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내 상용화 겨냥해 정부도 '한국형 로드맵'발표하는 등 포석
현대차는 UAM사업부를 지난해 만들고 우버와 컨셉트카 PAV 선보여
아직 무주공산…서비스, 고밀도 배터리 등 핵심기술 경쟁서 승부날듯
'신(新) 교통혁명'의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전기 동력 수직이착륙기(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 Landing)로 도심 하늘길을 연결하는 3차원 교통체계인 이른바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UAM은 도심에서 신개념 항공교통수단으로 승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체계를 지칭하는 용어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마차, 기차, 자동차, 항공기가 차례대로 교통혁명을 일으켰다. UAM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제5의 교통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의 교통혁명이 산업과 경제의 패러다임은 물론 인류 사회 전반의 모습까지 바꿀 정도로 영향력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21세기의 UAM발(發) 교통혁명 역시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도 지난 6월 2025년 국내 UAM 상용화 개시를 목표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UAM 선도국가 도약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정부는 국내에 UAM 체계가 구현되면 수도권 기준으로 출퇴근 통행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70%가량 대폭 감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2040년까지 누적 시장 규모 13조원, 일자리 16만개, 생산유발효과 23조원, 부가가치 11조원 등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예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세계 UAM 시장 규모가 무려 1조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에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가을 UAM사업부를 신설하면서 미래 교통혁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올해 1월에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는 글로벌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테크놀로지스(우버)와 함께 개발한 컨셉트 PAV(Personal Air Vehicle: UAM에 사용되는 개인용 비행체) 모델 'S-A1'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장차 현대차그룹의 매출 비중이 '자동차 50%, PAV 30%, 로보틱스 20%'로 바뀔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이자 글로벌 톱5 완성차 메이커인 현대차의 실질적인 최고경영자가 UAM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UAM의 주된 이동수단인 PAV 연구개발은 1990년대부터 미국이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를 중심으로 주도해왔다. 유럽 국가들 역시 다양한 형태의 PAV를 개발하는 동시에 UAM 체계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해왔다. 근래에는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사들은 물론 글로벌 자동차 기업,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대거 PAV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드론 개발업체 이항(Ehang)은 2016년 CES에서 세계 최초 유인 드론 '이항 184'를 출품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UAM 시대 현실화를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주역은 뭐니뭐니해도 우버라고 할 수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라는 비즈니스모델을 앞세워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한 우버는 일찌감치 UAM의 잠재력을 내다보고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0년대 이후 드론, 배터리, 모터 등 PAV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들이 크게 발전하면서 PAV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간파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우버는 비행체 개발 역량을 갖춘 여러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그중 하나다. 우버의 사업전략은 'UAM 서비스 공급자'로서 앞으로 펼쳐질 거대시장을 선점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기존 육상교통 산업의 가치사슬 구조는 이동수단인 자동차를 생산·판매하는 완성차 제조업체를 주축으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타이어 제조업체, 승객·화물 운송 사업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구조에서 가장 큰 수익을 가져가는 쪽은 완성차 제조업체들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매출 규모나 시장점유율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하지만 UAM 시장의 판도는 기존 육상교통 산업과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도심항공교통망을 운영하고 관리하면서 승객 등에게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상당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우버는 그 점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UAM 시장은 아직 누구도 먼저 깃발을 꽂지 못한 '무주공산'이다. 따라서 서비스 모델, 운영체계, 핵심기술 등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기업들이 승자로 도약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PAV의 핵심부품인 배터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PAV 개발의 기술적 장벽은 상당 부분 해결된 상태다. 다만 전기 동력으로 비행하는 PAV의 특성상 속도와 항속거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진 고성능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올해 들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잇달아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이 연쇄 회동은 대기업 총수들의 만남 자체로도 화제를 낳았지만, 전기자동차용 배터리(2차전지) 분야의 사업 협력 여부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삼성, LG, SK그룹은 모두 글로벌 2차전지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당장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갖추는 게 필요하다. 나아가 향후 UAM 시장이 열리게 되면 PAV 양산 체제 구축에도 고성능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아마도 정의선 부회장의 구상에는 전기차는 물론 PAV를 포함한 배터리 조달 전략이 들어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UAM 시대의 본격화는 PAV를 개발·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은 물론 배터리 사업에 무게를 두는 삼성, LG, SK그룹에게도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점점 더 눈앞에 다가오는 UAM발 교통혁명의 시대, 과연 누가 신(新)산업의 승자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