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3 14:15 (목)
돈키호테식 '소득주도 성장'패러다임 바뀌나
돈키호테식 '소득주도 성장'패러다임 바뀌나
  •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 yunheelife2@naver.com
  • 승인 2018.12.18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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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 노동 개혁 없인 '일자리' 공염불

문재인정부가 경제 운용의 방향을 약간 틀었다. 먼저 최저임금과 탄력근무제 실시의 속도를 줄이기로 했다. 돈키호테처럼 ‘소득주도 성장’에 올인 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실물 경제현장에서 들리는 ‘아우성’이 아마도 정부의 고집을 꺾었을 것이다.

꼭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그럴 수 밖에 없었느냐는 점에선 만시지탄이다. 하지만 경제현장에 한 발 더 다가선 점은 평가할만하다. 문제는 갈 길은 먼데 아직 경제정책 불신감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란 점이다.

‘소득주도의 성장’은 한 면만 보고 종합적인 경제의 파장을 외면했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그런 성장의 패러다임은 교과서에 없다고 지적을 했다고 해서 덩달아 꼬집는 게 아니다. 실제로 정부가 이 정책의 실효성을 믿었다면 정부안에 바른 소리하는 사람이 없었던 결과고 아직도 그런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면 이 정부는 집권 내내 ‘소득성장’의 역풍에 시달릴 것이다. 정부나 국민 모두가 불행한 일이 아닐수 없다.

중소기업, 아니 동네 치킨집 사장님의 형편을 한 번이라도 살펴봤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그랬다면 아마도 이런 대답을 들었을 것이다.

“문을 닫거나 사람을 줄이던지, 아니면 치킨 값을 올리든지 해야하는 데 가격을 올렸다간 손님이 끊길까 봐 두렵고 문을 닫자니 가족들의 얼굴이 떠 올라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러니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내가 덜 자고 덜 버는 수밖에 어디 있느냐.”

이런 아우성이 터진 지 1년이 넘었다. 생계형 일자리 마저 정부가 없애버린 꼴이 됐다. 그래도 정부는 가는 방향이 옳으니 후퇴할 생각이 없다는 고집을 부렸다. 임금을 올려주겠다고 하는데 누가 반기지 않을까. 그러나 고작 시간당 몇 천원인데 이 난리냐며 힐책했던 정책당국자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했다. 사업을 안 해보거나 스스로 돈으로 벌어보지 않는 사람들은 모르는 일이다. 정책과 실물경제가 겉돈 가장 큰 이유다. 방향이 좋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경제는 이해관계자가 혼재한 종합경기장이다. 한 곳을 치유하면 다 풀리려니 하고 무소의 뿔처럼 가기보다는 그냥 놔두는 편이 어떤 때는 낫다. 서로 치고받으면서 경쟁해서 살아남는 것이 자유시장 경제다. 잠 좀 덜자고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똑같이 그리고 같이 잘사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정부가 할 일은 저소득계층과 저학력자 등 이른바 경쟁의 낙오자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를 테면 외국어를 값 싸게 배우거나 기술을 익히는 곳을 늘려야 한다. 세금은 그렇게 경제 생태계를 가꾸는데 쓰는 것이다. 기술과 외국어를 배울 곳이 잘되면 대졸 고학력자들의 취업 문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손에 쥐어 주는 시책은 당장 박수를 받을지 모르지만 경제를 멍들게 하고 후손들에게 짐을 물려주는 후안무치한 시책이다. 그것은 누구나 할수 있는 ‘노 브레인’(No Brain) 아이디어다.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고 그러면 기업들이 나서서 투자를 해 일자리를 만든다.’ 이런 선순환 경제와 얼핏 비슷할지 모르지만 소득주도 성장의 경우, 첫 단추가 틀렸다. 소득은 경제가 좋아져 기업들이 돈을 많이 줄 체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기업더러 그렇게 하라니 전제조건부터 어긋났다. 어떤 경우에도 ‘경쟁과 효율’을 떠나선 건강한 경제체질를 갖출 수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하고싶다”고 한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싶진 않다. 아마도 소득이 자연스럽게 오르도록하고 싶다는 뜻일 게다. [이코노텔링]은 17일 발표한 홍 부총일의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보고서에서 빠진 내용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노동시장 개혁의 구체적인 프로세서가 없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지 않고선 기업의 일자리 창출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어떤 중소기업은 “일 잘하는 비정규직을 더 쓰고 싶고 임금도 올려 주려고 했는데 2년넘게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해 포기했다”고 한다.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2년이 되면 또 실직자가 된다. 경쟁 논리가 작동이 안된다. 일 잘하면 1년내에도 정규직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3년,5년 동안 비정규직을 쓸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비정규직들은 업무의 숙련도를 높이고 자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시간도 벌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경쟁’은 싫지만 가야 하는 길이고 그 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나라가 ‘하향 평준화’의 C급 국가로 전락하는 일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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