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0:55 (수)
[독점 연재] 김학렬 일대기(6)경제정책 수장의 리더십
[독점 연재] 김학렬 일대기(6)경제정책 수장의 리더십
  • 김정수 전 중앙일보 경제 대기자
  • econopal@hotmail.com
  • 승인 2020.04.06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 신임 두터웠지만 '47세 경제팀장' 이 쟁쟁한 '터줏대감 장관' 통솔방식에 언론들 주시
"경제정책은 종합적으로" 김 부총리의 취임 일성은 중구난방식 시책에 제동걸며 일관성 강조
' 성장과 안정'이란 숙제안고 출발… "외자 의한 고도성장 정책의 후퇴아니다"언론들 각 세워
김학렬 부총리의 22년 관료 생활의 여정은 오로지 '5천년 가난'에 경제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역정이었다. 평소 김 부총리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록 하기를 꺼려한 까닭에 그의 육필 자료는 거의 없다. 칠순이 된 그의 장남 김정수 경제 대기자는 지난 수년간 그의 발자취를 더듬고 국가기록원 등 정부 자료집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관중인 사진 등을 뒤져 그의 일대기를 정리했다.
김학렬 부총리의 22년 관료 생활의 여정은 오로지 '5천년 가난'에 경제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역정이었다. 평소 김 부총리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기록 하기를 꺼려한 까닭에 그의 육필 자료는 거의 없다. 칠순이 된 그의 장남 김정수 경제 대기자는 지난 수년간 그의 발자취를 더듬고 국가기록원 등 정부 자료집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관중인 사진 등을 뒤져 그의 일대기를 정리했다.

패기가 넘치는 신임 부총리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경제팀의 리더십과 조화에 모아졌다.

쓰루의 취임의 변(辯) 역시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산만한 불합리성을 배제하고, 종합적이고 조화된 시책을 집행하겠다”, “(경제부처들이)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취임 일성으로 그는 경제 부처들에 ‘경제팀장인 나를 따르라’, ‘각 부처별로 중구난방으로 정책을 펴지 마라’, ‘경제정책은 전체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날 각 언론사들도 일제히 바람직한 경제팀의 리더십에 관한 주문을 쏟아내었다. 요지는 ‘박 부총리를 반면교사 삼아, 경제팀장으로서 리더십을 잘 발휘하라’는 것이었다.

“당시에 언론들이 구태여 쓰루라는 40대 부총리에게 리더십을 주문한 데에는, 과연 그가 경제팀장으로서 기존의 경제부처 장관들을 이끌고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한몫을 하고 있다. 언론의 리더십 운운은, 패기 넘치고 면도날 같은 강한 성격의 그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장관들, 특히 노련한 경제부처 장관들을 다독이며 원만히 이끌고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대종을 이루고 있었다.” (육성으로 듣는 경제기저Ⅰ/코리안 미러클266쪽)

수출 주도 산업화의 정책 총책인 상공부 김정렴 장관은 쓰루가 재무부 이재국 관리과장이었을 때 ‘모시던’ 이재국장이었고, 그 밖에 재무부 황종률 장관, 건설부 이한림 장관, 농림부 조시형 장관, 문교부 민관식 장관, 교통부 백선엽 장관 등 연배로 보나, 군사정권(특히 박통)과의 인연으로 보나, 각 분야에서의 경륜으로 보나, 면면이 그가 함부로 할 수 없는 쟁쟁한 인사들이었다.

“당시 경제팀은 47세의 젊은 김 부총리가 이끌기에는 다소 무거웠다.”(최우석 증언)

쓰루에게도 터줏대감 경제부처 장관들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은 그를 감히 흔들 인물이 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팀워크는 리더가 이끄는 대로 가는 것이었다. 당시 정치·경제적 상황에서, 팀이 나아갈 방향을 팀원 개개인의 의견을 듣고 조정해가며 정하는 것은 사치일 뿐이었다.

“김 부총리는 경제기획원 장관이 어떤 배경을 가졌든 경제팀장으로서의 지휘권과 권한을 확실히 챙기는 성격이었다. 이미 청와대에 있으면서 경제 문제를 속속들이 파악했고 박 대통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았다. 명석한 두뇌에다 풍부한 행정 경험, 또 무엇보다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안고 부임했으니 두려울 게 없었다.”(최우석 증언)

1966년 11월 23일 동경 ADB창립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복을 입고 출국하는 김학렬 재무장관이 김포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100일도 채 안돼 재무장관 자리에서 쫓겨나다시피 했지만 그의 기개는 지금도 관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1966년 11월 23일 동경 ADB창립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복을 입고 출국하는 김학렬 재무장관이 김포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100일도 채 안돼 재무장관 자리에서 쫓겨나다시피 했지만 그의 기개는 지금도 관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쓰루가 부총리 겸 기획원 장관으로 취임한 1969년의 한국 경제는 그가 예산국장으로 기획원의 출범에 참여했던 1961년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신임 김 장관은 양적 성장에 비례해서 심화된 질적 모순에 차원 높은 대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 농공 간의 격차 확대, 지역 간의 격차 확대, 근로소득층과 재산소득층의 괴리 등 질적 모순에 눈을 돌릴 단계에 우리는 처해 있다는 것이다.”(경제풍월 2015년 12월호)

“지나친 고도성장과 이를 위한 고율투자, 또 이를 위한 무리한 외자 도입정책이 결국 오늘날과 같은 고율소비, 저율국민저축, 수입 촉진과 무역적자의 확대, 부실기업의 속출, 외채 상환 전망의 어려움, 물가 및 경제 불안 등을 가져온 것이다. …… 종래와 같은 무리한 팽창정책은 삼가야 하고 적정성장률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당시 동아일보 보도 내용)

쓰루는 언론이 지적하는 우려와 그들이 주문하는 정책 전환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고,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었다. 그는 취임 열흘 만에 소위 ‘3원칙 5대 시책’ 패키지로 ‘준비된 부총리’의 정책 기조를 밝혔다. 그것은 성장과 안정의 조화를 중심으로 하는 가운데 첫째, 수출 주도 산업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농촌 부문의 진흥을 꾀하고, 둘째, 기간 산업을 적극 추진하되 우선순위 기준으로 투자를 신중히 하며, 셋째, 적정성장률 조정으로 안정을 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기자회견 직후 국회 본회의에서 행한 취임 인사에서도 “경제 안정과 고도성장의 기조 유지에 성심껏 임하겠다”며 안정 기조 강화를 다짐했다.

그러나 ‘종합’, ‘조화’ 등 새로운 색깔을 띤 쓰루의 정책 기조는 획일성에 익숙한 당시 언론의 귀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로 들리기 십상이었다. 마치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것’처럼 들렸던 거다. 성장이면 성장, 안정이면 안정이어야지, 양자 간의 조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은 둘 다 안 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첫 작품에 대한 언론의 혹평은, 막연하게나마 그가 품고 있던, ‘언론이 나에게는 호의적이겠지’라는 환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투자율을 유지하기 위해 외자 도입을 적극화하되 투자 우선순위를 엄격히 지키겠다는 생각은 곧 고율외자 도입에 의한 고도성장정책을 후퇴시킬 뜻이 없음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까지의 정책 기조와 조금도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없다. …… 요컨대 김 기획의 첫 회견 내용은 원칙적으로 타당한 듯하면서도 기실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다. 누적된 불안 요소를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한 체계화된 정책의 제시를 다시 한번 기대하는 바이다.”( 당시 중앙일보 보도내용)

쓰루가 어떻게 성장과 안정 간의 조화를 기하겠다는 것인지, 농공간 또는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를 언론이 알게 되는 데는 그 후 몇 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