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아니다.’ 1979년 12.12사태를 거쳐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 통치에 저항한 ‘5.18민주화 운동’이 일부 보수우익 인사들에 의해 폄하 됐다. 5.18 유족 입장에서 보면 모욕이요, 저주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그 무대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 마련했다. 이름하여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2월8일)다.
이날 초청 연사는 지만원 예비역 대령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지령에 의해 일어났다고 줄곧 주장해 5.18단체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다. 그는 이날도 “광주 민주화 운동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참여한 게릴라전”이라고 규정했다. 이종명,김순례 자유 한국당의원도 마이크를 잡아 ‘5.18민주화운동’을 깎아내렸다.
이 의원은 “처음에는 폭동이었다가 사실 규명 없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김순례의원은 더 노골적이다." '5.18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이 만들어져 혈세를 축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만원씨의 ‘북한군 투입설’은 어제 오늘의 발언이 아니다. 그같은 발언은 물론 관련 책자(5.18분석 최종보고서)를 출간했다가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광주 시민에게 9천5백만 원의 손해배상과 함께 출판과 배포를 금지당했다.
물론 5.18의 진상이 다 드러났다고는 할 수는 없다. 역사적 평가도 당대에 딱 부러지게 내릴 수 없는 부분도 있고 미지수도 있다. 그래서 국회는 1년 전인 지난해 2월 ‘5.18진상규명특별법’을 통과시켜 제대로 5.18를 규명해보자고 했다. 지만원씨 역시 이 법에 따라 설치될 진상규명위원회의 자유한국당 추천 몫의 위원으로 일하길 원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도 지만원씨를 추천하지 않았다. 그의 주장이 객관적 검증이 안돼 역풍을 우려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공청회를 둘러싼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당의 입장과는 다르다”라며 선을 그었다. 바른미래당의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만원은 안보 사기꾼"이라며 "북한군 600명이 광주에 투입되었다는 지씨 주장의 근거는 완전히 허위조작"이라며 날을 세웠다. 국민들은 품격있는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가 서로 어울려 한반도의 안보와 경제를 지키길 바란다.
이번 ‘공청회의 소란’을 지켜보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세가 조금 올라갔다고 자유한국당이 오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이 썩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몇몇 의원의 ‘판단과 입장’에 따라 연 공청회를 전체 보수 야당의 태도 인양 몰아가는 것 역시 선을 넘은 것이다. 상대방을 깎아내려야 정치적 이득이 생길 것으로 여기는 모양인데 국민의 시선은 예전과 다르다. 알 것은 알고 어느 쪽이 지나쳤는지를 다 안다. 정치권의 각성이 그래서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