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9:25 (금)
홍원선의 중국 구석구석 탐색(87)'일로양제'(一路兩制)
홍원선의 중국 구석구석 탐색(87)'일로양제'(一路兩制)
  • 이코노텔링 홍원선대기자(중국사회과학원박사ㆍ중국민족학)
  • wshong2003@hotmail.com
  • 승인 2020.06.09 1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오산 가는 버스서 동년배 중국인이 전해준 '미얀마 국경도시 일상'
국경선 뚜렷치 않고 ' 중국-미얀마人' 상대방 지역서 1일 자유여행

오늘은 바오샨으로 이동한다. 숙소에서 터미널은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 거리라서 아침 시간이 상당히 여유롭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했고 옆 좌석의 승객과 대화를 하느라 전혀 지루하지 않게 버스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미얀마와의 국경도시 루이리를 떠나면서 다시 본 루이리강변의 모습. 인간 세상의 리듬과는 다른 유장한 기운이 흐른다.
미얀마와의 국경도시 루이리를 떠나면서 다시 본 루이리강변의 모습. 인간 세상의 리듬과는 다른 유장한 기운이 흐른다.

옆자리에 앉은 승객은 60세의 장년 남성으로 이곳 루이리가 고향이라고 한다. 지금은 은퇴하여 유유하게 살고 있는데 과거 공공기관에서 근무했고 예전 운남성 내 지역으로 출장을 자주 다녔다고 한다.

그의 말은 지금 운남의 발전상으로 이어지는데 수십년 전의 운남의 사회인프라는 흡사 우리의 조선시기나 구한말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주 재미있었다.

20여년 전만해도 성도인 쿤밍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서면 보통 4일 정도 걸렸고 쿤밍에서 공식적인 회의와 함께 사적인 볼일로 일주일을 머물고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오면 약 보름정도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중국 전역도 아니고 성단위에서 개최되는 회의에 한번 참가하는데 출장기간이 적어도 보름은 걸렸다는 거다. 이 얘기를 들어보니 조선시대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가기 위해 문경 새재를 넘어 열흘, 보름 걸었다는 옛이야기와 걸어서 전국을 누볐을 보부상들의 얘기가 생각이 난다.

태양이 작열하는 한낮에 바라 본 루이리강의 모습. 또 다른 기분을 준다.
태양이 작열하는 한낮에 바라 본 루이리강의 모습. 또 다른 기분을 준다.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이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각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세상을 사는 것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세계가 글로벌화되고 경제와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하나의 지구촌으로 전환되어 나가는 것은 문명사적인 추세이겠지만 지금도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천층만층인가 싶다. 동년배인 그와의 얘기가 계속 이어진다.

이곳 루이리가 국경지역인만큼 국경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도 이어진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미얀마와의 국경지역이지만 국경선이 명확하지 않은 곳이 아주 많다고 한다. 도로의 한쪽이 중국이고 건너편이 미얀마인 곳도 적지 않게 있어서 이런 도로 주변을 일국양제에 빗대어 一路兩制라고 표현하기도 한단다. 눈으로 봐서 아주 좁은 지역에서도 이곳이 중국이면 저곳은 미얀마인 곳이 아주 많고 양국민은 서로 자유롭게 오간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무런 증명서없이 하루 종일 중국사람이 ( 물론 이 지역에 한정된 얘기지만 ) 미얀마로 건너가서 볼일을 보거나 놀다 올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그 역도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바로 오늘날의 운남의 도로를 압축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내륙 깊숙한 산악지역인 운남지역은 오랜 시간 이전 이른바 ‘잔도’라 불리는 아주 좁고 위험한 길에서 산허리를 제법 잘라 만든 길로, 지금은 평지가 아닌 구간을 고가도로를 세우거나 터널을 뚫는 방식의 도로건설로 진화해왔다. 이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길이란 이처럼 교각을 세운 다리이거나 아니면 산속을 뚫는 터널이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게 된다.
이런 모습이 바로 오늘날의 운남의 도로를 압축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내륙 깊숙한 산악지역인 운남지역은 오랜 시간 이전 이른바 ‘잔도’라 불리는 아주 좁고 위험한 길에서 산허리를 제법 잘라 만든 길로, 지금은 평지가 아닌 구간을 고가도로를 세우거나 터널을 뚫는 방식의 도로건설로 진화해왔다. 이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길이란 이처럼 교각을 세운 다리이거나 아니면 산속을 뚫는 터널이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게 된다.

일일 단체여행에 참여하면 외지인이건 외국인이건 상관없이 증명서가 없어도 미얀마 땅을 하루 동안 밟아보고 관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뜻 그의 말이 믿기지 않았으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제 어쩌랴 다른 행선지로 향해서 이동중인 것을. 이는 달리 말하자면 그만큼 중국과 미얀마 간에 국가 간의 분쟁이 별로 없고 평온하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현재 육지 국경선이 없는 우리 입장으로서는 재미있고 신기한 일로 여겨진다. 물론 제대로 이 지역을 건너 미얀마로 가려면 국경 검문소를 통해 비자확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옆 승객과 꿈같은 얘기를 나누다가 역설적으로 국경부근지역의 중국공안의 여행객들에 대한 신분증 검사는 아주 엄격한 것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탄 버스가 루이리를 벗어나 더홍지역으로 진입할 때 신분증 검사를 받았다. 변경 민족자치지역을 벗어날 때도 무장경찰이 버스에 탑승해 모든 사람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특정 기기에 부착해보기도 했다.

차내에서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필자는 2차례나 여권을 회수당해 이것을 즉석에서가 아니라 사무실에 들고 간 후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에 돌려받는 경험을 했다. 중국이 변경지역에 불순세력의 잠입을 우려한 때문이었을까. 이런 딱딱하고 위압적인 검문방식은 중국의 변경지역이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운남 다이족자치주 징홍주변 지역의 도로 모습. 아름다운 자연 속에 높은 교각이 세워진 도로가 대자연과 좀 이질적인 듯 하면서도 나름 어울린다는 느낌도 든다.
운남 다이족자치주 징홍주변 지역의 도로 모습. 아름다운 자연 속에 높은 교각이 세워진 도로가 대자연과 좀 이질적인 듯 하면서도 나름 어울린다는 느낌도 든다.

중국의 육지 변경지역은 거의 예외없이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고, 거주하는 민족의 구성에 따라 변경의 긴장도의 세기도 달라지는 듯하다.

중국인들이 버릇처럼 입에 올리는 ‘천하태평’은 적어도 변경지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 같고, 내지에서도 노동문제 부동산문제 혹은 기타 문제로 제대로 보도되지 않지만 시위사태는 많이 늘어나고 있고...

6시간이 지난 후 버스는 무사히 시외버스터미날에 닿았다. 시가지는 망시나 루이리에 비해 규모가 큰 듯 했으나 세련되지도 깨끗하지도 않은 모습이어서 첫 인상이 좀 실망스럽다. 다음 다시 운남으로 온다면 별로 다시 들르고 싶지 않다. 이곳 바오샨에서 징홍으로 연결되는 항공편이 있다면 바로 징홍으로 가고 싶으나 항공편이 없다. 결국 내일 버스로 쿤밍을 거쳐 모레 오래전부터 꿈꾸었던 여행지 징홍으로 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