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겪는 신맛ㆍ 단맛ㆍ 매운 맛을 떠올리게 한 삼도차, 인생항로 돌아보게 해
올해 마지막 날이다. 대리에서 첫밤을 보내고 호텔 주변 산책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도보로 약 10여분이면 얼하이 호수의 대리시 중심지역에서 가까운 부두에 도착하게 된다.
호텔 앞의 대로를 건너 5분여 걸으면 폭이 좋은 강이 나타나고 이 강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어가면 주민들의 체육활동 공간에서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과 군데군데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아주 청명하다. 그러나 한점의 티도 없는 그런 날씨가 아니라 약간 뿌연 느낌이 드는 맑은 날씨다. “공기오염 때문인가?” 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으나 나중에 현지의 여행가이드의 설명으로는 건조한 날씨 탓에 약간 뿌연 느낌을 준다고 설명한다. 설명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반론을 할만한 상황도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다.
부두에 도착하니 여러 사람이 자신이 소개하는 유람선을 타라며 적극적인 호객행위를 한다. 부두의 사무소로 가서 공식적인 유람선을 알아보려 했으나 매표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실은 따로 없었다. 다시 건물 밖으로 나오니 한 중년부인이 자신이 소개하는 유람선을 타라고 권유한다. 중간 경유지점과 가격을 들으니 여행책자에서 설명한 내용과 가장 근접하여 이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곳 부두가 아닌 다른 부두에서 유람선이 출발하고, 그곳까지는 그 부인의 승용차로 이동하였다. 약 15분여를 달려 다른 부두에 도착하니 매표동 건물과 독자적인 사무실을 갖춘 선박회사의 모습이 나타났다.
선표는 그러나 매표소가 아닌 이 부인을 통해 구입했다. 공식적인 선표는 142위안이었으나 우리를 호객한 부인은 140위안에 판매하였다. 아마도 이 부인은 선박회사와 저가로 대량으로 선표를 구입하고 그 차액을 자신의 수입으로 하는 듯 했다. 정규 매표창구에서와 동일한 가격에 선표를 구입한다면 소비자로서도 불만이 있을 이유가 없다.
승선한 유람선은 3개층의 객실로 구성된 상당히 큰 선박이었다. 거대한 호수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시작한 운항은 약 3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최종 목적지인 얼위앤에 갈 때까지 중간에 기착한 곳은 2곳이었다. 약 250평방km 넓이의 거대한 얼하이 호수 안의 3곳 섬 가운데 소보타섬과 남조풍정도 2곳을 들른다. 배에서 그리고 호수안의 섬에서 바라다 본 창산의 모습이 아주 장관이었다.
거대한 얼하이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친 4천미터 급의 산이 호수를 감싸고 있다. 이 얼하이 호수면의 해발고도는 약 1970미터 전후이고 호수를 둘러싼 창산은 평균고도가 3500미터 이상이고 4천미터를 넘는 봉우리만 7개에 이르는 높은 산이다. 얼하이 호수에서 바라보는 전면의 산이 표고차가 적어도 1500미터 많게는 2천미터 이상 나다보니 산세가 아주 웅장하고 호수와 대리고성의 평지 그리고 산이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을 이룬다. 전면에 높은 산이 그리고 뒤에 너른 평원이 그리고 거대한 호수가 자리잡고 있는 이런 지리적 조건에 힘입어 남조국에 이은 대리국 등 독자적인 문화체계를 가진 중국의 대표적인 소수민족 중심의 지역이 될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높은 창산 산록에 대리 고성이 자리잡고 있고,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대리고성이라는 인문환경이 어우러져 많은 여행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처음 내린 소보타섬은 아주 작은 섬으로 하선하자 바로 동네 부인들이 아마도 이 호수에서 잡은 수산물인 듯한 각종 새우와 생선류, 다른 군것질거리를 팔고 있다. 워낙 섬이 작다 보니 서로 몸이 부대껴 움직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잠깐 동안 이 섬을 둘러보고 다시 승선하여 다음 목적지인 남조왕국의 문화 흔적을 가진 남조풍정도를 향했다. 운항 도중 선실 2층에서 대리 지역의 주요 소수민족인 바이족의 민속공연과 이곳의 독특한 차 문화인 삼도차 ( 三道茶) 시음이 있었다.
이는 바이족이 손님을 맞이하는 하나의 차문화로 자리잡은 독특한 풍속으로 첫째 찻잔은 쓴맛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 색상은 호박색이고 코로는 차향이 강렬히 전달되며 마시게 되면 쓰고 약간 떫은 맛이 난다. 통상적으로 찻잔에 절반을 채우고 한꺼번에 마신다.
두 번째 찻잔은 “단맛이 나는 차”이다. 손님이 첫 잔을 마신 후 주인은 다시 작은 도기 찻잔에 찻잎을 넣고 차를 끓인 후에 糖과 乳扇, 계피 등을 넣어 차 맛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세 번째 찻잔은 ‘回味茶’라고 부르는데 기존의 찻잎에 약간의 꿀과 호두, 산초 등을 넣어 만드는데 찻잔의 60내지 70% 정도만 차를 채운다.
이 차의 맛은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 등 온갖 맛이 모두 포함된다.삼도차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우리 인생이 겪는 맛을 모두 짧은 순간에 맛보게 하여 삶을 한번 뒤돌아보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삼도차 시음을 마친 후 두 번째 기착지인 남조풍정도에 내려 아름답게 조경이 된 섬을 약 40분간 둘러보고 다시 승선하여 도원이란 부두에서 하선하였다.
배에서 내린 후 10여분을 걸은 후 나타난 삼거리의 한 식당에서 3근에 가까운 큰잉어요리와 굵은 고추요리를 주문했으나 요리된 생선은 기대를 빗나간 이상한 탕요리였다. 고추요리도 아주 매웠다. 얼하이호수의 아름다운 순간과는 달리 호수유람에 이은 식사는 실패작이었다. 음식점을 나서 이곳 얼하이호의 수원을 이루는 耳源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약 50분을 달린 후 버스는 우리를 아주 낡고 낙후한 전형적인농촌의 진 중심에 내려놓는다. 먼지와 지저분한 쓰레기가 흩날리고 도로변을 넘어서면 바로 농토와 농가가 나타나고 퇴비냄새가 코를 찌른다.
태양빛에 얼굴빛이 구리빛으로 변한 바이족 부인들이 큰 광주리를 진 채 바쁜 걸음을 옮기는 모습에 눈에 들어온다. 약 15분여를 걸어서 도착한 곳이 중국 여행책자에 소개된 얼위앤이다. 약간 지저분한 듯 하면서도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규모가 작은 호수였다.
갈대와 다른 수초 그리고 호수앞 녹색의 농작물과 전통주택의 기와지붕 멀리 창산의 지맥이 서로 어우리지면서 하나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낸다.
이곳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마을 중심지로 이동해 대리 시내로 돌아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로 돌아온 후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할 요량으로 2층 식당에 올라갔으나 이미 단체손님을 받고 난 후의 파장분위기였다. 다시 시내로 나가 한참을 돌아다니다 식당을 찾지 못하고 대만계 자본이 경영하는 상도커피숍에서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웠다. 오늘은 점심도 저녁도 아주 만족스럽지 못한 하루였다. 이제 내일은 창산과 대리 삼탑 그리고 제대로 대리고성을 둘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