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60게임으로 경기수 줄인 메이저리그서 '연장10회부터 무사 2루'
메이저리그 LA 다저스는 한 때 박찬호와 류현진이 뛰었다는 이유로 지금도 '우리 팀'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팬이 많다.
다저스는 지난 9월 9일과 10일 연속으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연장전을 치러 각각 10-9, 6-4로 이겼다.
중요한 건 모두 승부치기였다는 사실이다. 코로나로 인해 개막이 늦어진 메이저리그는 올해 팀당 162게임을 60게임으로 줄이면서 승부치기 룰을 도입했다. 연장 10회에는 무사 2루에 주자를 놓고 공격을 한다. 빨리 끝내기 위한 방법이다.
야구는 자신들이 세계최고라며 챔피언 결정전 이름을 '월드 시리즈'로 부를 정도로 교만한 미국이 승부치기를 도입하다니 세상 참 요지경이다. 기억은 12년 전으로 돌아간다. 나의 마지막 올림픽 취재였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한국 야구대표팀은 미국, 일본, 쿠바 등 강호들을 꺾고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거머쥔다. 그 때의 감동이 아직도 살아있다.
그런데 한국이 가장 고전했던 팀은 일본도 아니고, 쿠바도 아니고 홈팀 중국이었다. 중국은 스포츠 강국이긴 하지만 야구는 초보 단계로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했을 뿐이었다. 중국은 캐나다, 쿠바, 일본에 콜드게임을 당하는 등 1승7패로 꼴찌였다.
미국과 일본을 꺾고 3전 전승으로 최약체 중국을 만난 한국. 당연히 콜드게임을 예상했으나 경기는 이상하게 꼬여갔다. 곧 점수가 나겠지, 나겠지 하다가 어느새 연장전에 들어갔고, 연장 10회에서도 점수를 내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모두의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국제야구연맹(IBAF)은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11회에는 무사 1,2루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승부치기 룰을 만들었다. 야구에서 승부치기라니. 너무나 생소했고, 유치하다는 생각을 했다.
11회 초 중국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은 한국은 11회 말 2루에 이종욱, 1루에 이용규를 두고 공격을 시작했다. 정근우의 보내기 번트가 야수선택이 되며 무사 만루. 이승엽이 좌전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겨우 1-0으로 이겨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의 유일한 승부치기였다.
당시 승부치기를 두고 "이게 야구냐"며 비아냥거렸던 미국이 메이저리그에서 승부치기를 도입할 줄은 정말 몰랐다. 맥락은 다르지만 고 하일성 씨의 "야구 몰라요"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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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