게도 고려용접봉이라는 기업의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단다.

감독을 그만 둔 2009년에 고려용접봉 중국지사 사장으로 갔다가 경영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는 내용이었다. 한 군데에서 뛰어난 사람은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증명해 준 것 같아 반가웠다.

최 감독은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다 맛본 사람이다. 휘문중 1학년 때 키가 크다(168cm)는 이유로 농구를 시작했다.

"키가 제일 크니까 센터였죠. 그런데 176cm에서 멈췄어요. 휘문고 시절에는 포워드로 뛰다가 연세대와 현대전자에서는 가드까지 내려갔죠. 그것도 벤치 워머."

농구를 때려 치고 현대건설 평사원으로 입사해 중동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농구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해 틈틈이 농구 이론을 공부했다.

1986년 연세대 임시감독으로 부임해 '공부하는 지도자'로 자리 잡더니 드디어 94년 농구대잔치에서 대학팀 최초로 우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탄탄대로일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가끔씩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이론을 겸비한 실력파 감독이지만 혹독한 훈련과 폭력으로도 유명했다. 당시 대학농구 폭력 감독(?) 3위 안에 들 정도였다. 그 때는 선수 구타가 일상적일 때였다. 이를 견디지 못한 서장훈과 우지원은 숙소에서 도망가기도 했고, 문경은은 독대를 신청해 "농구를 그만 두겠다"고까지 했다고 한다.

최 감독은 사석에서 "지들이 무슨 스타플레이어라고 깝죽대는 모습을 나는 결코 봐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장훈이든. 이상민이든, 문경은이든 자기는 다 똑같이 대한다고 했다. 오히려 교만하거나 우쭐대지 못하도록 더 심하게 다루는 것 같았다. 이미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선수들이 최 감독의 이 같은 학대(?)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던 최 감독이 개과천선을 했다. 코치로 유재학을 영입한 것이다. 현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감독인 유재학은 별명이 '만수'다. 수가 만 가지나 된다는 의미다. 어렸을 때부터 꾀돌이 가드로 유명했고, 대한민국 농구를 대표하는 스타 가드였다.

최 감독은 유 코치를 영입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스타 선수들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해요. 저는 후보 선수였으니까.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면 화가 나고, 눌러버리려고 하죠. 그런데 재학이는 스타 출신이잖아요. 스타들이 뭘 원하는지 잘 알아요. 제가 막 지랄을 하고 나면 재학이가 상처받은 선수들을 다독거려줘요. 그러니까 균형이 맞춰지더라고요."

연세대는 97년과 98년, 다시 농구대잔치에서 우승했다.

최희암과 유재학은 최고의 콤비였다고 말할 수 있다. '새는 양 날개로 난다'는 말처럼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국가든, 회사든, 팀이든, 가정이든 어떤 조직이든지 균형을 맞출 수만 있다면 건강한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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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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