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예약 1년전보다 89% 감소해 두 손
우주산업 분야 진출하며 한때 웅비 꿈꿔
'괴짜 억만장자'로 불리며 우주산업 분야에 진출한 영국 사업가 리차드 브랜슨이 설립한 버진 애틀랜틱 항공이 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버진 애틀랜틱 항공은 지난달 12억 파운드의 자금을 자체적으로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영국 법원을 거쳐 미국 법원에서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버진 애틀랜틱은 국제적인 지급 불능 상황을 다루는 미국 파산보호법 15조에 따라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미 CNN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 기업이 자국 법원에 채무의무 중지를 요청하는 11조와 달리, 15조는 해외에 거점을 둔 기업이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조항이다. 이는 외국 기업의 파산 절차를 다루고 미국인 해외투자자 보호를 요청할 때 해당된다.
버진 애틀랜틱은 법원에 제출한 파산보호 신청서에서 "항공 예약 신청이 1년 전보다 89% 감소했으며, 2020년 하반기 현재 수요는 2019년 대비 25% 이상 감소했다"고 신청 사유를 밝혔다.
이번 파산보호 신청은 버진 애틀랜틱이 12억 파운드(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 확보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힌 지 한 달도 안 돼 이뤄졌다. 버진 애틀랜틱은 지난달 14일 모회사인 버진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데이비드슨 켐프터 캐피털 매니지먼트로부터 각각 2억5000만 달러의 투자와 2억1300만달러의 담보대출을 받기로 했었다.
리차드 브랜슨 회장이 알짜 계열사인 민간 우주탐사기업 버진 갤럭틱 주식을 처분해 확보한 자금 일부를 항공사에 투입했다. 버진 애틀랜틱은 독자적인 자금 확보로 경영난을 극복하겠다고 자신했고, 당장의 파산 위기는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버진 애틀랜틱의 파산보호 신청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버진 애틀랜틱은 현재 창업자인 브랜슨이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미국 델타항공이 49%를 출자하고 있다.
버진 애틀랜틱은 이날 영국 런던 법원에도 내달 25일 표결을 통해 채권자들로부터 12억 파운드의 구조조정에 관한 방안을 승인받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사의 구조상 영국과 미국 채권자 양측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버진 애틀랜틱은 지난 4월부터 유럽 노선을 비롯한 대부분 운항을 중단했다. 5월에는 영국 개트윅 거점을 폐쇄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3000여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브랜슨 회장의 '스페이스 드림'도 불투명해졌다. 버진 갤럭틱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지만, 항공사 구제를 위한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해 2억 파운드 이상이 투입된 상태다.
지난해 10월 뉴욕 증시에 상장한 버진 갤럭틱은 시가총액이 41억달러(약 5조원)다. 브랜슨 회장이 10억달러 이상의 개인 자금을 투자해 키웠다. 테슬라의 스페이스X, 아마존의 블루오리진과 함께 3대 민간 우주탐사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여파로 주식까지 처분해 자금을 조달했던 버진 애틀랜틱은 결국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