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20:05 (화)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포청천 심판' 김건태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포청천 심판' 김건태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0.12.07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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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시비 잦은 배구경기에 비디오 판정 첫 도입
손에 맞았다고 자복한 김세진엔 페어플레이 상
축구 'VAR'도입…심판의 재량따라 비디오 판독
사진(김건태 배구심판(왼쪽))=한국배구연맹/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김건태 배구심판(왼쪽))=한국배구연맹/이코노텔링그래픽팀.

어떤 스포츠건 심판의 판정은 중요하다. 한 순간의 오심이나 편파판정은 게임 전체의 결과를 뒤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심판이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1993년 농구 기자를 할 때 한 국제심판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누가 봐도 노골적으로 거꾸로 반칙을 불어 말썽이 된 심판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나는 그렇게 안 한다"고 했다.

"결정적일 때 봐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전반 5분 안에 주축 선수에게 파울 세 개만 불면 그 다음부터는 원하는 대로 굴러 간다"고 했다. 그 때는 그걸 자랑삼아 얘기할 때였다.

이제 웬만한 종목에서는 모두 비디오 판독제도를 도입해 억울한 판정으로 손해 보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한국프로스포츠에서 가장 먼저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곳은 어디일까. 배구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007-2008시즌에 처음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다. '코트의 포청천'으로 불리던 김건태 심판위원장이 입안하고, 적극 추진한 덕이다.

나는 1994년에 잠깐 배구 기자를 했다. 경기를 보다보니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계속 나왔다. 스파이크 공격이 아웃되면 공격 팀 선수들은 일제히 "터치아웃"을 외치고, 수비 팀 선수들은 양손바닥을 흔들며 아니라고 했다. 어떤 팀이든, 어떤 경기든 예외가 없었다, 분명히 한 쪽은 거짓말인데 심판을 속이기 위한 습관적인 행동이었다.

이런 행동은 결코 페어플레이가 아니라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다음날 기자석에 있는 나에게 김건태 심판이 찾아왔다.

"기사 잘 봤습니다. 맞습니다. 심판도 정확한 판정을 해야 하고, 선수들도 심판을 속이려고 하면 안 됩니다."

다음 해인가 삼성화재의 김세진 선수가 이상한(?) 행동을 했다. 상대의 공격이 아웃됐는데 자신의 손에 맞고 나갔다고 자백을 한 것이다. 당시 중앙일보에서 제정한 '페어플레이 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시상식에 함께 온 신치용 감독의 떨떠름한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야단쳤던 선수가 상을 받는다니 그럴 만했다.

김건태 심판은 10여 년이 지난 뒤 심판위원장이 되자 적극적으로 비디오 판독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프로야구나 농구, 배구에서는 비디오 판독(Video Challenge)이라고 하는데 축구에서는 왜 VAR((Video Assistant Referees)이라고 할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비디오 판독은 일단 심판이 내린 판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즉, 부당한 판정이라고 생각한 팀의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다.

하지만 축구의 VAR은 철저하게 심판의 재량이다. 페널티킥, 골인, 오프사이드 등 중요한 판정이라고 판단할 때 주심과 부심이 요청한다. 아무리 억울해도 감독은 요청할 수 없다. 말 그대로 VAR은 '보조 심판'이다.

2020년 11월29일, 프로축구 1부 리그 승격 플레이오프가 열렸다. 경남 FC가 1-0으로 수원 FC에 앞섰으나 종료직전인 후반 추가시간 9분에 VAR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결국 1-1이 돼 승점에서 앞섰던 수원이 극적으로 승격됐다.

만약 VAR 제도가 없었다면? "심판 죽여라"는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난장판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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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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