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8:45 (토)
[독점 연재] 김학렬 일대기(39)격의 없었던 '朴대통령과 쓰루'
[독점 연재] 김학렬 일대기(39)격의 없었던 '朴대통령과 쓰루'
  • 김정수 전 중앙일보 경제 대기자
  • econopal@hotmail.com
  • 승인 2020.11.30 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원 승진시험 잦자 박 대통령 "임자,대통령 시험 한번 보지"라고 하자 "시험이라면 자신"응수
"쓰루는 박 대통령에 자유분방한 유일한 사람" … 韓銀 ' 경기하강' 보고때 박통 면전서 직접해명
대통령 휴가지도 자주 동행…청와대 독대가 술자리로 이어지고 쓰루의 혜화동집서 마무리 술판
김학렬 부총리의 22년 관료 생활의 여정은 오로지 '5천년 가난'에 경제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역정이었다. 평소 김 부총리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록 하기를 꺼려한 까닭에 그의 육필 자료는 거의 없다. 칠순이 된 그의 장남 김정수 경제 대기자는 지난 수년간 그의 발자취를 더듬고 국가기록원 등 정부 자료집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관중인 사진 등을 뒤져 그의 일대기를 정리했다.
김학렬 부총리의 22년 관료 생활의 여정은 오로지 '5천년 가난'에 경제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역정이었다. 평소 김 부총리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록 하기를 꺼려한 까닭에 그의 육필 자료는 거의 없다. 칠순이 된 그의 장남 김정수 경제 대기자는 지난 수년간 그의 발자취를 더듬고 국가기록원 등 정부 자료집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관중인 사진 등을 뒤져 그의 일대기를 정리했다.

경제수석과 농수산부 장관을 지낸 정소영 씨는 "박 대통령 앞에서 김 부총리만큼 자유롭게 행동한 부하도 드물 것"이라며 이런 일화를 들려주었다.

"왜 당시엔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던 월간경제 동향 보고회가 있었지 않습니까. 중앙청 1층 홀에서 열리곤 했는데, 박 대통령이 워낙 경제에 열성적이시니 경제관료들에겐 긴장감이 감도는 행사였죠. 한번은 회의에서 한국은행 측이 GNP 추계를 브리핑하면서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했어요.

경제팀장인 쓰루에게는 뜨끔한 얘기였죠. 아니나 다를까 김 부총리가 '가만있어' 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라고요. 그러더니 박 대통령 앞에 다가가 갑자기 볼펜 하나를 빼들어요. 그리고 '각하, 이게 무엇입니까'라고 물어요. 각하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으로 '볼펜 아닌가'라고 답하자 김 부총리는 '각하, 이게 분명히 볼펜인데 이걸 전봇대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습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최우석 증언)

1969년 11월 3일 쓰루가 (사진 왼쪽에서부터) 이한림 건설, 남덕우 재무, 조시형 농림, 이낙선 상공부 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종합물가대책 ‘5개 당면대책과 10개 항구대책’을 밝히고 있다. (경향신문 1969.11.3일자)
1969년 11월 3일 쓰루가 (사진 왼쪽에서부터) 이한림 건설, 남덕우 재무, 조시형 농림, 이낙선 상공부 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종합물가대책 '5개 당면대책과 10개 항구대책'을 밝히고 있다. (경향신문 1969.11.3일자)

그러고 나선 GNP, 제조업 가동률, 물가, 고용, 수출량 등 각종 경제수치를 대면서 일사천리로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엔 '각하, 절대로 놀라지 마십시오. 볼펜을 볼펜으로 봐야 합니다. 경기 하강이란 건 말도 안 됩니다' 하고 앉더라고요."

"그 표정과 어조가 얼마나 자신감이 넘치고 박진감이 있는지 누구도 이의를 달기 어려웠다. 나중에 식사 때 박 대통령도 '김 부총리 말에 반박하다가는 큰일 나겠어' 하고 웃었다 한다."(최우석 증언)

"(쓰루가 경제수석 때부터) 대통령이 진해 같은 데에 며칠 휴가를 가실 때 쓰루가 자주 동행했다. 부총리 재임 중, 박통과는 수시로 통화하거나 대통령 집무실로 호출당하곤 했다. 점심시간에는 같이 식사하자고 부르고, 오후에는 업무 협의차 수시로 부르곤 했다. 한번 가면 함흥차사라는 게 문제였다. 부총리 비서실이 청와대에 전화해서 알아보면, '아직도 두 분이 말씀 중이다'고 하고. 퇴근시간이 다 되어 다시 전화해보면, 이젠 '두 분이 저녁 드신다'고 했다. 쓰루가 말을 재미있게 하지 않나? 그래서 두 분이 대화를 하다 보면 시간이 길어지고, 저녁도 길어졌다.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하는 일이 잦았다. 2차, 3차 후 혜화동 쓰루 집에까지 술판이 이어지곤 했다. 이런 때는 쓰루 부인 김 여사가 두 사람을 술 접대했고 또 박통, 쓰루, 김 여사 모두 일본 말에 능통해 서로가 통하는 바도 적지 않았다. …… 임기 후반에는 청와대에 불려 가는 일이 더 잦아졌다."(엄일영 증언)

"김 부총리는 몸이 안 좋아 술을 조심해야 했지만 박통과의 술자리는 피하지 않았다. 술자리에서 농담도 잘하고 노래를 잘 불렀다. 박 대통령은 담백하고 재미있는 김 부총리와의 술자리를 좋아했다 한다."(최우석 메모 및 증언)

박통이 쓰루에게 속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정치적 야망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종필이나 왕초 혹은 김성곤처럼 박통 자신의 공개적 신임 표시가 새끼 호랑이를 키울지 모른다는 우려가 없었다는 얘기다. 서로 간에 허물이 없고 정치적 야망이 없음을 세상이 다 알다 보니, 그는 박통으로서는 드물게 진한 농을 던질 수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다.

쓰루가 경제기획원 관리들에게 승진시험을 자주 보게 하자 대통령은 "임자도 대통령 시험 한번 보지 그래"라고 했고 쓰루는 "다른 건 몰라도 시험이라면 대통령도 자신 있습니다"며 받아넘겼다는 일화도 있다.(중앙일보 1991년8월23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