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 팔달 사방가( (四方街) 에 울리는 단순 리듬에 묘한 감동
옥륭설산 시원히 감상할수 있는카페의 커피값은 '1만원' 육박
대리에서의 여행을 일단락짓고 오늘 리장으로 간다. 대리와 리장을 연결하는 열차는 대략 2시간이 소요된다. 시내버스로 대리역으로 이동하다. 대리역에서 본 여행객들의 행색이 성도인 쿤밍에 비해 훨씬 세련되어 보인다. 관광도시인 이곳 대리를 들고나는 사람들의 경제수준과 여유를 반영하는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변경지역을 운행하는 열차라서 그런지 열차는 상당히 낡았다. 중국의 기차는 열차 내부를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좌석과 침대로 크게 구분이 되고, 다시 침대와 좌석을 수준이 좀 높은 것과 낮은 것으로 나눈다. 즉 부드러운 침대, 딱딱한 침대, 부드러운 좌석, 딱딱한 좌석 이렇게 구분된다. 우리가 구입한 차표는 딱딱한 좌석표였는데 열차에 올라보니 딱딱한 침대칸이었다.
아마도 장거리를 운행했던 열차를 단거리에 투입하면서 침대차가 일반 좌석차로 변신한 듯 싶다. 마주보는 침대칸에는 각각 4인씩 앉도록 되어 있다. 2층, 3층 침대는 중간 중간 쉬고 싶은 사람이 올라가 휴식을 취하거나 짐을 올려놓는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좀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
대리를 출발한 열차는 2시간 반이 지난 12시께 리장역에 도착했다. 출발전 쿤밍에서 대리로 오는 교통편과는 달리 열차가 도리어 버스보다 빠르다는 말을 들었으나 이해가 잘 안 됐다. 그러나 열차를 타고 오는 과정에 기차가 버스보다 훨씬 빠른 이유가 명백해졌다. 대리와 리장을 운행하는 구간의 거의 절반 가까이 터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터널이 많았고, 많은 고산지역을 통과하였다. 아마도 버스는 많은 경우 산을 둘러둘러 올 것이나 기차는 거의 직선주로를 달리는 것으로 여겨지니 당연히 빠를 터이다.
12시 리장역에 열차가 정차하고 하차한 후 역 구내와 역청사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완전히 새롭고 거대하고 아름다운 역청사가 그곳에 있었다. 지난 겨울 다녀온 해남도의 하이코우나 산야의 신역사와 비슷한 외관을 과시하고 있었다. 궁궐의 대전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건축물 컨셉을 활용한 설계에다 청사 내부엔 아주 높은 지붕이 특히 이색적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건설되는 중국 주요역의 역사의 높이는 상당한 규모의 국제공항청사처럼 청사내부의 천정 높이가 적어도 5,6층 건물 높이 정도에 이른다. 거대한 규모가 주는 아름다움과 쾌적함이 있다. 역사를 벗어나면 리장의 아름다운 대자연의 모습, 옥룡설산과 주변의 자태가 한가득 눈에 들어온다. 잠시 리장의 자연풍광에 취했다가 가이드북에 소개된 대로 18번 시내버스를 타고 리장고성의 입구로 이동하였다.
버스에서 내려 고성 내의 돌길을 짐을 끌고 가면서 숙소를 찾아나섰다. 10여분 동안 고성내를 다니면서 여행사와 객잔을 겸한 한곳 숙소를 선택했다. 일박 숙박료가 220위안이었으나 200원으로 깎았다. 전통의 아름다운 목조주택인데 침대와 세면대 그리고 변기 에어컨이 장착되어 있다. 내부 시설이 아주 빼어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고성지역에서 전통의 숙소인 객잔에 묵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여장을 풀고 간편복 차림으로 고성 탐방에 나서다. 우선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숙소 부근의 제법 큰 식당에서 고추와 돼지고기볶음, 목이버섯과 콜리플라워볶음, 감자와 고추채 볶음과 밥을 먹고 맥주를 주문하여 마셨다. 식사 후에는 고성의 중심가인 사방가(四方街: 사방으로 길이 뚫려있다는 의미로 지역의 중심에 있는 제법 상당한 면적의 중심광장이고, 이런 사방가란 명칭은 운남지역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다 ) 로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인 객잔 부근의 식당에서 사방가까지는 이 지역의 특성을 살린 각종 음식점과 기념품점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리장고성에서 보는 상업용 가게나 주택 거의 대부분은 목재로 만든 단층의 건축물로 아주 정겹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어제와 그제 대리고성에서 본 거리의 모습과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넓은 길에 대부분 콘크리트로 만든 2,3 층의 규모가 큰 건물은 인간적인 맛을 느낄 수 없고 마치 영화세트장 같은 분위기가 났다면 이곳은 관광객도 많았지만 인간의 열기가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다. 많은 여행객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고 간혹 식당이나 기념품점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한가지 두드러진 특색은 CD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타악기를 두드리는 나시족 젊은 이가 많이 보이고, 전통음악인 듯한 노래와 연주 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는 점이다.
비교적 단순한 리듬의 이 음악이 지나는 여행객의 심금을 울리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이윽고 닿은 사방가는 제법 넓은 광장으로 주변에 각종 바와 카페들이 즐비하였고, 광장의 중앙에는 나시족의 원형 군무가 공연되고 있었다. 이어 여행객도 함께 어울려 나시족의 간단한 율동의 군무가 계속 이어진다. 춤을 추는 나시족 대부분은 나이가 많은 노년들로 구성되었다.
아마도 이색적인 관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직된 활동이 아닌가 싶었다. 사방가를 둘러보고 휴식을 취할 겸 옥룡설산이 바라보이는 2층의 한 바에 올라가 커피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한잔이 55위안이다. 엄청난 가격이지만 이 바의 2층 창문을 통해 보는 옥룡설산의 모습을 보노라면 커피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 보통 필자는 중국여행을 다니면서 5-7위안에 커피를 마셨는데 거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창가에 앉아 옥룡설산을 쳐다볼 때는 진정 그런 마음이 들었다. 한시간여 휴식 끝에 사방가의 바를 나와 고성의 끝자락에 있다는 헤이룽탄 공원을 찾아나섰다.
고성의 끝자락에 도착하니 사방가보다 훨씬 넓은 옥하광장이 나타난다. 이곳에 미국자본의 상징인 맥도날드와 KFC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이 왈칵 든다. 좀 더 발걸음을 옮기니 헤이룽탄 공원입구가 나타난다. 그런데 입장료가 무려 80위안이다. 너무 과하다싶어 공원입장을 포기하고 다시 어유롭게 고성을 거닐면서 한 간식점에서 새알심이 든 망고푸딩을 맛보았다. 13위안인데 내용물이 아주 충실하고 맛이 좋았다. 저녁은 오가면서 본 적이 있는 아주 큰 규모의 푸드코트에서 해결하였다. 푸드코트 내의 한 음식점에서 계란찜과 버섯탕 그리고 큰 군만두 등을 주문했으나 버섯탕을 제외하고 짜고 맛이 좋지 않았다.
내일은 옥룡설산의 계곡인 이름높은 호도협과 장강의 물줄기가 발원 후 남하하면서 이곳 리장지역 부근에서 거대한 물줄기를 큰 각도로 바꾸는 이른바 천하제일만을 둘러보기로 했다. 일인당 투어요금은 200위안으로 호도협으로 이동하는 왕복 차편과 점심 그리고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다. 천하제일만은 호도협을 가는 중간에 들른다.
원래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여행사를 이용하지 않는 게 여행의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이곳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어서 여행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상품을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수퍼마켓에 들러 물과 맥주 그리고 좁쌀로 된 빵을 좀 샀다. 내일 여행에서 필요한 예비식품 준비 차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