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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역사갈피] 전문가의 말은 다 맞나
[김성희의 역사갈피] 전문가의 말은 다 맞나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0.09.21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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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리더스다이제스트 발간 ' 상식의 허실 ' 속 망언 릴레이
"지금까지 발명될 것은 다 발명" 120년전엔 美특허국 폐지론도
IBM회장지낸 이는 1958년 "세계서 컴퓨터 5대밖에 안 팔릴 것"
ⓒ이코노텔링그래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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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 신문에는, 특히 어린이신문에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연재물이 있었다. 멀리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신기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전하는 코너였다. 여기엔 외계인 시체라든가, 집채 만한 문어 등 믿기 힘든 기사가 실려 흥미를 자아냈다. 요즘 식으로는 '~카더라'는 진문기담(珍聞奇談)이어서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SNS 등 개개인이 '사실'을 신속하게 전할 수 있는 수단이 발달해서 이런 류의 이야기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반면 의도적인 '가짜뉴스'가 남발되어 대중을 혹하게 하는 부작용이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이런 신기한 이야기만 모은 책 중에, 『상식의 허실』(리더스 다이제스트 엮음, 동아출판사, 1992)란 책이 있다. 이 책은 지금은 없어진 미국 잡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실렸던 이야기를 묶은 것이다. "거짓말 같기도 하고 가능성이 희박한 기이한 사건들을 규명하겠다"는 의도로 엮은 책인데, 여기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지금까지 발명될 수 있는 것은 모두 발명되었습니다." 이런 담대한 말이 그것이다. 무지렁이의 말이라면, 아니 보통사람의 말이라면 속으로 '저런 무지한…'이라고 코웃음으로 넘길 말이다. 그런데 이게, 대통령에게 상신한 말이다. 그것도 특허국장이.

1899년 미국 특허국 국장-이 책에 그의 실명은 나오지 않는다-이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면서 이렇게 말하고는 특허국을 없앨 것을 건의했단다. 그가 이렇게 장담한 뒤 10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 모두 안다. 당장 이 책에서 미래의 꿈으로 그린 내비게이션은 자동차 운전자의 필수품이 됐고, 무인 운전 또한 눈앞에 닥쳤으니 말이다.도대체 이 특허국 국장이란 이가 무엇을 근거로 이런 허튼 소리를 했는지 편지 전문을 보고 싶을 지경이다.

전문가라 해도 전적으로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산 증거가, 이 책 5부 마지막 챕터인 '내일의 세계' 중 '다시 한 번 생각한다'에 여럿 실렸다. 하나만 더 소개하자면 컴퓨터 공룡 IBM의 회장을 지낸 토머스 J. 왓슨의 망언이다. 그는 1958년 "전 세계적으로 컴퓨터는 다섯 대 정도밖에 팔리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단다. 이런 이가 경영을 책임졌으니 '손안의 컴퓨터'가 실현된 오늘날 IBM이 흘러간 노래가 되었을 수밖에.

조금 의미는 다르지만 스스로의 과거 발언에 스텝이 꼬인 정치인들을 보면 '말을 적게 할수록 좋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만드는 '망언 퍼레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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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편집위원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편집위원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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