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 부진’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11월 ‘정체’에서 ‘둔화’로 판정한 지 5개월 만에 경기에 대한 우려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투자와 수출이 더욱 악화했고, 민간소비마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7일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해 8월만 해도 ‘개선’ 추세로 판단했다가 10월에 ‘정체’란 표현으로 경기 하강을 예고했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둔화’라는 판단을 이어가다가 4월에 ‘부진’으로 경고 수위를 높인 것이다.
KDI는 경기 부진의 근거로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 ▲설비투자 감소세 심화 ▲수출 감소세 지속 ▲광공업 생산 감소폭 확대 ▲서비스업 생산 증가폭 축소 등을 들었다. 생산 부진이 장기화해 투자가 회복될 기미가 없는 판에 내수경기를 떠받치던 소비마저 둔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소비를 나타내는 2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설 명절 효과를 배제한 1~2월 평균으로도 1.1%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인 4.3%와 지난해 4․4분기 3.0%보다 한참 낮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 실패’ 주장이 나올 때마다 민간소비는 괜찮다며 반박해왔는데, 올해 들어 소비마저 고꾸라지면서 정부의 이런 인식은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은 7일 각종 경기선행지수의 변화 추이와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를 고려한 올해 2․4분기 성장률이 작년 2․4분기(연 2.8%)보다 1.0%포인트 낮은 1.8%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