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1:15 (금)
◇전통시장 역사기행⑥여수 서시장 '상인은 열공중'
◇전통시장 역사기행⑥여수 서시장 '상인은 열공중'
  • 여수=고윤희(글)ㆍ김승희(사진) 이코노텔링 기자
  • yunheelife2@naver.com
  • 승인 2020.03.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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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와 루사 '슈퍼 태풍'피해 복구 과정서 상인대학 열어 "공부 하자"
100년 넘는 시장이 2009년에야 상인회 간판 …시장환경 개선에 앞장
갓돈스트릿은 명물로 … 이강순 회장 "연등천에 주차 타워 건립 추진"
서시장의 내부 모습. 서시장은 100여년전 인근에  우시장이 들어서자 국밥집등이 하나 둘씩 생기면서 저잣거리가 됐고 이후 점포건물과 길거리이 좌판이 몰려들었다. 1934년 읍시장으로 격상됐고 1982년 상설시장으로 정식허가를 받았다. 여수(사진)=김승희 이코노텔링 기자.
서시장의 내부 모습. 서시장은 100여년전 인근에 우시장이 들어서자 국밥집등이 하나 둘씩 생기면서 저잣거리가 됐고 이후 점포건물과 길거리이 좌판이 몰려들었다. 1934년 읍시장으로 격상됐고 1982년 상설시장으로 정식허가를 받았다. 여수(사진)=김승희 이코노텔링 기자.

루사와 매미. 특히 매미는 기상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다. 이 두 슈퍼 태풍이 몰아친 날을 여수 서시장 상인들은 잊지 못한다.

 이 두 태풍은 2002~2003년 1년새 연거푸 시장을 강타했다. 바람의 세기도 셌지만 물폭탄을 퍼부었다. 시장과 바로 붙은 연등천은 순식간에 넘쳤다. 시장은 물바다가 됐다.

속옷 판매를 하는 김정엽 상인(지현상회)은 그 날을 잊지 못한다. 그는 "약 7천만원 어치의 내의류 제품이 물에 잠겨 하늘이 캄캄했다"고 말한다. 정부에서 준 위로금 1백~2백만원을 갖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 곳곳에서 답지하는 위문품은 상인들에게 바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유는 이랬다. 여수 서시장은 그야말로 전통상인들의 모임인 번영회가 이끄는 부류와 ㈜서시장이 운영하는 점포를 운영하는 곳으로 둘로 나뉘어져 있다.

여수 서시장에는 먹거리가 잘 정비돼 있다. 고객은 물론 상인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이곳은 상인회가 시장 정비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고 한다.
여수 서시장에는 먹거리 코너가 잘 정비돼 있다. 고객은 물론 상인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이곳은 상인회가 시장 정비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고 한다.
서시징의 상인회를 이끌고 있는 이강순 회장(오른쪽에서 둘째)이 지난해 6월 한 방송국의  행사에 출연해 서시장을 소개하는 모습/ 서시장 상인회 제공.
서시징의 상인회를 10년 넘게 이끌고 있는 이강순 회장(오른쪽에서 둘째)이 지난해 6월 한 방송국의 행사에 출연해 서시장을 소개하는 모습/ 서시장 상인회 제공.

그래서 보통 시장상인들보다 조직적으로 운영되던 ㈜서시장이 시장을 대변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태풍피해에 따른 복구와 위로금도 그 쪽으로 전달되는 일도 간혹 있었다. 상인의 수가 더 많은 보통상인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구조였다. 김 상인은 " ㈜서시장이 시장을 대표하면서 각종 사업 지원금이 그 쪽으로 쏠리기도 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보통상인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늦었지만 상인 번영회의 활동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2009년에는 '서시장상인회'란 간판을 내걸었다. 상인회 등록증을 그 때야 받았다. 그리고 상인들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상인대학을 열어 주경야독을 했다. 지금까지 3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김 상인은 "일주일 3일씩 3개월동안 운영하는 상인대학에서 점포의 운영의 기초와 마케팅 이론을 무장했다"며 웃었다.

역사상 가장 센 태풍 루사와 메미로 서시장은 물바다가 됐다. 그 때를 잊지 못하는 김정엽 상인은 상인들간의 협동정신이 없었다면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 때부터 상인대학에서 공부를 하며 시장재건에 상인들이 앞장섰다고 말했다.
역사상 가장 센 태풍 루사와 메미로 서시장은 물바다가 됐다. 그 때를 잊지 못하는 김정엽 상인은 상인들간의 협동정신이 없었다면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 때부터 상인대학에서 공부를 하며 시장재건에 상인들이 앞장섰다고 말했다.

상인대학에서 고객응대와 고객서비스의 정신을 함양하는데 도움이 컷다는 이야기였다. 서시장 상인 300여명중 80%가 상인대학을 이수했다.

서시장은 100여년전 우시장에서 팔던 국밥등의 영향을 받아 지금도 돌산족발과 곱창, 순대등을 파는 시장 골목인 '갓돈스트릿'가 유명하다.
서시장은 100여년전 우시장에서 팔던 국밥등의 영향을 받아 지금도 돌산족발과 곱창, 순대등을 파는 시장 골목인 '갓돈스트릿'가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상인들도 변해야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 모을수 있다고 믿게 됐다는 것이다. 상인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 주는 각종 지원금을 받아 상가의 면모도 일신하게 됐다.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하수구 정비를 했다. 또 소방시설을 갖추고 도시가스를 연결해 상인들의 영업활동 환경이 한결 나아졌다.

상인회의 문아리아 사무국장도 그 무렵 합류했다. 싱가폴로 20여년간 이주해 살다가 고향에 온 그에게 상인회 살림을 맡겼다. 컴퓨터 문서 작업을 하는데다 활동적이어서 주변의 추천을 받았다.

문아리아 사무국장은 "상인회가 만들어지면서 상인들이 서시장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빠르게 확산됐다"며 "자발적으로 시장환경 개선에 나서는 등 상인간의 단합이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문 사무국장의 말대로 서시장 한복판에 있는 먹거리점포는 비교적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즉석에서 만드는 짜장면과 칼국수는 고객은 물론 상인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다. 또 별도로 조성된 '갓돔스트릿'은 서시장의 명물이 됐다. 돌산족발과 곱창과 순대 요리가 고객들을 붙잡는다. 생황용품과 제수용 상품가게는 물론 과일과 야채 등도 살수 있어 종합 전통시장으로써의 규모를 갖췄다. 전라남도 여수시 서교동에 위치한 서시장은 여수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유서깊은 전통시장이다.

여수 서시장의 상인대학 졸업식 장면. 여수 서시장 300여명의 상인중 80%가 상인대학을 이수했다. 상인도 변해야 한다며 공부를 한다고 한다.
여수 서시장의 상인대학 졸업식 장면. 여수 서시장 300여명의 상인중 80%가 상인대학을 이수했다. 상인도 변해야 한다며 공부를 한다고 한다.

 서시장은 상생의 시장이기도 하다. 시장주변의 좌판상인들과도 사이좋게 지낸다. 좌판상인들도 하루에 1천원씩 돈을 내 시장환경개선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여수 서시장의 역사는 1백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한말에 인근의 우(牛)시장이 형성돼 이 시장에 들리는 사람들을 위해 국밥집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1934년 여수 읍시장으로 격상됐다. 고정점포가 세워지고 좌판이 몰리면서 드디어 1982년 상설시장으로 정식 허가를 받고 오늘날 시장의 면모를 갖추는 기초를 닦었다. 약 250여개의 점포에서 연간 200억원의 매출(상인회 추산) 올리고 있다. 하루 이용객은 5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자동차를 갖고 오는 고객들은 시장 주변의 공용 주차장을 이용할수 있다.

시장안에 있는 상인회 사무실은 소박하게 꾸며져 있었고 문아리아 (사진)사무국장이 컴퓨터 앞에서 여수시 등 관공서를 상대로한 서류작업을 하고 있었다
시장안에 있는 상인회 사무실은 소박하게 꾸며져 있었고 문아리아 (사진)사무국장이 컴퓨터 앞에서 여수시 등 관공서를 상대로한 서류작업을 하고 있었다
시장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지만 공식적으로 상인회 등록을 한 것은 2009년이다. 사진은 상인회 등록증.
시장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지만 공식적으로 상인회 등록을 한 것은 2009년이다. 사진은 상인회 등록증.

이강순 여수 서시장 상인회장이 요즘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도 바로 주차장 확충이다. 그는 연등천 주변에 하상주차 타워건설을 위해 지자체 등과 협의중이다. 이 회장은 "하천에 주차타원을 건설할수 있다는 당국의 설명을 들었고 이를 실현할 방안을 제시해 총선관련 정책 경연대회에서 1등을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여수 수산대학 졸업후 선장활동을 하다가 상인회 발족당시부터 지금까지 10여년간 회장직을 맡고 있다. 몇년전까지만해도 자비를 들여 시장 활성화를 위해 뛰어다녔다. 서시장 상인들의 신망이 높은 편이다. 김정협 상인은 "최근에야 상인회에서 회장 활동비로 수십만원을 지원하는데 아마 차비도 안되는 돈"이라며 "서시장 발전에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서시장과 공동발전 방안도 추진하고 싶다"며 "서로 이해와 협력을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상생의 길은 얼마든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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