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00 (금)
대졸출신 대리석 시공의 달인 아시나요
대졸출신 대리석 시공의 달인 아시나요
  •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 yunheelife2@naver.com
  • 승인 2019.05.01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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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 특별 기획취재)
영진대리석 이건섭 대표,재계총수ㆍ연예인ㆍ베스트셀러 작가의 집 실내 대리석 디자인
"0.1mm 오차도 용납안돼" 자부심 …요트안 아치시공도 술술 ,시공비 비싸도 일감 줄서
호주 타일학교 나온 후배들 보며 "기술익히면 '노가다 전문직'전망밝고 연봉 5천만 거뜬"
영진대리석의 이건섭 대표(왼쪽)는 대리석 시공의 달인으로 꼽힌다. 재계총수, 유명 연예인, 베스트트 셀러 작가 의 고급주택은 물론 요트 실내의 대리석 디자인 장식 전문가다. 0,1mm의 오차가 생기면 붙였던 대리석을 스스로 떼어낸다. 정밀하게 시공하다보니 고급 인테리어 사업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인터뷰 현장에 작업복 차림으로 나왔지만 고급주택의 마지막 승부처를 가르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높다./사진=고윤희 기자
영진대리석의 이건섭 대표(왼쪽)는 대리석 시공의 달인으로 꼽힌다. 재계총수, 유명 연예인, 베스트 셀러 작가 의 고급주택은 물론 요트 실내의 대리석 디자인 장식 전문가다. 0,1mm의 오차가 생기면 붙였던 대리석을 스스로 떼어낸다. 정밀하게 시공하다보니 고급 인테리어 사업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인터뷰 현장에 작업복 차림으로 나왔지만 고급주택의 마지막 승부처를 가르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높다.오른쪽은 시공품질 현장 책임자인 조상원씨./사진=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대졸 출신 대리석 시공의 달인을 아시나요. 이른바 ‘노가다’(막일)현장에서 특급대우를 받는 일꾼들이다. 내로라하는 집의 대리석 시공은 이들의 손을 거친다. 재계 총수의 저택 보수공사를 여럿 했다고 한다. 유명 연예인과 베스트셀러 작가도 이들의 단골이다. 요즘에는 요트의 대리석 장식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등 까다로운 대리석 시공현장은 이들이 휩쓴다. 남이 손을 못대는 아치 시공은 이들의 특기다. 그런 까닭에 건설 불경기인 요즘에도 일거리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영진대리석의 이건섭 대표가 있는 대리석 시공팀은 다른 시공업자보다 견적을 30%가량 더 쓴다. 그래도 일감이 넘쳐나 올 한해 시공일정이 꽉 차 있다. 대리석 시공의 정밀성과 미려함이 이들이 내세우는 경쟁력. 이 팀의 손을 거치면 대리석 벽면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특히 ‘시공 눈높이’가 높다. 0.1mm의 오차도 잡아내 기껏 해놓은 대리석을 뜯어낸다. 대리석 시공은 고급 주택건설의 마지막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소득상위 0.1%’가 그들이 겨냥하는 시장이다.

이건섭 대표는 "1차 현장 시공을 끝내고 난 뒤 팀회의를 거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 대리석을 걷어낸다“며 “그렇게 시공을 하다보니 인테리어업자나 개인 주택소유자들과 신뢰가 쌓였고 그들이 입소문을 내줘 일감이 꼬리를 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이들이 받는 보수는 얼마일까. 이 대표는 “ 하루 일당이 30만원에 가깝고 연봉으로 치면 5000만원이 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업계가 붙여준 별명이 있다. '아이돌 가수'를 빗대 ‘스톤아이돌' 드림팀이다.

조각자품과 대리석을 절묘하게 연결한 작품 수준의 대리석 시공현장이다. 이건섭 대표는
조각작품과 대리석을 절묘하게 연결한 작품 수준의 대리석 시공현장. 이건섭 대표는 "대리석은 돌을 붙이는 작업이 아니라 디자인을 하는 작업"이라며 "시공비를 30%를 다른 업체들보다 더 받지만 나는 디자인 비용을 받지 않는다"며 대리석 시공의 전문성을 강조했다.사진=이건섭 대표 제공.

대학에서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가 대리석 시공에 눈을 뜬 배경에는 ‘고통’이 숨어 있었다. 이름있는 제약사에서 일을 하던 그는 대학 때 꿈을 꿨던 변리사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사직서를 던졌다.

그게 건설현장으로 자신을 이끌 줄 그때는 몰랐다. 여러차례 변리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그는 독자적인 사업에 나섰다. IMF외환위기때인 1999년 무렵이다. 지인의 소개로 공예품을 만들었다. 차량 7대를 운영하고 현장 직원 50여명을 고용할 정도로 잘 나갔지만 중국산이 쏟아지면서 문을 닫았다.

곱게 폐업한 것도 아니다. 아파트도 날리고 빈털털이가 돼 처갓집 신세를 져야 했다. 수중에 돈이 없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물론 사업에는 정나미가 떨어졌다. 어렵사리 대리석 판매영업사원으로 나섰다. 월급은 없고 영업 수수료를 받는 일이다. 열심히 뛰어 매출을 많이 올렸지만 약속한 영업 수수료보다 낮게 주자 일을 그만뒀다. 궁하면 통한다던가. 그 때 대리석 시공 현장을 눈여겨 보던 이 대표는 “나도 배우기만 하면 대리석 시공의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한다. 땀을 흘리면서 돈을 벌자고 맘을 먹었다.

처음엔 현장 잡일을 하면서 시공의 기초를 닦았고 집에 오면 대리석 시공의 기초이론을 다듬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소비자의 주문을 넘어 우리가 창조한 디자인을 역제안한다”며 “시공견적은 높게 내지만 그만큼 시공 디자인에 자신이 있고 디자인비용은 별도로 받지 않는게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드림팀의 ▲디자인 실측▲대리석 커팅▲붙임 작업의 공정은 건축 시방서(작업일람 설명서)가 정한 룰 보다 더 엄격하다는 평을 받는다.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 나온 차림새는 허름해보였지만 이들의 손끝은 그만큼 섬세하고 날카롭다.

1층 데라스 부분도 영진대리석이 시공하면 모자이크 그림이 된다.
1층 데라스 부분도 영진대리석이 시공하면 모자이크 그림이 된다.
얼핏 보면 소파 모양으로 보이는 대리석 구조물. 설명필요
얼핏 보면 소파 모양으로 보이는 대리석 구조물.

2007년부터 이 대표를 좌우에서 돕고 있는 조상원씨는 대기업 화학회사의 자재부에서 일했고 김현구(가명ㆍ본인 희망)씨는 대학에서 건축학과를 나와 잠시 정계에서 일을 하다가 ‘대리석 시공 드림팀’에 합류했다. 이들 드림팀 트로이카는 서로의 장점을 팀플레이로 녹였다. 특히 조상원씨는 이 팀의 품질관리책임자이다. 조씨의 눈썰미를 넘지 못하면 공정은 한 없이 길어진다. 하도 조씨가 딴지를 거는 바람에 간혹 현장에서 언쟁이 벌어지지만 언제나 조씨 말대로 시공이 마무리된다. 조씨는 “시공이 늦어지면 그만큼 이 대표의 손해가 나는 것을 잘 알지만 ‘시공 품질’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김현구씨는 현장의 팀플레이를 주도한다. 현장 인력의 화합을 주도하면서 현장 특유의 거친 분위기를 바꾼다. 인력마다 자신들의 일에 대한 자존심과 자부심이 세기 때문이다.이건섭 대표는 “일은 배우면 되지만 인화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며 “대리석 시공은 하나의 예술품을 창조하는 공정이어서 일 하나하나에 대한 창의성을 존중하는 게 중요해 나도 두 손을 들 때가 많다”며 웃었다.

요즘 인생 행로를 잡지 못한 젊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한번 같이 일했던 ‘유학파 현장인력’의 사례를 소개했다. 호주에 있는 타일학교를 나온 이들의 시공능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멀쩡하게 생긴 이들은 평생 전문인력으로 남고 싶어 타일학교에서 시공능력을 키웠고 생각보다 일을 잘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아무리 첨단사회가 돼도 주택 관련 일거리는 아무나 대신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들로 부터 직업에 귀천이 있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울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리석 한장 한장의 무늬를 절묘하게 맞춰 대형 추상화를 연상키키는 대리석 벽면.
대리석 한장 한장의 무늬를 절묘하게 맞춰 대형 추상화를 연상케 하는 대리석 벽면. 로마의 실내 궁전에 들어간 느낌을 준다.

이 대표는 이어 “기술을 배우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누구나 잠재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장기술을 배우는 젊이들이 많았으면 하는데 요즘 건설현장에 가면 외국인 인력 천지라서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부정책에도 일대 전환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건축노가다' 일로 꼽히는 ▲타일및 필름 부착▲목공▲도배▲전기배선▲도장은 얼핏 누구나 할수 있는 것 같지만 누가 그 일을 하느냐에 따라 시공결과는 천자만별이고 이 중 한 분야에만 눈을 떠도 평생 사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전문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시 대리석 시공이야기를 하면서 안전문제를 거론했다. 벽에 있던 육중한 무게의 대리석이 지진이나 태풍 등에 의해 떨어지면 큰일이 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가끔 보수를 위해 붙어있던 대리석을 떼어보면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는 사례를 발견한다”며 “대리석 시공은 사명감 없인 하지 못하는 일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삼성물산에서 대리석 시공 테스트를 위해 몇 억을 쓰는 모습을 보고 “대기업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요즘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대리석 현장의 특성에 맞는 메뉴얼을 책자로 내는 일이다. 약 20년간 메모형태로 적어놓은 현장의 시공 경험을 후배인력들에게 남겨 대리석시공의 전문성을 잇게 하겠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변변한 대리석 시공의 교과서도 없다”며 “대리석 시공법등을 알기쉽게 정리해 이를 젊은이들이 쉽게 익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끝내고 저녁 시간이 되자 함께 소숫잔을 기울였다. 그 자리에서도 이 대표는 “대리석 시공은 아무나 못합니다”라며 직업의 자부심을 술잔에 실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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