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0:10 (금)
홍원선의 중국 구석구석 탐색(77) 티벳 민족박물관
홍원선의 중국 구석구석 탐색(77) 티벳 민족박물관
  • 이코노텔링 홍원선대기자(중국사회과학원박사ㆍ중국민족학)
  • wshong2003@hotmail.com
  • 승인 2020.03.09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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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한복판 장정로에 세워진 웅장한 티벳 전통양식 건물
장족 아주머니가 파는 야크의 천연 치즈는 쪼개 팔지 않아 서운
매리설산의 높고 깊은 산세가 펼치는 절경에 숨 멈출 듯한 감동
샹그릴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노폭이 넓은 장정로에 세워진 샴바라티벳문화박물관의 모습. 외양이 아주 거대하면서 티벳건축양식을 활용하여 지었다는 점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샹그릴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노폭이 넓은 장정로에 세워진 샴바라티벳문화박물관의 모습. 외양이 아주 거대하면서 티벳건축양식을 활용하여 지었다는 점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 하군이 아침 7시 호텔 조식을 먹고 바로 귀국길에 오르다. 우선 이곳 샹그릴라에서 쿤밍으로 항공편으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다시 상해로 그리고 하루 밤을 묵은 후에 부산가는 비행기를 타는 여정이다.

홀로 남겨져 이역만리에서 여정을 소화하려니 좀 울적해진다. 모처럼 어렵사리 함께 여행길에 올랐는데 중도에 몸 컨디션 때문에 조기 귀국해서 서로 마음이 좀 언잖아졌다. 귀국해서 바로 컨디션을 회복하기를!

하군을 보내고 다시 호텔방에 올라와 좀 쉬다가 8시가 넘어 산책에 나서다. 오전 11시쯤 체크아웃을 할 예정이라 약 3시간의 여유가 있다. 이 시간 동안 중심거리 장정로를 걸을 작정이다.

장정로의 한 이면도로에서 장족 부인이 집에서 만들어온 치즈 종류를 팔고 있다. 보기에 아주 거칠어 보이는데 영양은 풍부할 것 같았다. 왼쪽 치즈덩이 하나가 30위안이었다. 아주 큰 크기라서 좀 잘라서 팔 수 있는지를 문의했으나 그렇게는 팔지 않는다고 하여 맛을 보지 못해 좀 아쉬웠다.
장정로의 한 이면도로에서 장족 부인이 집에서 만들어온 치즈 종류를 팔고 있다. 보기에 아주 거칠어 보이는데 영양은 풍부할 것 같았다. 왼쪽 치즈덩이 하나가 30위안이었다. 아주 큰 크기라서 좀 잘라서 팔 수 있는지를 문의했으나 그렇게는 팔지 않는다고 하여 맛을 보지 못해 좀 아쉬웠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건물 중의 하나인 티벳민족박물관의 거대한 웅자도, 디칭장족자치주정부의 큰 청사도 눈에 들어온다. 장정로에서 연결되는 다른 주요도로로 발걸음을 옮기니 장족부인들이 아침 일찍부터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집에서 만든 야크의 젖으로 만든 치즈와 버터인 수요우를 팔고 있었다. 아이들 머리만한 크기로 겉이 아주 거친 모습이었으나 영양은 아주 풍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30위안이라고 한다. 조금만 떼서 팔 수 없겠느냐고 했더니 그럴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조금 작은 덩이로 쪼개서 팔면 더 팔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해본다. 좀 더 걷다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커피를 한잔 사 마시고 호텔로 돌아오다. 10시반이 좀 지나 일찍 시외버스터미날로 이동하였다. 여러 사람들이 더친을 갈 거냐고 묻는다. 아마도 자신들의 미니밴이나 승용차에 탈 승객을 구하는 것으로 짐작되었다.

출발시간 20여분이 지나 버스는 출발했다. 샹그릴라를 출발한 버스가 펼쳐보이는 대자연의 풍광은 별로 특별할 것이 없이 그냥 누렇게 변한 겨울의 평원 모습이라 적이 실망스러움이 몰려왔다.

샹그릴라 시내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는 티벳풍으로 지어진 호텔의 모습. 티벳문화박물관과 함께 샹그릴라 시내에서 티벳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건축물로 생각된다. 황금빛과 고동색 그리고 흰색이 서로 잘 어울리면서 조화를 이뤄 티벳건축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샹그릴라 시내 중심가에 자리잡고 있는 티벳풍으로 지어진 호텔의 모습. 티벳문화박물관과 함께 샹그릴라 시내에서 티벳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건축물로 생각된다. 황금빛과 고동색 그리고 흰색이 서로 잘 어울리면서 조화를 이뤄 티벳건축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면서 완전히 새롭고 아주 인상적인 풍광이 눈앞에 끝없이 펼쳐졌다. 티벳 장족의 신비의 성산 매리설산으로 가는 길에 웅장하고 장엄하며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대자연을 만나는 것은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매리설산으로 가는 여정에 시야에 들어온 협곡의 위용은 어마어마하였다. 이곳 나시족의 땅에서 장족의 땅으로 그리고 장족의 땅 중에서도 아주 신비하고 거룩한 곳인 매리설산으로 가는 길의 산세는 그냥 범상한 산의 그것과는 아주 다르다. 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게 거대하게 솟아있고 협곡의 깊이도 엄청나다.

한국에서 결코 경험해보지 못한 자연과의 조우였다. 깊은 산세가 나타나고 더친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이 여정은 감동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언젠가 한 중국인이 샹그릴라에서 더친까지 가는 길이 숨이 멎을듯한 절경지역이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 느낌과 정서를 완전히 이해할 것 같았다. 매리설산 가는 길의 아름답고 웅장한 풍광에 정신이 완전히 빠져드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샹그릴라에서 더친으로 이동하는 도중 중간 휴게지점에서 촬영한 산악지대의 풍광. 정상부의 바위군이 보통의 산의 모습과는 다른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샹그릴라에서 더친으로 이동하는 도중 중간 휴게지점에서 촬영한 산악지대의 풍광. 정상부의 바위군이 보통의 산의 모습과는 다른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아주 멋진 대협곡과 하늘을 찌르는 고산의 웅자 그리고 버스가 목적지인 더친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자 드디어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서만 접했던 설산이 파노라마처럼 차창을 통해 한가득 시야를 채운다. 곧 설산이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면서 가슴을 졸였으나 거의 1시간 이상 설산이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태를 이역만리에서 온 나그네에게 남김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듯 했다.

버스를 타며 이런 멋진 풍광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다. 차가 계속 흔들리는 관계로 설산의 모습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지 못해 그것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지만 두 육안으로 똑똑히 기록하리라 마음먹으며 차창을 통해 전해지는 풍광에 집중하였다.

매리설산 전망대 부근의 여관촌에서 저녁 무렵 매리설산의 모습을 촬영하다. 아름답고도 신비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매리설산 전망대 부근의 여관촌에서 저녁 무렵 매리설산의 모습을 촬영하다. 아름답고도 신비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드디어 고산지역의 높은 고도의 길을 달리던 버스가 점차 내리막길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멀리 산속에 상당히 큰 도심지가 눈에 들어온다. 직감적으로 그곳이 더친현임을 알아차렸다. 산 중턱에 조성된 더친현은 상당히 경사가 심한 지역에 도심이 형성되었다. 버스가 터미널에 닿은 후 주변을 돌아보면서 여관을 찾았으나 제대로 찾을 수 없었고 마지막으로 한 호텔을 찾아 로비로 들어가려는데 불이 꺼져 있다.

마친 그곳에서 한 노신사가 나오면서 호텔방을 찾느냐고 한국말로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이곳에서 호텔을 구하지 말고 아예 매리설산 전망대 부근으로 가서 여관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해준다. 그러겠노라고 했더니 그곳으로 가는 교통편도 주선해 주겠다면서 미니봉고가 여러 대 서 있는 곳으로 가서 한 기사를 소개해준다.

서산으로 해가 거의 넘어간 이후의 매리설산의 모습. 날씨가 맑아서 산의 모습을 잘 조망할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서산으로 해가 거의 넘어간 이후의 매리설산의 모습. 날씨가 맑아서 산의 모습을 잘 조망할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그러면서 이 노신사는 필자를 오늘 오전 샹그릴라 터미널에서 봤다고 한다. 50위안의 차비를 지급하고 이 노신사와 함께 매리설산의 전망대로 이동하였다. 자신은 이미 70을 넘었고, 지난 18년 동안 중국을 드나들었고 신부라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이곳의 천주교신앙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었으나 중국어는 잘 못 하는 것 같았다.

노 신부님과 헤어지고 매리설산이 잘 보이는 호텔의 4층방에 투숙했다. 일단 2박하기로 하고 숙박비를 치렀다. 1박에 160위안이다. 에어컨으로 난방을 하고 전기요도 있다. 온수도 제공된다고 했는데 사용해보니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는 정도였다. 휴대폰으로 하군의 안부를 묻다. 상해에 도착해 호텔에 투숙했고, 내일 아침에 부산에 들어간다고 한다.

상해쯤 갔으면 거의 부산에 간 것이나 진배없다고 생각되어 적이 안심이 되었다. 저녁은 투숙호텔 바깥의 한 식당에서 돼지고기요리와 채소요리, 밥으로 해결하다. 40위안이 든다. 이미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한밤의 매리설산 전망대 앞 여관 동네를 좀 걸었다. 호텔에 들어가기 전 생수와 이곳 장족이 일상적으로 마시는 술인 칭커주 그리고 과자 한봉지를 사서 방으로 돌아가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다.

샹그릴라에서 이곳 더친으로 오면서 대협곡과 매리설산을 포함한 거대한 설산군을 오랜 시간동안 맑은 날씨에서 편안히 차속에서 구경할 수 있어서 아주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친구 하군이 이 아름답고 웅장한 풍광을 보지 못하고 귀국하게 돼 많이 아쉽다. 샹그릴라에서 더친으로 오는 길은 전혀 위험하지 않았고 언젠가 반드시 다시 오고픈 꿈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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