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온 건가. 대법관을 지낸 두 사람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사상 처음이다. 영장 청구서에 전직 대법원장까지 공범으로 적시됐다고 하니 누구의 잘못을 떠나 이런 게 ‘막장 드라마’가 아닌가. 법을 지키는 최종 보루가 허물어졌다면 말이다.
어쨋거나 사법부가 얼굴을 들 수 없게 됐다. 통째로 실추한 모습이다. 이젠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려도 국민은 ‘범죄인’일 수도 있는 사람이 방망이를 두드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이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를 지켜보는 어린아이들에게 어떻게 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대법관, 대법원장이라도 법을 어겼으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하고 정 필요하면 인신 구속할 수도 있다.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라해서 이를 피할 수 없다. 법의 잣대를 바르게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가 행정부에 의해 흔들리는 듯하고 일부 법관이 자정을 명분으로 내세워 ‘법관 탄핵’을 주장하는 상황은 지나치다 못해 황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걸 참담하다고 하는 걸까. 현직 대법원장의 처신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9월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장에서 대법원장이 마치 대통령을 수행하듯 처신을 했다는 지적이 적잖다. 국가원수가 대법원에 온 만큼 예의를 갖출 수는 있으나 이런 모습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보기 드문 장면이라고 한다.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통합진보당과 강제징용 보상재판 개입 등이 들어있다, 이는 국가의 정체성, 외교적 판단과 연결된 사안이어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시시비비 가리듯 나눌 수 없다는 일부의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어느 쪽이 나라를 수호하는 길인지는 시대적으로 다른 시각이 존재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여하간 실정법 안에서 ‘대법관의 신병’처리를 다투는 지경에 왔다. 영장담당 판사의 손에 국민의 눈이 쏠리는 이유다. 사법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의 마지노선이다. 법으로 정한 국가의 정체성를 지키고 정황이나 진술보다는 오로지 증거에 치중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 심사가 행여 이념과 집권층의 입맛에 맞춰 흐른다면 이 또 한 훗날 ‘사법 농단’의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사법부가 욕을 먹는 것은 그간 행정부와 금권에 흔들린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의 측면도 있다. 이번이 사법부 독립의 위기이자 기회다. 사법부 지도층이 품격있게 처신하고 법관은 엄격하게 판결하고 이런 사법부를 국민들이 존경하고 신뢰하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 그 길은 사법부가 스스로 내야한다.
( * 이기사가 보도된후 법원은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검찰을 보강수사를 통해 재청구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