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8 18:05 (수)
[김성희의 역사갈피] '기생충'과 '영화기피 '의 역사
[김성희의 역사갈피] '기생충'과 '영화기피 '의 역사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0.10.12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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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화사 Ⅲ』는 유럽의 문화 엘리트들의 '영화해악' 기술해 눈길
"영화가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론에 초반엔 고전
새 기술이나 생각은 어처구니 없는 시련 겪은 후 뿌리 내린 역사 적잖아
ⓒ이코노텔링그래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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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은 영화의 날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국 영화계가 해마다 기념하는 날로 올해가 58번째다.

이는 1919년 10월 27일 지금은 사라진 서울 종로구 단성사 극장에서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상영된 날을 기념해 1963년 정해진 것이다.

그러니까 올해는 한국 영화 탄생 101주년이 되는 해인데 실상 〈의리적 구토〉는 요즘의 영화와는 많이 달랐다. 단성사 사주의 후원으로, 김도산이 제작한 이 '영화'는 이른바 '연쇄극'이라 해서 말하자면 연극의 부속물이었다. 무대에서 재현이 어려운 야외장면 등을 찍은 활동사진을 연극 중간에 상연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짤막한 무성영화는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켜 큰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영화사에서는 영화의 탄생일은 1895년 12월 28일 꼽는다. 뤼미에르 형제가 프랑스 파리의 그랑카페에서 〈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기차〉를 상영한 날이다. 상영시간이 고작 1분 미만인 이 '영화'에서 기차가 다가오는 장면을 본 관객들이 혼비백산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당초 새로운 예술이 아니라 신기한 발명품, 새로운 사업수단으로 여겨졌던 영화는 1902년이면 베이징에서도 상영될 정도로 세계적 붐을 일으켰다. 클로즈업 등 새로운 촬영 및 편집 기법이 도입되고, 대중 문학의 스토리를 각색하는 등 서사구조를 채택한 덕분이었다.

이런 초창기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유럽 문화사 Ⅲ』(도널스 서순 지음, 뿌리와이파리)에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다. 이 중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문화 엘리트들이 영화에 대해 쏟아내는 독설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영화가 아이들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기도 했다. 요즘으로 치면 컴퓨터 오락을 둘러싼 논란쯤 되겠다.

이에 영화계는 '좋은 영화'를 살 길을 모색했다. 독일에서는 '문화영화'를 내놓았고, 프랑스에서는 한림원 회원들이 대본을 쓴 영화로 중간계급을 유혹했단다. 영화 〈기즈 공작의 암살〉이란 영화에는 코메디 프랑세즈 출신의 정통 연극배우들이 출연하고, 카미유 생상스가 음악을 맡기도 했다. 고급 예술의 접목이었다.

얼마 전에 우리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일로 온 나라가 경축 분위기에 젖은 일이 있었다. 앞서는 영환 한 편이 자동차 몇 만대 수출에 버금간다는 논리로 콘텐츠 산업 중시론이 나오기도 했다. 한데 역사를 뒤져보면 이처럼, 새로운 기술, 생각은,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시련을 겪고서야 주류사회에 자리 잡았던 사실을 여럿 찾아낼 수 있다. 지금 내 생각, 우리 판단의 시대적 의미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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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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