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분기 근로·사업·재산소득이 정부의 공식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동반 감소했다. 자녀 학원비 등 교육, 오락·문화에 들어가는 씀씀이를 크게 줄인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자제하며 식료품과 가정용품 지출 등 '집콕' 소비는 크게 늘어났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가구(2인 이상)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527만2천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4.8% 늘었다. 소득 유형별로 살펴보면 근로소득(-5.3%), 사업소득(-4.6%), 재산소득(-11.7%)이 동반 감소했다. 이런 트리플 감소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처음이다.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은 월평균 322만원으로 작년 동기(340만원)보다 5.3% 줄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근로소득이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0.5%)에 이어 두 번째다. 2분기 취업자가 1년 전보다 40만7천명 감소한 영향이 컸다.
사업소득은 월평균 94만2천원으로 작년 동기(98만7천원)보다 4.6% 줄었다. 2018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5분기 연속 감소하다가 올 1분기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반짝 반등에 그쳤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자영업황 부진 때문이다.
재산소득은 월평균 3만4천원으로 작년 동기(3만8천원)보다 11.7% 줄었다. 배당소득과 개인연금소득이 감소한 결과다.
이와 달리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등 공적 이전소득(77만7천원)을 포함한 이전소득(98만5천원)은 작년 동기(54만5천원)보다 80.8% 늘어났다.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2분기에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저소득층 소비쿠폰, 특별돌봄쿠폰, 일자리쿠폰,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저소득층 구직촉진수당 등을 지급하는 정책을 폈다.
비경상소득은 9만원으로 44.4% 증가했다. 비경상소득은 경조소득이나 퇴직수당, 실비보험을 탄 금액 등을 말한다. 통계청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든 소득분위의 근로·사업소득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적이전소득이 시장소득 감소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1만2천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2.7% 증가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식료품, 가정용품 등 '집콕'에 따른 소비가 늘었다.
우선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45만4천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1% 증가했다. 채소와 육류 등 가격이 오른 데다 소비 증가로 곡물(17.1%), 육류(33.6%), 신선수산물(29.5%), 채소 및 채소가공품(24.7%) 등에서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보건 지출은 25만3천원으로 7.5% 증가했다. 특히 마스크 구입으로 인해 의료용 소모품 지출이 무려 240.0% 증가했다. 반면, 자녀 학원비 등 교육, 여가 위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코로나19로 외출·여행이 제한되며 의류, 오락 지출도 감소했다.
교육 지출은 16만8천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4% 줄었다. 자녀 학원비에 쓴 돈은 작년 2분기 20만6천원에서 올 2분기 15만8천원으로 23.4% 줄었다. 오락·문화 지출은 17만4천원으로 21.0% 감소했다. 국내·외 단체여행, 공연·극장 등 이용 감소로 단체여행비, 문화서비스 지출이 각각 92.7%, 13.7% 줄어든 영향이다.
음식·숙박 지출도 38만8천원으로 5.0% 줄었다. 외식과 주점 등 식사비(-4.8%), 여행 숙박비(-13.4%)에 돈을 아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