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5:15 (화)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손흥민의 '두 집 플레이'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손흥민의 '두 집 플레이'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0.12.08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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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선 폭풍질주 골 왜 안 나올까 … 해리 케인 같은 도우미 부재 탓
잉글랜드 진출 현지 테스트 받았던 최용수"골 넣으라고 발에 갖다 줘"
사진=토트넘 홋스퍼,KFA/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토트넘 홋스퍼,KFA/이코노텔링그래픽팀.

이쯤 되면 손흥민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은 12월 7일(한국시간)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주목할 부분은 두 골 모두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 합작했다는 사실이다. 첫 골은 케인의 도움을 받아 손흥민이 골을 넣었고, 두 번째는 손흥민의 도움을 받아 케인이 골을 넣었다.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9월20일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는 손흥민이 해트 트릭을 넘어 무려 네 골을 넣었는데 이 네 골 모두 케인의 도움이었다. 올 시즌에만 벌써 두 선수의 합작 골이 열한 번째이며 통산으로 치면 서른한 번째다. 이 정도면 '찰떡궁합'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손흥민의 순간 스피드는 세계 톱클래스에 든다. 순간 스피드로 상대 수비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쉽게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기회를 잡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의 패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패스가 0.1초만 늦어도 오프사이드에 걸리고, 패스가 빠르면 수비나 골키퍼에 걸린다. 케인은 손흥민의 움직임과 스피드를 파악하고, 달리는 손흥민의 발 앞에 정확하게 공간 패스를 해준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잘 하는 손흥민이 왜 대표 팀에서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골 능력을 보여주지 못할까 하는 점이다. 답은 벌써 나와 있다. 대표 팀에는 케인 같은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스피드를 살려서 적절한 타이밍에 패스를 해주는 도우미가 없다. 대표 팀에서는 손흥민이 오히려 도우미 역할을 하거나 직접 슛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케인과는 거의 매일 훈련하면서 호흡을 맞추지만 대표 팀은 어쩌다 한 번씩 소집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케인처럼 손흥민과 호흡을 맞출 선수가 없다는 것은 안타깝다.

사실 소속 팀과 대표 팀에서의 활약상이 현격하게 차이나는 선수는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리오넬 메시다.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메시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골잡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대표로 뛸 때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된다. '궁합'의 문제라고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1999년 당시 안양 LG의 최용수가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영국까지 건너가서 입단 테스트도 받았다. 최용수는 입단 테스트에서 다섯 골을 넣으며 골잡이의 능력을 보여줬다. 귀국한 최용수에게 "입단 테스트에서 다섯 골을 넣은 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최용수는 "사실"이라며 "골을 넣으라고 제 발 앞에 딱딱 갖다 주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런 곳에서 축구하면 정말 할 맛이 날 것"이라며 "꼭 가고 싶다"고 했다.

아쉽게도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무산됐지만 최용수의 말은 도우미의 중요성, 미드필더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이강인 같은 선수가 특급 도우미가 되어 A매치에서도 손흥민의 폭발적인 돌파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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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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