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7 06:10 (토)
한진 조중훈-조양호父子 '88ㆍ평창올림픽의 산파역'
한진 조중훈-조양호父子 '88ㆍ평창올림픽의 산파역'
  •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 yunheelife2@naver.com
  • 승인 2019.03.26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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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평창 올림픽 유치위와 조직위원회 이끌며 '평화 올림픽' 기틀마련
'최순실측'의 요구 거절후 조직위원장 낙마 …"차량도 SUV로바꿔 산악지대 누볐는데.."
88올림픽 유치 주역 조중훈 창업주는 박정희대통령 종용으로 적자덩어리 항공공사 인수
세계10위권 항공사로 비상…국민연금 주주권행사 움직임에 '여론 재판' '법치 흔들'논란
창업 50년 맞이한 대한항공, 경영 포위망 뚫고 정상기류에 올라 탈지 국내외 산업계 주목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와 조직위원회를 이끌며 '평화 올림픽'의 기틀을 다졌다. 하지만 '최순실'이 사실상 운영하던 회사에 밉보였다는 이유로 어느날 갑자기 조직위원자자리를 내놨다고 한다. 88올림픽 유치의 숨은 주역인 선친 조중훈 회장과 더불어 부자(父子)가 양대 올림픽 유치에 앞장선 기업은 한진그룹이 유일하다/대한항공 홈페이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와 조직위원회를 이끌며 '평화 올림픽'의 기틀을 다졌다. 하지만 최순실이 사실상 운영하던 회사에 밉보였다는 이유로 어느날 갑자기 조직위원장 자리를 내놨다고 한다. 88올림픽 유치의 숨은 주역인 선친 조중훈 회장과 더불어 부자(父子)가 양대 올림픽 유치에 앞장선 기업은 한진그룹이 유일하다/대한항공 홈페이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14년 8월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자마자 차부터 바꿨다. 세단 차량 대신 SUV(다목적 차량)로 갈아 탔다. 산악지대에 있는 스키장 건설현장 등을 살피고 서울과 조직위원회 본부가 있는 강원도 평창과 강릉 등을 숱하게 오갈 것에 대비했다.

또 공무원과 체육계 인사,외국인 인력 등 국내외 인력이 혼합된 조직위원회의 내부 융화에 힘썼다. 이를 위해 한진그룹은 재계 1위 삼성과 똑같이 1천억원을 조직위원회에 내놨다. 또 조직위원회의 업무 부담을 덜어 주려 한진의 인력 40여명을 조직위원회에 긴급 투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경기시설 확보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일 때마다 이를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올림픽 개막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성화 봉송자로 뛰면서 “올림픽 성공을 확신한다”며 국내외의 이목을 평창으로 돌려놨다. 조 회장은 평창올림픽 준비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선친을 떠 올렸다. 88서울올림픽 유치의 숨은 주역인 조중훈 한진 창업회장은 올림픽유치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승기의 물꼬를 텄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성화를 들고 뛰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성화를 들고 뛰며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확신하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경기장 시설확충 등 일부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조직위원장을 맡자마자 차량을 SUV를 바꿔 스키 경기장 건설현장 등 산악지대를 누볐다.

일본 나고야와 유치경쟁을 벌이던 한국은 개최지 선정 발표일(1981년 9월30일)을 열흘 앞두고 득표전망을 점검한 결과 82명의 IOC위원 중 26명만 지지 의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미 판세가 기울어져 있었다. 유일한 돌파구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등 제 3세계 IOC위원의 마음을 돌려놓는데 마지막 승부를 걸어야 했다. 바로 그 일을 조중훈 회장이 해냈다.

개최지를 발표하는 총회 석상에서 아프리카의 입장을 대변하는 리비아의 IOC위원이 “개발도상국에 기회를 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아프리카 표가 드디어 움직였다. 당시 조중훈 회장은 프랑스정부와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아프리카지역에 영향력을 지니고 있던 프랑스의 도움을 얻는 데 성공했다.88올림픽 유치의 비화 중 하나다

 하지만 조중훈 회장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몫을 해냈다는 자부심을 훈장처럼 여겼다. 국내에서 치러진 두 번의 올림픽에 ‘아버지와 아들’이 전면에 나서 힘을 보탠 기업은 한진그룹이 유일하다.

조양호 회장은 10년간 자신의 열정과 나라밖 네크워크을 총동원해 이뤄낸 평창올림픽이 2018년 2월9일 팡파레를 울릴 시간에 착잡한 마음을 가눌 길 없었다.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평창올림픽 유치와 개최 준비를 해서 성공적인 올림픽이 된 점에 지금도 만족해 한다. 이와 관련 체육계의 한 인사는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와 조직위원회를 연거푸 이끌면서 평창올림픽의 기틀을 다진 조양호 회장이 요즘 곤란을 겪는 모습은 안타까운 대목”이라며 “앞으로 어떤 기업인이 나랏일에 그처럼 헌신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2016년 5월. 한창 올림픽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던 조 회장은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라는 ‘통보’였다. ‘100% 타의(他意)’에 의해 이뤄진 일이다. ‘최순실측’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올림픽 관중석과 부속시설을 조성하는 일을 최순실이 사실상 운영하는 ‘더블루K’라는 회사에 배정하지 않아 그랬던 것이란 관측이 즉각 터져 나왔다. 조 회장은 조직위원장으로서 한 푼이라도 아끼고 안전하게 시설을 건설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데 신뢰가 가지 않는 회사에게 배정할 수 없었다. 심지어 최순실과 연관이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액이 적다는 이유로 김종덕 당시 문체부장관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은 정황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2014년 세계체육기자연맹이 그의 올림픽 정신 구현에 힘쓴 공로를 인정해 감사패를 전달할 정도로 조 회장은 스포츠 육성에 갖은 힘을 기울였다. 대한항공은 배구팀을 국내 최정상 팀으로 올려 놓았고 ‘탁구 명가’가 됐다. 그 자신도 대한탁구협회장 자리를 10년 넘게 지키고 있다.

2009년 평창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아 평창에 올인한 그에게 돌아온 것은 ‘비수’뿐이었다. 한진그룹은 현재 사면초가다. ‘땅콩 회항’과 ‘물컵 파동’ 등 총수일가의 일탈 행동으로 여론이 나빠졌고 조양호 회장이 국가를 위해 쌓은 헌신적인 노력은 가려지고 말았다. 당국은 여론을 살피며 전방위로 한진을 옥죄는 모습이다. 한발 더 나아가 국민연금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공언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두 회사 주총(3월27일,29일)때 보유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3대 주주, 대한항공의 2대 주주로,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수있는 위치에 있다. 이들 두 회사의 주식값이 떨어져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떨어진 만큼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1969년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지 2년만에 대한항공은 승부수를 띄운다. 그룹의 명운을 걸고  1971년 태평양 횡단노선에 세계 최초로 화물기를 취항시켜 일본 항공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이듬해 LA에 여객기를 띄우자 미주 한인교포들은 태극기가 선명하게 찍힌 국적기가 보며 감격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대한항공 홈페이지
1969년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지 2년만에 대한항공은 승부수를 띄운다. 그룹의 명운을 걸고 1971년 태평양 횡단노선에 세계 최초로 화물기를 취항시켜 일본 항공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다. 이듬해 LA에 여객기를 띄우자 미주 한인교포들은 태극기가 선명하게 찍힌 국적기를 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대한항공 홈페이지

하지만 국민연금이 과연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현재 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 위원장이다. 4개 부처 차관이 당연직 위원을 맡도록 돼 있다. 특히 대선 선거캠프에 있었던 친여 인사가 국민연금 이사장이다. 그는 기금운용본부장 추천권을 쥐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주주권 행사가 독립적으로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특정 기업에 경영권을 행사하는 관행이 굳어지면 국내 어느 대기업도 국민연금의 위력에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 기업이 300곳 가깝고, 10% 이상 보유한 기업만 90여개에 이른다.주주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연금은 ‘대한민국 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걱정되는 것은 정치상황에 따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악용될 경우 주요 기업의 경영권이 취약해지고 지배 구조가 흔들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의 기업 사냥감으로 노출될 수 있다. 국부가 유출될 위험성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에서 정부 입김이 원천 차단될 수 있는 차단막이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

총수일가의 일탈 행위와 사기업의 경영권은 달리 판단해야 한다는 일부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감정과 자유시장 경제체제아래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권을 섞는 것은 아무리 봐도 온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탈 행위는 그것대로 법의 심판에 맡기면 된다. ‘물컵 파동’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땅콩회항’으로 빚어진 물의는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법치는 그런 것이다.

한진그룹은 검찰 등 11개 정부기관이 20여 차례 뒤지는 전방위 압수수색을 당했다. 관세청은 극히 드물게 포토라인까지 만들어 공개적 망신을 줬다.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면서 경영권을 흔들고 있다. 이쯤 되면 어떤 기업이라도 견디기 힘든 처지에 놓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른바 땅콩회항과 물컵파동으로 국민감정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게 불을 지른 측면도 있지만 반재벌 정서에 편승한 공권력 남용의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은 최근의 전방위 압박을 받으면서도 또 하나의 글로벌 행사준비에 팔을 걷었다. 항공업계의 유엔총회라고 불리는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의 6월 서울회의에 매진하고 있다. 국격을 올리는 주요한 국제행사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이 아시아의 허브공항으로써의 지위를 다지는 자리여서 그렇다. IATA는 캐나다 몬트리얼에 본부를 둔 세계 항공사들의 연합체이다. 항공업계에 미치는 IATA의 힘은 막강하다. 2019년 현재 120개국, 287개 항공사가 IATA 회원이며, 세계 항공 교통량의 83%를 IATA 회원업체들이 맡고 있다.한국은 대한항공을 비롯하여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저가 항공사도 IATA에 가입했다.

한진의 대표기업인 대한항공은 정부의 종용으로 인수한 대한항공공사의 후신이다. 60년말 박정희 대통령은 조중훈 한진 창업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항공공사를 인수하라고 대놓고 말했다. 정부가 운영하던 항공공사는 적자가 쌓여 당시 정부 재정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울 때다.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태극기가 달린 국적기를 타고 해외 순방을 가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변변한 비행기가 없어 박 대통령은 외국에 나갈 때마다 외국 항공사의 몇몇 좌석을 빌려탔다. 그 때 조중훈 회장은 “보란듯이 키워 대한민국의 날개가 되겠다”며 그룹 명운을 걸고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했다. 그룹경영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경영진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조중훈 회장은“나라가 힘들다는데 기업인이 사익만 취할 수 있는가”라며 경영진의 인수반대 건의를 일축했다.

올해 대한항공은 창업 5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최근에 한진그룹에 쏠린 싸늘한 눈초리 때문인지 창립행사를 조용히 치렀다고 한다. 세계 10위권의 항공사로 자란 대한항공이 정상기류를 타고 다시 비상할지 국민과 재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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