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K "개인용 제트기 타고 베이루트에도착…다른 사람 이름 사용"
도쿄지법 "출국 금지한 보석조건 변경 안 해"…보석 취소 검토할 듯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카를로스 곤 전(前) 르노·닛산 회장이 일본을 떠나 해외로 도주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곤 전 회장이 이날 오전 6시 30분께(한국시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본 NHK 방송은 레바논 치안 당국자를 인용해
곤 전 회장으로 보이는 인물이 개인용 제트기를 이용해 다른 사람 이름으로 레바논에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언론 보도가 나온 뒤 미국 대변인을 통해 "나는 지금 레바논에 있다"며 "유죄가 전제되고 차별이 만연하고 기본적 인권이 무시되는 잘못된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 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어 "나는 불공정과 정치적 박해에서 빠져나왔다. 마침내 미디어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됐다"며 일본에서 벗어났음을 확인했다.
곤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유가증권보고서 허위 기재와 특별 배임죄 등 혐의로 구속됐다가 10억엔의 보석금을 내고 지난 3월 풀려났었다.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된 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엔(약 53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올해 4월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석 중인 곤 전 회장은 보석 허가 조건에 따라 도쿄 거주지를 벗어날 수는 있지만, 일본 국내에 머물러야 한다. 그가 어떻게 일본 당국의 감시를 피해 출국할 수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곤 전 회장의 재판을 관할하는 도쿄지방법원은 "해외로 나가는 것을 금지한 보석 조건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쿄지방재판소(법원)는 곤 전 회장이 도피성으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되면 보석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NHK에 "곤 전 회장의 출국이 사실이면 일본 국내 사법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외교 경로를 통해 레바논 정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보석 중에 도주한 것이 아닌가"라며 이 경우에는 외교 경로를 통해 곤 전 회장과 관련한 상세 정보 수집을 진행하게 된다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은 르노와 닛산, 미쓰비시의 3사 얼라이언스가 경영통합과 합병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는 내부세력의 모략에 당했다면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그에게 제기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장 징역 15년형에 처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곤 전 회장의 측근은 서방 언론에 그가 일본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여겨 도주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곤 전 회장은 수일 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출국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곤 전 회장은 브라질에서 태어나 레바논에서 자랐으며 레바논에는 그의 친지들이 거주하고 있다. 곤 전 회장의 전처와 현 부인도 레바논 출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