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은 동부 연안의 대도시들에 비해 작고 낙후… 4星급 호텔 값이 5만원
호텔 방에서 미리 사둔 음식으로 아침을 먹고 공항으로 이동해 9시 10분 쿤밍행 항공기에 오르다. 예보에 의하면 오늘은 날씨가 맑다고 한다. 비행시간은 약 3시간 반 정도로 북경과 서울을 연결하는 항공편 소요시간의 거의 2배가 걸린다.
북경에서 이륙한 항공편은 아주 부드럽게 순항했고 예정시간에 쿤밍공항에 안착했다. 쿤밍의 공항청사는 새로 건설된 듯 상당히 세련되었고 깔끔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행짐을 찾는 화물수취대의 레이저 감응식 화물투척 시스템이었다. 컨베이어벨트로 화물을 투척하는 포인트에서 지속적으로 레이저를 쏘아 회전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화물이 없을 경우에만 짐을 투척했다. 이렇게 되면 화물이 2중으로 아랫부분과 윗부분에 겹쳐서 회전하는 것이 방지되고 승객들이 자신의 짐을 쉽게 집어낼 수 있게 된다. 이런 시스템은 인천공항에서도 못 본 듯하다. 공항에서 택시로 쿤밍역 앞의 금화호텔로 이동하여 체크인하고 방을 배정받고 여장을 푼 후 바로 내일 대리행 기차표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기차역으로 가다.
역 인포메이션센타에서 문의한 결과 쿤밍에서 대리까지 무려 8시간이나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지도상에서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당초 계획을 약간 수정하여 기차 대신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우리의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시외버스터미날은 대도시의 경우 여러 곳에 분산된 경우가 많다. 대리행 버스는 주로 서부시외버스터미날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시내버스로 시외버스터미날로 이동, 내일 오전 10시 30분 출발하는 대리행 우등버스표를 구입했다.
버스표를 구입한 후 쿤밍 시내 중심가로 왔다. 중심거리의 이름이 正義路였고, 도로 양편의 세련된 상점들과 가로수 그리고 많은 인파들이 이곳이 쿤밍의 중심지임을 말해주고 있다.
아마도 정의로 일대에서도 가장 중심지역일 것 같은 느낌이 든 금탑광장의 한 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돼지고기 고추볶음과 가정식 두부요리 그리고 쑥갓무침과 밥을 저녁으로 먹고, 중국대륙의 동북쪽 끝에 위치한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본사가 있는 하얼빈 맥주도 곁들였다. 중국의 경우 워낙 땅이 넓어 주요 맥주 브랜드는 대륙 전역에서 적어도 10여곳 많게는 수십개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왜냐하면 맥주처럼 저가의 상품을 한 곳에서 생산해 중국 전역으로 수송한다면 그 유통비용이 아마도 맥주 자체에 버금가거나 아니면 더 비쌀수도 있을 정도로 엄청난 물류비용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계절 날씨가 봄날 같다는 쿤밍에서 겨울철 북국의 하얼빈 맥주를 마시니 뭔가 색다른 느낌이 나긴 한다.
짧은 시간 쿤밍을 둘러본 후 이곳에 대한 감상은 동부 연안의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 좀 낙후하고 도시 규모도 좀 작은 것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맑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이곳 쿤밍의 하늘은 마치 황사가 날라온 것처럼 약간 부옇게 보인다. 어제 더할 수 없이 맑았던 북경의 하늘과 아주 대조되었다.
하나의 역설이 아닐까. 보통의 경우 북경의 하늘이라면 매연이 심하고 우중충한 하늘이 떠오르고 운남이라면 아름다운 자연과 청명한 날씨가 연상되지만 어제와 오늘 두 곳의 기상상태는 이런 통념과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다만 북경은 아주 추웠지만 이곳 쿤밍은 아주 포근해 엄동을 벗어나 이곳으로 온 온 여행객에게는 더할 수 없이 좋은 곳이었다.
호텔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다. 아주 넓은 식당에 겨우 5,6명이 식사하고 있다. 만두와 쌀죽 그리고 요리사가 만들어주는 면을 한그릇 먹었다. 야채는 배추와 청경채 삶은 것 등과 음료로는 두장(豆漿)이 제공되었고 식비는 10위안이었다. 식사 후 호텔을 나서 80번 노선버스를 타고 서부시외버스터미날로 이동, 대리행 버스에 올랐다. 대리는 쿤밍보다 깨끗하고 날씨도 더 맑고 청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시지역이 그렇듯 시외버스터미날은 혼잡하고 후줄근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중심지역으로 여겨지는 곳을 향하여 도보로 이동하면서 행인들에게 길을 물어 시 정부와 시 공안국이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시정부 부근에 가까이 가니 거리가 아주 깨끗해졌고 인도도 폭이 넓어지면서 여행객의 긴장된 마음도 많이 누그러진다.
시청사 부근에서 상당히 큰 호텔을 발견했다. 호텔명이 바로 대리 시내를 감싸고 있는 4천미터급 고산의 이름인 창산호텔이다. 겉보기엔 특별할 것이 없는데 호텔로비에 들어서니 별이 4개 부착된 호텔의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가격이 제법 비싼게 아닌가 좀 긴장됐으나 방은 240위안, 280위안 두 종류로 비싸지는 않았다. 280위안 방은 붉은 색의 고급스런 두꺼운 카펫이 깔려있고 넓은 실내공간과 충분한 수납공간과 사무용 책상과 무선인터넷도 준비돼 있다.
방에 대한 짧은 시간 감탄 후에 식사와 관광을 위해 밖으로 나서다. 호텔 주변 한 쌀국수집에서 쌀국수와 볶음밥을 28위안에 주문하고 식사를 한 후 중국토종 패스트푸드점인 Dicos에 가서 커피를 한잔 마시니 비로소 운남에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잠깐 이곳 신시가지를 산책한 후 8번 노선버스를 타고 구시가지인 대리 고성으로 가다.
노선버스에서 접근한 고성은 그다지 특별한 느낌을 주지 않았다. 고성 내의 중심가인 양인가를 산책하면서 과거 이곳 대리를 중심으로 중국의 당, 티벳과 병립하였던 강력한 왕조였던 남조국을 머리에 떠올려 본다.
이미 태양은 기울기 시작하여 대리 고성을 제대로 감상하지는 못하고 저녁식사를 위해 한 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은 내부가 아주 고급스러웠고 요리도 일품이었으며 음식을 담는 용기가 여느 식당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상당한 품격이 느껴지는 자기류였다. 그래서 그런지 한병에 5, 6위안이면 됨직한 대리 맥주는 무려 30위안을 받는다. 그럼에도 저녁식사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대리를 상징하는 거대한 호수인 얼하이의 새우로 만든 요리, 이 지역의 송이와 쇠고기로 볶은 요리 그리고 ‘菜心’으로 불리는 야채요리 등이었다. 이제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