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3:35 (목)
◇해외취재=중진국 함정에 빠진 브라질㊦정치불안
◇해외취재=중진국 함정에 빠진 브라질㊦정치불안
  • 리우 데 자네이루(글·사진)=성태원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iexlover@hanmail.net
  • 승인 2020.01.0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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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기지개켰지만 정치가 발목…33개 정당 난립, 선거앞두고 좌우갈등 극심
성장률 오름세 전환하자 국제 신용평가기관, 브라질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검토
택시 기사, 빈민촌 '파벨라' 가리키며 "들어 가면 나오기가 힘든 곳" 治安 불안정

리우에 와서 “최근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애길 많이 들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원찮던 경제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으며 올해에도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지난해 3분기 대비 4분기 성장률이 경제 침체 초기였던 지난 2014년 이래 최고치인 0.8%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가 고개를 숙였던 최근 5년 동안의 4분기 성장률은 2014년 0.3%, 2015년 –1.3%, 2016년 –0.5%, 2017년 0.3%, 2018년 0.1%에 불과했다.

한 여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시내 한복판의 호텔에 세워져있다. 브라질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관광객도 카니발 성수기를 앞두고 몰려 들어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한 여름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시내 한복판의 호텔에 세워져있다. 브라질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관광객도 카니발 성수기를 앞두고 몰려 들어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브라질 경제는 성장률이 2015년 –3.5%, 2016년 –3.3%로 추락하며 침체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2017~2019년 3년 동안 1.2~1.3%대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상승 기반을 다지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덕분에 고용 여건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유동성 확대 조치가 가계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 회복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급기야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해와 새해 성장률 전망을 각각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0.9%를 1.2%로, 새해 1.8%를 2.2%로 각각 높여 잡았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도 형편없는 수준(BB- 또는 Ba2)으로 추락한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의 상향 조정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연금, 조세, 노동 분야에 대한 브라질 정부의 개혁 의지와 최근 성장률 상승 움직임이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치권 동향은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의 우파 정권 중간평가 성격인 올 10월 지방 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점은 한국과 유사해 보인다. 2018년 대선에서 우파 돌풍을 일으키며 집권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작년 11월 중순 사회자유당을 탈당해 ‘브라질을 위한 동맹(APB)’ 창당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3분기 대비 4분기 성장률이 경제 침체 초기였던 지난 2014년 이래 최고치인 0.8%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가 고개를 숙였던 최근 5년 동안의 4분기 성장률은 2014년 0.3%, 2015년 –1.3%, 2016년 –0.5%, 2017년 0.3%, 2018년 0.1%에 불과했다/이코노텔링 그래픽팀.

우파 결집을 위한 고육책이라고 한다. 2016년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과 지방선거 참패, 2018년 대선 패배 등으로 위축된 노동자 당은 브라질 좌파의 아이콘 룰라 전 대통령을 다시 앞세워 정권 탈환 운동에 나설 태세여서 정치·사회적 불안이 점쳐지고 있다. 브라질에는 33개 정당이 난립하고 있는데 20개가 중도, 우파 1개, 좌파 7개, 기타 5개로 분류되고 있다.

운 좋게도 나는 리우에서 성탄절 이브를 맞고 성탄절(12월 25일) 당일 브라질을 떠났다.  브라질은 가톨릭국이라 불릴 정도로 가톨릭 신자들이 많다. 자료에 따르면 가톨릭 64.6%, 개신교 22.2%, 무교 8% 등이라고 한다. 성탄절 이브에 평소처럼 오후 7시쯤 저녁을 사먹으러 나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상점이 대부분 문을 닫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브를 즐기기 위해 모두 퇴근한 뒤였다. 겨우 현지 음식을 좀 구해 숙소에서 저녁을 때웠다. 하지만 리우 거리나 아파트 곳곳에 성탄절 트리 장식이 많아 쓸쓸하진 않았다. 한여름 성탄절 정취는 산티아고나 다름없어 보였다. 기독교 신자가 거의 90%에 이르는 나라이고 보면 성탄절은 이들에게 큰 명절이 아닐까 싶다.

입국 다음날인 12월 22일(일) 리우가 자랑하는 명소 3곳을 찾았다. 예수상과 설탕빵산, 코파카바나 해변 등이다. 리우의 랜드 마크인 예수상은 리우 시내 해발 720미터의 코르코바두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정상 턱밑까지 차로 간 다음 정상 연결 버스를 갈아타고 잠깐 올라가니 예수상이 나타났다. 높이 38미터, 양팔 너비 28미터, 무게 1145톤의 초대형으로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철근 콘크리트와 동석(변성암의 일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날씨가 좋아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찌를 듯이 서서 리우의 과나바라 만을 굽어보고 있는 거대한 예수상을 유감없이 볼 수 있었다. 35도를 오르내리는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휴일이라서 그런지 관광객이 북적였다. 사방팔방에 그림 같이 펼쳐진 아름다운 리우를 돌아가며 조망하는 즐거움도 컸다. 예수상은 1922년 브라질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약 10년의 공사 끝에 1931년 완공했다. 이후 90년 가깝도록 리우 시민들은 물론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당시 리우 시민들이 모금을 했고 설계와 건축에 브라질과 프랑스 기술자 들이 공동 참여했다고 한다.

코르코바두 산 정상의 예수상 이면에는 비애 섞인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예수상을 보기 위해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리우의 유명한 빈민가인 파벨라 입구 몇 곳을 스쳐 지나가게 된다. 택시 기사가 한 파벨라 입구를 지나며 “이곳은 들어 갈수는 있어도 나오긴 힘든 곳”이라고 소개했다.

리우의 빈부 격차를 잘 보여 주는 이곳은 살인과 약탈, 마약 등 치안 불안 지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2016 리우 올림픽 때도 이곳의 치안 문제를 다룬 국내 방송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났다. 예수상 전면에는 부촌이, 뒷면에는 빈민가가 각각 자리해 “예수상은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비꼬는 투의 말까지 생겨났다.

다음에 찾은 곳은 한국 사람들이 “빵산”이라고 부르는 ‘설탕빵산’이었다. 브라질 말로는 ‘빵 지 아수까르’다. 마치 빵을 세워 놓은 듯한 2개의 바위산(해발 396미터)으로 리우 과나바라 만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지상 출입구에서 표를 산 다음 케이블카를 두 번 나눠 타고 정상 전망대로 올라갔다.

이 케이블카 운행 역사도 107년에 이른다. 1909년 공사를 시작해 1912년 총 구간 1.4㎞를 완성했다. 예수상 전망대에 비견할 정도로 전망도 좋았다. 예수상 맞은편에 위치하며 멀리 유명한 코파카바나 해변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코파카바나 해변이다. 리우의 명소로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한낮 이곳의 햇볕은 장난이 아니었다. 금방 살갗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설탕빵산 전망대서 본 리우시내 광경. 브라질이 땅도 넓고 자원도 많은 나라지만 관광대국의 자원도 적지 않았다.
설탕빵산 전망대서 본 리우시내 광경. 브라질이 땅도 넓고 자원도 많은 나라지만 관광대국의 자원도 적지 않았다.

 파라솔과 의자 하나를 하루 종일 빌리는데 우리 돈 5000원 정도였다. 맨발에 전해지는 모래 감촉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마치 쏟아 놓은 밀가루를 밟는 기분이 들었다.이곳에서도 브라질 서민들의 경제 활동은 쉼 없이 이뤄지고 있었다.

수영복은 물론 음료수, 목걸이 등 장신구, 새우 요리, 옷이나 대형 수건, 과자류 등을 이고 지고 팔러 다녔다. 수영복 장수는 카드 결제는 물론 산 사람이 즉석에서 옷을 갈아입도록 가림막까지 제공했다. 햇볕에 새까맣게 그을린 그들에게서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느껴졌다.

이런 명소도 치안 불안이 옥에 티가 되고 있다. “외국인이 코파카바나 해변에 갈 때는 절도와 강도를 특히 조심하라”는 건 공공연한 권고 사항이다. 브라질 입국 때 우리 외교부도 보란 듯이 문자를 보내왔다. “브라질 전 지역 남색 경보(여행유의), 테러 및 신변 안전 유의, 빈민촌(파벨라) 방문 금지, 지카 바이러스 모기 주의” 등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신경이 쓰였지만 다행히 별 탈 없이 리우를 살펴볼 수 있었다. <브라질 르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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