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6 08:35 (일)
[이필재의 CEO 스토리] 박용만 ㊤ 두산 3세…"나는 전문경영인"
[이필재의 CEO 스토리] 박용만 ㊤ 두산 3세…"나는 전문경영인"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jelpj@hanmail.net
  • 승인 2020.12.15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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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 박두병 회장의 5남으로 서울대 나온 후 美보스턴대학서 MBA
2012년부터 4년 간 두산그룹 이끈 뒤 장조카에게 회장자리 물려줘
회사 경영난으로 감원 칼바람 불 때 "신입사원은 포함 시키지 말라"
사진(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대한상공회의소.
사진(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대한상공회의소.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는 간부급 희망퇴직을 세 차례 실시했다. 네 번째 희망퇴직 프로그램 실시를 앞두고 경영진이 모였다.

한 임원이 "더 이상 간부만 희망퇴직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고 입을 열었다. "사원·대리급은 안 된다"는 입장이던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침묵했다.

800여 명의 간부가 떠난 회사 조직은 위가 대롱처럼 가늘고 아래는 배가 불룩한 기형적인 구조가 되어 있었다.

건설기계 시장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수축되고 있었다. 중국 시장은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비용을 더 줄여야 했다. 4차 희망퇴직은 3000명에 이르는 사무직 전원이 대상이었다. 코너에 몰린 박 회장이 미온적으로 한 마디 했다. "신중하게 처리하세요."

그날 저녁 8시 신입사원이 포함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사람을 중시한다는 철학을 세우고 "사람이 미래다"라는 믿음으로 경영을 해 온 그였다. 이튿날 새벽 6시 즉시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신입사원은 결국 포함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은 신입사원 희망퇴직 실시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밤새 뜨거웠다.

그로부터 1년여 후 박 회장은 나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떠난보낸 직원들 생각에 지금도 힘이 듭니다. 이미 상당수가 다른 기업에 취직을 했다고 듣고 있지만 어떻게든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박 회장은 연강 박두병 회장의 5남으로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 보스턴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했다. 오너 경영인이지만 전문경영인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스펙이다. 실제로 그는 "돌이켜보면 전문경영인이란 평가를 받는 게 저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그런 삶을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학에서 열린 두산의 채용 설명회에 여러 번 참석했다. 재벌 그룹 오너 CEO로서는 흔치 않은 행보였다.

그는 재계의 대표적인 얼리 어답터이자 파워풀한 SNS 유저이기도 하다. 그는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신입사원 희망퇴직 건을 겪고서 "자만에 빠져 대중을 상대로 인기에 취한 삶을 벗어나 그늘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살라는 하느님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귀띔했다.

박 회장은 형인 박용현 회장에 이어 2012년부터 4년 간 두산그룹 회장을 지냈다. 두산은 이때까지 그룹 회장 직을 형제끼리 승계했다. 2016년 장조카인 박정원 현 회장이 그에게서 회장 직을 승계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신입사원 희망퇴직 해프닝 이듬해 퇴사한 사원 일부를 재입사시켰다. 이 회사는 여전히 두산그룹의 알짜 회사다. 대주주는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안의 일환으로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을 위해 본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12일 현대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 우선협상자가 됐다.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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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중앙일보 경제부를 거쳐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간중앙 경제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ㆍ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자 등을 지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라-대한민국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경영 트렌드>, <CEO를 신화로 만든 운명의 한 문장>, <아홉 경영구루에게 묻다>, <CEO 브랜딩>,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공저) 등 다섯 권의 CEO 관련서를 썼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기자 및 기자 지망생을 가르친다. 기자협회보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로 있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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