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연합 추천 사외이사 4명 전원 부결… 김신배 선임도 무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 1라운드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 측이 제안한 안건은 모두 부결돼 사실상 조 회장이 완승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을 출석 주주의 찬성 56.67%, 반대 43.27%, 기권 0.06%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반기로 점화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조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어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통과된다. 이날 주총 출석률(의결권 위임 포함)은 84.93%다.
조 회장에 맞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17.29%), 반도건설(5.00%)과 손잡고 28.78%의 지분을 공동 보유해 조 회장의 퇴진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주총을 사흘 앞둔 24일 법원이 3자 연합 측이 낸 의결권 행사 관련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전날 국민연금이 조 회장을 지지하면서 승부는 주총 전에 이미 기울었다.
조원태 회장은 의장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대독한 주총 인사말에서 "회사의 중장기적인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지상 과제로 삼아 더욱 낮은 자세로 주주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개선하고, 핵심사업의 역량을 한층 강화해 변화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날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조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도 출석 주주 과반(56.95%)의 찬성을 얻어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 사외이사 5명 선임안도 과반 찬성으로 통과됐다.
반면 3자연합이 추천한 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3자 연합이 내세운 김신배 전 포스코 이사회 의장의 경우 찬성 47.88%, 반대 51.91%, 기권 0.21%로 사내이사 선임에 실패했다.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도 찬성 43.26%에 그쳐 사내이사 선임안이 부결됐다.
3자 연합 측의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등 4명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도 부결됐다. 이에 따라 한진칼 이사회는 종전 6명에서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8명 등 총 11명으로 늘어났다.
이날 주총은 중복 위임장이 많아 검사인 주관 아래 실제 위임 의사를 확인하는 등 사전 확인 절차가 지연되며 당초 예정됐던 오전 9시보다 3시간 여 늦게 시작해 5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3자 연합 측은 주총 초반부터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과 개회 지연에 따른 출석 주주수 확정 문제, 안건 투표와 검표 절차 등에 대해 날을 세우며 신경전을 벌였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