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족 성지 옥수채 풍경서 넋 잃고 '仙界 감상'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났다. 세면을 하고 방을 나서니 하늘이 밝아온다. 객잔에서 바로 사방가로, 이어 옥하광장으로 이동하여 패스트푸드점에서 아침을 먹다. 아침공기가 여느 때보다 상쾌하였다.
식사 후 고성밖으로 나가서 가로에 주차한 택시로 다가가서 두 명의 운전기사와 택시대절에 대해 협의하였다. 보다 친절하게 상담을 해준 한 운전기사를 선택하였다.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8시간 대절요금은 200위안이다. 행선지는 옥룡설산과 설산 부근의 작은 고원 초원지역인 윈션핑지역 그리고 옥수채 3곳이다. 우선 옥룡설산으로 이동하였다.
옥룡설산의 정상부근으로 오르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는 지역은 리장 중심부에서 약 30-40km쯤 외곽에 위치해 있다. 리장에서는 어느 곳에서라도 쳐다볼 수 있는 우뚝 서있는 설산이 바로 옥룡설산으로 택시가 산에 근접할수록 설산은 감춰왔던 위용을 그대로 드러낸다. 보통의 산과 다른 옥룡설산의 특징이라면 거대한 회색빛 돌산에 산정 부근에 새햐얀 눈이 덮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리장 시가지역의 해발고도가 2400미터 정도이고 설산 하단 케이블카 매표소의 고도는 3100미터이며 실제 케이블카를 타는 곳은 이보다 다시 200여미터 정도 높아졌다. 산정상 부근엔 상당히 추울 것으로 예상하여 내복을 입었고 얇은 오리털 파커를 배낭에 넣어 숙소를 나왔었다.
케이블카를 타기전에 파커를 착용했다. 4500여 미터 고산에 위치한 케이블카 하차지점은 지난 창산의 케이블카 하차 장소의 고도인 4000미터보다 훨씬 따뜻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후 4500 고지에서 숨쉬기가 그다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다. 케이블카 하차지점에서 좀 높은 곳으로 연결된 목조데크를 통해 위쪽으로 이동을 시작하면서 고산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조금씩 높이 발걸음을 옮기면서 다리가 무겁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속도를 많이 늦추게 되었고, 약 10-20걸음 정도 발을 옮기고 잠시 쉬는 보행을 반복하면서 고도를 약 100미터 높였다. 창산에서는 얼하이호와 대리 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와 조망이 좋았으나 이곳은 이미 주변의 산봉우리와 눈 정도만 눈에 들어올 뿐 아주 멀리 산 아래의 모습은 조망할 수 없었던 점이 좀 아쉬웠다.
다시 케이블카로 산 자락으로 내려와서 옥룡설산 풍경지역 내에 있는 고원 초원지역인 윈션핑으로 이동하기 위해 공원지역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다. 윈신핑으로 가기 위해서는 셔틀버스에서 내려 다시 55위안의 돈을 내고 케이블카를 타야 했다. 케이블카 하차후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은 제법 넓은 누렇게 변한 초원과 주변의 삼목의 숲이었다. 숲속에 설치된 목제로 만든 길을 따라 걸어가니 누렇게 풀이 말랐으나 이곳에서 쳐다보는 설산의 모습은 압권이었다.
고산 평원 자체가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 쳐다보는 옥룡설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기 위해 와야 할 곳이었다. 아마도 옥룡설산을 제대로 즐기기에는 이곳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관망하는 설산의 모습과 풍광은 과거 인터라켄이나 샤모니에서 쳐다본 알프스의 봉우리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웅장하고 멋진 모습이었다.
겨울이라 이미 누렇게 색깔이 바랬지만 넓은 초원과 그 주변을 둘러싼 삼나무 숲 그리고 그 너머 펼쳐지는 옥룡설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한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다음 일정을 위해 하산하였다.
다시 대절 택시를 타고 나시족의 민속촌이자 성지인 옥수채(玉水寨)로 갔다. 옥수란 옥과 같이 맑은 물이란 의미일텐데 조금도 과장이 아니라는 느낌을 옥수채에 들어가 수많은 작은 못과 1미터 전후의 초미니 낙차의 수많은 폭포들을 바라보는 순간 바로 온몸으로 받게 된다.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순간 이곳은 인간세계가 아닌 선계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주변의 녹색의 산들이 둘러싼 가운데 더할 수 없이 맑은 물이 흐르는 많은 작은 못과 수없이 많은 초미니 폭포들이 아주 앙증스럽다! 더할 수 없이 맑은 공기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할 것 같은 물, 그리고 아주 맑은 물에만 자란다는 수초와 함께 송어가 한가로이 물속을 노니는 모습이 멀고 먼 이방에서 온 나그네의 마음을 뺏기에 충분하였다.
또 나시족의 동파문화에 대한 소개와 그림같은 동파상형문자, 그리고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물 등이 이방인의 눈길을 끈다. 너무나 깨끗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분위기에 한동안 취해 있다가 현실세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대절택시는 우리를 리장 시외버스터미날에 내려주었고 오늘의 관광일정은 일단 마무리하였다.
터미널에서 모레 샹그릴라로 가는 버스표를 구입하다. 약 3시간반이 소요되며 인당 버스표는 66위안이다. 매표 후 걸어서 객잔으로 이동하다. 돌아가는 길에 보니 리장고성의 주요 간선도로를 거의 수킬로미터 도로를 통제하고 도로공사를 하고 있었고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객잔으로 돌아와서 잠시 휴식한 후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왔다.
돼지고기와 생선 채소 그리고 밥으로 저녁을 먹고 고성거리를 산책하다. 사방가의 서쪽 개울길은 걸어보지 않았던 곳으로 처음 이곳에 들어서자 사이키 조명에 현란한 몸 동작과 율동의 가수와 무용수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고 왁자지껄한 소리가 줄지어 늘어선 술집들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런 분위기는 좀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젊은 이들이 주로 찾는 이들 술집거리를 뒤로 하고 물 한통을 사서 객잔으로 돌아왔다. 내일은 리장에서 마지막 날로 고성 외곽에 있는 라시하이 호수를 둘러보고 이곳에서 승마와 유람선 승선, 점심 식사가 포함된 단체여행을 하고 이곳 탐방이 끝나면 슈허 옛마을(古鎭) 산책에 나선다. 리장을 떠나면 샹그릴라와 매리설산이라는 꿈의 여정을 향해 북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