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보잘것 없어도 시가총액은 대형제약사 웃도는 이변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가 상승률 최상위권을 제약·의료기기 등 바이오 관련주가 사실상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학 개미'의 막대한 유동성이 바이오주로 몰리는 가운데 뚜렷한 성과 없이 코로나19 관련 테마주로 부각되며 이상 급등락 등 과열 양상을 보이는 종목도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1월 20일)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전체 코스피·코스닥 주가 상승률 1~20위 종목 중 2개를 제외한 18개가 모두 바이오 관련 주식이다. 이들 18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은 680.50%에 이르렀다.
이들 종목 가운데 특히 신풍제약 우선주인 신풍제약우는 코로나19 발생 직전 5950원에서 현재 16만원으로 반년 만에 주가가 27배 폭등했다. 상승률이 2589.08%로 1위를 차지했다. 신풍제약 보통주도 887.12%의 상승률로 3위에 랭크됐다.
이들 종목은 상승률뿐 아니라 거래금액 면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풍제약의 경우 이 기간 거래금액 순위에서 LG화학, 네이버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가 급등한 대기업들까지 제치고 전체 6위(일평균 2736억원)를 기록했다.
이처럼 바이오주가 무더기로 급등하면서 제약·의료기기 등 건강관리 업종(239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237조7664억원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보다 97조3137억원 (69.29%) 불어났다. 증시의 전체 시가총액에서 건강관리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7.96%에서 12.99%로 5%포인트 넘게 커졌다.
문제는 급등한 바이오주 가운데 실적 개선이나 신약 개발 성공 등 뚜렷한 성과 없이 백신·치료제 등 테마성 기대감에만 의지해 주가가 급등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상승률 20위권 내 18개 종목 중 증권사 3곳 이상이 투자의견·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진단키트 업체 씨젠(상승률 7위)과 백신 전문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의 모기업인 SK케미칼 및 SK케미칼우 뿐이다.
이 밖의 15개 종목 중 증권사 분석 보고서가 1개 이상 있는 곳도 5곳(멕아이씨에스, 휴마시스, 알테오젠, 메드팩토, 엘앤씨바이오 정도다. 나머지 10개 종목은 현재 증권사들의 논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셈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가 상승률 1, 3위인 신풍제약은 과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매출액(연결기준 1897억원) 순위 20위권의 중견 제약사로 코로나19 발생 직전 시가총액은 3700억원(이하 보통주 기준) 수준이었다.
그런데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거론되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그 결과 현재 시가총액 3조6560억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60위다. 지난해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대형 제약사인 한미약품의 영업이익(1039억원)의 52분의 1도 안 되지만, 시가총액은 한미약품(3조1206억원)을 5천억원 이상 넘어선 상태다.
이처럼 실적에 비해 주가가 크게 뛰면서 이 회사의 최근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무려 1971배로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신풍제약 주가는 지난달 31일 장중 9% 이상 올랐다가 장 마감 16분 전에 갑자기 하한가 가까이 추락하며, -19.77%로 거래를 마치는 '널뛰기'를 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장 마감 10여분 전까지 상한가를 달리다가 순식간에 14.63% 급락 마감하면서 불과 10여분 사이에 시가총액이 3조원 가까이 사라지는 진기록을 연출했다.
신일제약도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테로이드 약품 덱사메타손 테마주로 떠오르면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가 상승률 16위(338.65%)에 올랐다. 이처럼 주가가 급등하자 이 회사 오너 일가는 지난 한 달 간 지분 2.85%, 135억원 어치를 장내 매도해 상당한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