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통이 경제 발전을 명분으로 장기 집권하려는 건 지 등 터놓고 대화
김 추기경, '김학렬 가족' 나중에 가톨릭에 귀의 했다는 소식듣고 격려
박정희 대통령의 이런 무한 신임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쓰루는 쓰루대로 청와대나 박통이 직접 나서기 곤란한 민간 부문, 예를 들어 종교계와의 의사소통에 그 나름의 역할을 자임했다.
박통의 신임은 포항제철 등 그의 숙원사업을 특유의 밀어붙이기로 해내는 '경제부총리 쓰루'에서만 연유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박통이 흉금을 터놓고 남 보는 데서까지 그에 대해 두터운 신임과 애정을 드러낸 데에는 (자신의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박통의 통치를 위한 정치에는 서슴지 않는) '정치인 쓰루'가 작용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한 예가 김수환 추기경을 통한 종교계와의 소통 채널 구축이었다.
학병 동기로서 끈끈한 동지애를 나누던 사이였으나, 광복 후 그와 김 추기경은 빈번히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추기경 착좌식에 그가 축사 한마디를 할 정도의 교분은 유지했다. (먼 훗날 1990년대에 들어 70대의 김 여사가 가톨릭에 귀의하고 그 소식을 직접 만나 전했을 때, 추기경은 "정말 축하한다"며 더할 나위 없이 기뻐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쓰루가 부총리가 된 후, 정치·사회적 불안 속에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이 필요해 자주 만나게 되었다.
특히 박통이 장기 집권을 이어가려 하고 이에 대해 민주화 세력이 박통이 경제 발전을 명분으로 장기 집권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장기 집권이 경제 발전과 안보 기반을 위한 필요악인지에 대해 심각하고도 조직적인 의구심을 나타낼 때, 박통 쪽의 소통 창구의 하나로 쓰루가 적극 나섰다. 또한 추기경은 박 정권의 민주화 세력에 대한 압제에 관해서 쓰루를 통해 '솔직한 의사'를 전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