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 華山행 관광버스에 올랐다. 가장 먼저 이 호텔에서 여행객을 태운 후 시안시내를 일주하면서 예약된 관광객들을 모두 태우고 8시반께 화산으로 향했다. 2시간이 좀 더 걸려 10시40분께 화산 입구의 한 뷔페식당에 우리를 내려놓고 11시20분까지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다시 탑승하라고 가이드가 일러준다. 뷔페식당의 밥값은 30위안으로 여러 가지 채소요리와 밥, 만두 그리고 죽 종류가 준비되어 있다. 단체여행객의 가이드가 식당측으로부터 식판을 여행객 수만큼 받아와 이를 여행객에게 나눠주면 여행객들은 식판에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들어 먹게 된다. 이전 중국에서 당일치기 단체여행에서 단체로 식사를 한 경험이 몇 차례 있는데 아주 불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생면부지의 관광객 8명이 한 식탁에 앉아 나온 음식을 서로 자기 접시에다 들어 먹는 것이 불편하고 더욱 곤란한 것은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행객 각자에게 식판을 나눠주니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앉아서 음식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화산입구의 관광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하는데도 제법 시간이 걸린다. 다시 이곳에서 가이드로부터 공원입장권과 공원 내에 있는 왕복 로프웨이 탑승권, 그리고 이곳에서 로프웨이탑승구까지 이동하는 왕복버스표를 받고 다시 버스를 타고 로프웨이 입구까지 이동하다. 20분이 더 걸린다. 로프웨이 입구에 어마어마한 인파가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날씨는 덥고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더 더워졌다. 수십분을 기다린 후 케이블카에 탑승했다.
느낌에 거의 90도에 가까운 급경사로 산을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화산의 풍광은 놀랍다. 서쪽 봉우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암벽이었다. 서울의 북한산 인수봉보다 훨씬 거대하고 쭉 뻗은 암산, 악산이다. 거대한 암벽이고 암벽 사이의 틈으로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인 소나무가 군데군데 푸르럼을 더해 거대한 암벽과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화산은 중국의 5대 악산의 하나이고 왜 그토록 유명한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순간 온몸으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서쪽 봉우리에서 내린 여행객들은 보도로 5개 봉우리를 둘러보게 된다. 각 봉우리들마다 각종 도교사원과 불교사원이 점재해있고 드문드문 매점과 식당도 보인다. 약 4시간여 화산의 준봉에서 주변 풍광과 화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화산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은 거대한 바위산에 한두사람이 겨우 다닐 정도의 험한 길인 棧道를 걸어보는 것이었으나 워낙 사람이 붐벼 걷기를 포기하고 멀리서 잔도 위에 개미떼처럼 붙어있는 여행객들을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주로 암벽으로 형성된 거대한 산의 웅장함과 장쾌함을 실컷 느껴보고 5개 봉우리 가운데 가장 낮은 1500m대의 북봉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했다.
중국 산의 한가지 특성은 모든 산길이 100% 돌이나 콘크리트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산속을 걷는다기보다는 산속의 계단을 걷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華山이란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이 화산의 산봉우리가 연꽃과 흡사하고 멀리서 볼 경우 꽃의 모양이라 華山으로 불렀다고 한다. 예전 花와 華는 서로 통용되어 華山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저녁 무렵 시안으로 다시 돌아와 성벽 하단을 산책하였다. 시안성벽은 크게 시안 明성벽, 시안 唐성벽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이나 좁은 의미에서 시안성벽은 시안 明성벽을 말한다. 시안 명성벽은 시안의 가장 중심지역을 사방으로 둘러싼 성벽으로 성벽의 높이가 12m, 성벽의 정상부분의 폭이 12~14m, 성벽 아랫부분의 두께는 15~18m에 이르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성벽 전체는 장방형의 구조로 사방의 전체길이는 13.74km에 이른다. 성벽이 둘러싼 성내지역을 사람들은 고성(古城)구역이라고 부르며, 이 지역내에서도 가장 중심지점이 바로 종루와 고루가 있는 곳이다. 성내 즉 고성구역의 면적은 11.32평방km의 넓이로 고루와 종루는 시안의 중심 가운데서도 중심지역이다.
이 시안성벽은 중국에서 현존하는 성벽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보존 상태가 가장 완벽한 고대의 성벽으로, 바로 명대 초기에 건축되었다. 따라서 이 성벽의 이름을 시안 明성벽이라고 명명했다. 성벽의 아래에서 성벽을 쳐다보면 그 높이가 엄청나게 높아 위압적으로 느껴지고 성벽을 올라 정상부에 서면 노폭이 4차선 왕복도로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 성벽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방 성벽에는 약 6천개 가까이 되는 활을 쏠 수 있는 구멍도 뚫려 있고 성벽 주위에 해자와 弔橋가 있는 등 도시방어체계로서의 성벽의 특성을 잘 관찰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시안시를 구분 짓는 하나의 지리경계선의 의미와 성벽의 아름다운 모습과 야간의 특별한 조명으로 도시를 더욱 멋지게 만들어 주고 있는 구조물이란 의미를 주로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