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2 09:50 (목)
[김성희의 역사갈피]統獨 30주년…'통일후유증'은 예측할 수 있을까
[김성희의 역사갈피]統獨 30주년…'통일후유증'은 예측할 수 있을까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0.10.05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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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서 '김씨 왕조 붕괴 후' 북한의 혼란상 그려
북한에 국군 포함된 평화유지군이 투입되나 자강도ㆍ 양강도는 군벌 손아귀에
ⓒ이코노텔링그래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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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역사가는 100년 뒤 세상은 예측해도, 1년 혹은 5년 뒤는 예측하지 않는다."

사실 여부가 바로 드러나기 때문이란다.물론 이건 농담이다. 그리고 예언은 역사가의 몫이 아니다. 미래학자라면 몰라도.

그러니 남북한 통일이 언제 성사될지 못 박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역사학자든 미래학자든 양식 있는 이라면 통일 시기를 예측하지 않는다. 여기서 예외는 작가다.

상상력이 발휘되는 영역이니 만큼 언제쯤 통일이 될지, 통일 후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유롭게 그릴 수 있어서다.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예담) 통일 후를 그린다. 아니다. 정확히는 통일 과도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지난 2일이 '통독 30주년'이어서 서가에서 꺼내 다시 읽었다.

 작품 속에서도 시기는 분명치 않지만 김씨 왕조가 무너진다. 북한에 통일 과도정부가 들어서고, 한국군이 포함된-다행히 중국과 일본의 군대는 빠졌다-유엔 평화유지군이 북한에 주둔하는 상태다.

한데 예외가 있다. 자강도와 양강도는 북한 군벌인 '조선해방군'이 지배한다. 마약 거래를 통해 부귀영화를 꾀하는 이들이 황해도 장풍군의 마약상 최태룡과 손잡고 '눈호랑이 작전'을 시도한다. 여기에 북한 특수부대 출신 '인간병기' 장리철이 얽혀든다. 옛 전우를 찾아 북한 지역을 떠돌던 그가 최태룡 일당에게 아들과 남편을 잃고 복수에 나선 박우희 등 북한 여성들을 돕게 되면서 최태룡 일당과 부딪친다.

이야기 뼈대는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오픈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스릴러물이다. 빠른 전개며 격투 씬 등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데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디테일이다. 북한 붕괴 후 벌어지는 권력의 부패와 주민들의 고초, 남한의 대북 지원의 난맥, 북한 주민을 대하는 자세 등이 상당히 그럴 듯하게 그리고 비참하게 그려져 있어서다.

북한 붕괴 후 통역장교로 재징집된 강민준은 이런 참상을 보고 '평화통일 부정론'을 피력한다. "…북한을 완전히 불 지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나았을 것 같지 않습니까…지금보다 나쁘지는 않았을 거예요.…부패한 관료도 없고 마약조직도 다 소탕할 수 있었을 거예요"라고 털어놓는다.

대단한 고급 이야기꾼인 작가는 소설적 재미와는 별도로 통일에 관한 묵직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우리는 통일이 지상의 목표라면서 통일 방식에만 골몰하지 통일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에 대해선 무감각한 것이 아닌지 묻게 하는 것이다.

주인공 장리철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동무?"하며 '정의'에 눈뜨는 장면이나 "장리철은 흙먼지가 날리는 길을 들개처럼 터벅터벅 걸어갔다"는 마지막 구절에 빠지는 것도 무방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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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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