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모빌리티 혁신과 안전, 치안, 보건 등 공공영역에서도 인류를 위한 역할을 할 것"
현대차그룹이 '로봇 개'로 유명한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보틱스 사업을 본격화한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정 회장도 사재 2389억원을 출연한다.
현대차그룹은 11억달러 가치의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현대차는 10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지분 인수 안건을 승인했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규모는 총 8억8천만달러(한화 9588억원 상당)다.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구주(6억3천만달러)를 인수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2억5천만달러)를 인수, 전체 지분의 80%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하는데 20억달러를 투자한 이후 최대 규모다. 인수에는 현대차(지분율 30%)와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 정 회장(20%)이 공동 참여한다. 정 회장이 개인 보유 현금 등 사재를 M&A에 투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향후 그룹이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이 지난해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항공기(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로보틱스 사업 강화를 위한 첫 발을 디딘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그룹 차원의 제조·생산, 기술 개발, 물류 역량에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분야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
199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분사해 설립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폿',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등 혁신적인 로봇 개발로 주목받아왔다. 로봇 운영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인지·제어 등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로봇의 센싱(인지) 기술은 자율주행차와 UAM 등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응·판단 기술, 제어 기술은 완전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시장에 진출하고, 이어 건설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안내·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 등 공공영역에서도 인류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