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총재 "비관적 시나리오엔 더 악화"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사태 충격을 감안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28일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2%로 수정 전망했다.한은이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을 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의 –1.6%(2009년 성장률 예상) 이후 11년 만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2.3%포인트 낮췄다. 내년 성장률은 3.1%로 전망했다. 이는 직전 전망(2.4%)보다 0.7%포인트 높은 수치다.
앞서 지난 2월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3%에서 2.1%로 한 차례 낮췄다. 그러나 이후 각종 지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제 타격이 심각한 것으로 속속 확인되자 이를 반영해 더 낮춘 것이다.
1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4%였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2분기 들어서도 암울한 지표가 이어졌다. 4월 수출액이 전년동월 대비 24.3% 감소한 데 이어 5월에도 20일까지 20.3% 줄었다.
우리나라 수출과 성장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경제의 두 축, 미국과 중국 상황도 예상보다 나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달 6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예상치는 평균 –32%로 조사됐다.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 연례회의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인터넷 생중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망은 전 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분기에 정점에 도달하고, 국내에서도 대규모의 재확산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본 (전망치는) -0.2%이고,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성장률이 소폭의 플러스로 볼 수 있다"며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마이너스 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해는 1953년 한은이 GDP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2차 오일쇼크 당시인 1980년(-1.6%)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두 차례다. 한은이 역성장(-1.6%)을 예상했던 2009년의 실제 성장률은 0.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